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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넓히는 크라우드펀딩] 아이디어 스타트업에 ‘후원금’ 날개 

공연부터 웨어러블 디바이스까지 다양... 크라우드펀딩 시장도 계속 커져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와 킥스타터를 통해 해외에 진출한 ‘랑’과 ‘스마트로프’.
#1.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는 정유란 대표는 지난해 말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플랫폼인 ‘텀블벅’에 3000만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올렸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OST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한달 동안 126명의 후원자가 3100만 원을 후원했고, 뮤지컬 넘버가 수록된 OST를 제작할 수 있었다. 정 대표는 “크라우드펀딩 덕분에 제작비가 많이 드는 OST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면 공연에 대한 관객의 관심 정도까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계원예술대 시각디자인과 권은경 교수는 2013년부터 1년 6개월 동안 제자들과 함께 ‘랑(Rang)’이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제작했다. 시계처럼 보이지만, 팔찌나 목걸이 같은 패션 아이템으로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이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랑을 꾹 눌러주기만 하면 자신의 위치가 지정된 이에게 전송되는 세이프티 기능도 넣었다. 랑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알려지기 시작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 덕분이다. 지난해 12월 인디고고에 3만 달러(약 3400만원)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올렸고, 해외 소비자에게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최종 3만8000 달러의 후원금을 모았고, 랑은 아마존에서 독점 판매되고 있다.

인디고고가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시초

텀블벅·인디고고 같은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창작자와 스타트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제조업 스타트업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품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말 그대로 ‘온라인을 통해 대중에게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SNS를 통해 홍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소셜펀딩’으로도 불린다. 크라우드펀딩은 기간과 목표액을 정해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올리면 관심있는 이들이 후원금을 내는 방식이다. 목표액이 달성되면 후원금을 받을 수 있고,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후원금을 받지 못하는 식이다. 후원금을 낸 이들은 제품이나 티켓같은 상품을 가장 먼저 받아보는 특혜를 얻게 된다.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의 시작을 알린 것은 2008년 1월 설립된 미국의 인디고고를 꼽는다. 인디고고는 문화예술 창작자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 제조업에 도전한 스타트업도 크라우드펀딩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알린 것은 2009년 서비스를 시작한 킥스타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팟 시계줄이다. 2010년 시카고에 사는 무명 디자이너 스콧 윌슨이 애플 아이팟 나노를 시계처럼 활용할 수 있는 시계와 시계줄을 고안했고, 벤처캐피털을 찾는 대신 킥스타터에 프로젝트를 올렸다. 목표액은 1만5000 달러. 순식간에 1만3000여 명이 참여해 94만 달러의 후원금이 모였다. 2012년 12월에는 목표액이 10만 달러였던 페블 워치(Pebble Watch)가 킥스타터를 통해 1030만 달러의 초기자금을 모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때부터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는 대신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랑을 만든 권 교수처럼 한국의 스타트업도 해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탱그램팩토리의 스마트로프다. LED를 이용해 줄넘기 횟수를 공중에 띄운 신기한 줄넘기 스마트로프는 2015년 2월 킥스타터에 선보였다. 목표액은 6만 달러, 40일이 지난 후 모인 금액이 19만3000 달러였다. 세계 각지에서 2180명의 소액 후원자 덕분에 스마트로프의 상용화가 가능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법제화로 시장 규모 커질 듯

해외에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한국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2011년 문화예술과 스타트업 제품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에 집중하고 있는 텀블벅을 시작으로 2012년에는 와디즈와 오픈트레이드 등이 설립됐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성격도 다양해졌다.

텀블벅 같은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외에도 투자금액에 따른 이익을 배분받는 지분투자형, 자금을 대출해 주고 이자와 원금을 받는 P2P 대출형, 순수 기부를 목적으로 하는 기부형 등으로 세분화됐다.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오픈트레이드 고용기 대표는 “크게 생산 전 물품을 선주문하는 방식의 후원형과 기업의 신주발행 증자에 투자하는 증권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주식이나 채권을 취득할 수 있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까지 도입돼 주목을 받고 있다. 고 대표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제도화돼 크라우드펀딩의 신뢰성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비상장 투자시장이 정규화된 자본시장에 편입됐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크라우드펀딩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미국 매솔루션(Massolution)에 따르면 전 세계 크라우드펀딩 규모는 2011년 15억 달러였지만, 2015년 344억 달러로 성장했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박스기사] 염재승 텀블벅 대표 - “무리한 후원금 요청은 금물”


▎사진:텀블벅 제공
2011년 3월 텀블벅을 창업했다.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데.

“돈이 되지 않아도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 싶은 창작자에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인디고고나 킥스타터 같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있다는 것을 알고 텀블벅을 창업했다. 게임이나 웹툰처럼 팬층이 두터운 프로젝트라서 텀블벅이 많이 알려지게 됐다. 이후에 영화와 공연, 출판 등으로 분야가 넓어졌다. 2011년 텀블벅을 통해 소개된 프로젝트가 총 84개 밖에 안 됐는데, 2015년에 980개로 늘었다.”

텀블벅 프로젝트를 보면 독특한 게 많다.

“위안부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작은소녀상, 휴대용 기타 프로젝트인 끌랑 등이 유명하다. 독립영화 [족구왕]이나 [지슬], 독립출판 프로젝트였던 ‘맥주도감’도 텀블벅이 있어서 빛을 보게 됐다. 외부에는 텀블벅이 문화예술에만 치중한다고 알려졌는데, 우리는 스타트업의 제품 프로젝트도 많다. 다만 후원형 크라우드펀딩만 하고 있을 뿐이다.”

후원자들을 현혹시키는 프로젝트 때문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

“인디고고나 킥스타터에서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인공아가미와 같은 독특한 아이디어 제품이 올라왔는데, 나중에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진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이 생긴 후에 대안을 마련했다. 인디고고의 경우에는 시제품이 있는 제품에 한해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했다. 텀블벅도 후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환불 정책은 어떻게 실시하고 있나.

“후원자들이 후원한 제품을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때 환불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프로젝트를 올릴 때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있으면 환불을 해주는지 여부를 꼭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뭔가.

“수수료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텀블벅이 후원금의 5%를 수수료로 받는다. 텀블벅을 운영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텀블벅에 프로젝트를 올릴 때 성공하려면.

“성공한 프로젝트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지만, 우리의 영업비밀이라서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다(웃음).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비싼 후원금을 요청하면 실패한다는 것이다.”

1333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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