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도는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고, 유교의 도는 학문을 연마하는 것이며, 의학의 도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다. 또한 시인의 도는 시(詩)를 지어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알리는 것이다. 무사는 일대일로 싸우든, 군사를 이끌고 싸우든지 간에 반드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요컨대 병법의 도는 곧 승리의 도이다. - 오륜서, 땅의 장
일본에는 신(神)이 많은 것처럼 도(道)도 많다. 검도(劍道), 유도(柔道), 공수도(空手道), 다도(茶道), 서도(書道) 등 운동에서 글씨와 음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특유한 관점을 도(道)로 귀결시킨다. 칼과 무사의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는 역사상 최고의 사무라이로 인정받는다. 전국시대 말기인 1582년에 태어나 도쿠가와 막부 초기 1645년에 64세로 세상을 떠난 불패의 검객으로서 전설의 검성(劍聖)이 되었고, 자신이 터득한 검법을 고도의 정신성으로 승화시킨 [오륜서]를 남겨 검도(劍道)의 원조가 되었다.무사시의 관점에서 무사의 도는 승리에 있다. 무사는 승리라는 결과로 말한다. 죽음을 각오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승부에서 이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전쟁은 죽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전쟁이 죽기 위해 하는 것으로 바뀌기 시작하면 아무리 냉정하고 침착한 사람도 이성을 잃는다. 살기 위해 전쟁을 한다고 생각해야 정신의 건전성도 유지된다. 병법의 도(道)는 이기고 살아남는 것이다.무사시의 삶은 3부분으로 나뉜다. 13세에 처음 결투를 시작해 30대 초반까지 검법을 연마하고 강호를 유랑하며 천하의 고수들과 60여 차례의 결투에서 승리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세상에서 홀연히 사라져 50세까지 ‘병법의 도’를 정립했고, 뒤이은 10여년 동안 필생의 역작 [오륜서]를 집필해 후세에 남겼다. 서화와 조각에 능한 예술가이자 불교와 노장사상을 깊이 이해한 철학자였던 무사시는 육체적 무기인 칼의 세계를 정신적 문화인 도(道)의 경지로 고양시켰다. [오륜서]의 소재는 칼싸움에서 상대를 먼저 베는 검법이지만, 핵심 주제는 몸과 마음을 수련해 승리에 이르는 전략과 리더십, 생존을 위한 자기 수련이다. 무사시는 칼싸움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출발해 승부사의 사생관, 개인은 물론 조직의 리더로서 상대방을 이기는 전략, 심신을 갈고 닦는 자기계발에 이르는 폭넓은 세계로 확장했다. 무사시의 위대성은 통념화된 관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경험과 성찰을 통해 칼과 전투에서 출발해 보편적인 사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불교나 유교 등 어떤 가르침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며, 기존의 군기(軍記)나 군법서(軍法書)의 기록도 인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기술했다.1982년 미국에서 오륜서가 번역돼 출간되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문판의 부제목이 ‘일본 비즈니스 관리학의 진정한 예술’로 당시 급성장하던 일본 기업의 성공 원인에 대한 본질적 통찰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무사도의 명확한 가치관에 기반한 엄격한 수양과 수련은 서양의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자기 계발과 리더십 함양의 가이드북이 됐다. 50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인간의 삶, 승부의 세계에 대한 본질을 통찰해 동서양 고전의 반열에 [오륜서]를 통해 21세기 글로벌 경제 전쟁터의 비즈니스 무사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생존하고 발전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