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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호실적 이어가며 우리은행 지분도 인수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유상증자로 바뀔 회계기준에 대비... 보험업 침체 속 상승세 이어갈지 관심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지난 9월 매출액 5조원 미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가장 탁월한 경영 성과를 거둔 걸로 평가됐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주요 기업의 오너를 포함한 최고경영자의 경영 실적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에서다. 동양생명의 가파른 매출 상승세가 반영됐다.

구 사장은 2012년 6월 동양생명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동양생명은 어수선했다. 동양그룹이 경영난에 처하며 동양생명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였다. 2012년 1월 예비입찰 이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구 사장은 1987년 동양증권에 과장으로 입사한 후 97년부터 10년 넘게 동양생명에서 일한 ‘보험통’이다. 회사 내부에서 덕망도 높았다. 흐트러진 조직과 인력을 정비하는 데 제격으로 여겨졌다. 구 사장은 취임 이후 두 달 동안 전국 20개 사업단과 41개 센터를 모두 순회하며 문제가 있는 부분은 그 자리에서 즉각 수정하고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이러면서 위축됐던 영업 현장의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주력했다.

동양 사태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건 쉽지 않았다. 동양생명은 동양그룹에서 계열분리 돼 따로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양생명이 제출한 동양그룹으로부터의 계열분리 신청을 2013년 12월에 승인했다. 하지만 ‘동양’이란 사명을 그대로 유지한 탓에 고객들은 헷갈렸다. 대규모 보험계약 해지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구 사장은 ‘동양생명은 동양그룹과 별개’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붙이고 직접 언론에 나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성과가 나타났다. 2014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67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1206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도 전년 대비 13.1% 증가한 20조 4257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구 사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사상 최대 실적 기록하며 연임에 성공


상승세는 이어졌다. 지난해 동양생명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122억원, 당기순이익은 105억원으로 호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차이나 머니’라는 날개를 달며 상승세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지난해 9월 1조1319억원에 동양생명을 인수했다. 과거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자동차 등 ‘먹튀’ 행각을 벌였던 중국 자본의 전례를 들어 동양생명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동양생명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동양생명의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457억원, 224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7%, 46.2% 증가했다. 3분기 만에 연간 당기순이익 2000억원을 처음으로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다른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보장성 판매 비중을 늘리고 향후 부채로 잡히게 될 저축성상품의 비중을 줄이면서 저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구 사장은 올 3월 주주총회에서 “변화 속에서 성장을 거듭해온 동양생명이 안방보험그룹을 새로운 대주주로 맞아 더 큰 도약에 나설 기회를 맞았다”며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여러 방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허언(虛言)’이 아니라는게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안방보험의 탄탄한 자본력이 동양생명의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안방보험은 최근 동양생명에 6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원재웅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은 2021년 도입될 회계기준에 대비해 자본력을 확충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높아진 자본력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격적 저축성보험 판매 부담 우려

동양생명은 우리은행 매각 과정에서도 또 다시 주목을 받았다. 공적자금위원회는 지난 11월 13일 우리은행 지분 최종 낙찰자로 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한화생명·미래에셋자산운용·유진자산운용·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동양생명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보험사는 한화생명과 동양생명 두 곳뿐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번 지분 인수로 투자수익률·자산운용률이 향상되고 방카슈랑스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통해 은행업에까지 손을 뻗게 되는 셈이여서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에 이어 지난 4월 한국 알리안츠생명까지 인수해 현재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이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은행을 비롯한 여타 업종에 사업을 확대하며 국내 금융시장에서 몸집을 크게 불릴 태세다. 이런 안방보험의 한국 금융시장 공략에 동양보험이 첨병이 될 수 있다.

다만 저축성보험을 확대하는 등 지나치게 단기 이익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험 판매에 따른 성과는 단기에 나타나지만, 저축성보험에 대한 관리와 재무적 효과는 미래에 장기적으로 반영된다. 특히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을 오히려 공격적으로 늘리는 게 앞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보험업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전년 대비 23.6%였던 보험업 성장률은 2013년 -3.4%로 주저앉았다. 2014년 4.4%, 지난해 5.5%로 반등했지만 올해는 3.2% 성장에 머물 걸로 전망된다. 이런 성장률이 내년에는 2%대로 떨어질 걸로 추산된다. 보험연구원은 내년 보험산업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회계기준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과 함께 고착화된 저금리는 보험 업계의 성장세를 둔화시키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타격이 크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생명보험사가 많이 파는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어려워졌다.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은 최저보증이율을 제시하고 일정 수준의 금리를 내줘야 하는데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을 올리기 힘들어진 탓이다. 이미 생명보험사들은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생보사의 전체 보험료 적립금 중 연 5% 이상의 확정금리를 약속하고 받은 보험료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31.9%에 달한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25%에 머물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도저히 손익을 맞출 수 없는 수준이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저축성보험은 방카슈랑스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팔 수 있는데 보장성 상품은 팔기가 어렵다”며 “하지만 앞으로 생보사들은 금리 영향을 적게 받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사장 역시 올해 경영 환경에 대해 “포화상태인 시장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구 사장이 여러 난관을 딛고 동양생명의 상승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1361호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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