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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CEO | 종합 4위 정진학 유진기업 사장] 동양과의 시너지 살려 업계 1위 확고히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건설 호황, 건자재 가격 상승 덕에 수익성 개선... 수도권 중심에서 전국구 업체로 자리 매김

지난 2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모래 파동이 발생했다. 어민들의 반대로 남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모래 채취가 사실상 중단됐다.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골재 수급에 ‘빨간 불’이 켜져서다. 국토교통부의 중재로 모래 채취가 시작했지만, 지난해 채취량 1167만㎥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650만㎥만 채취가 가능하다. 이것도 내년부터는 국책 사업에 한해서만 채취할 수 있다.

모래 수급이 어려워지자 건설 자재 가격이 올랐다. 레미콘은 시멘트에 자갈과 모래를 섞은 다음 물과 혼화제를 넣어 만든다. 시멘트 가격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모래와 자갈 가격이 급등하며 레미콘 가격이 상승했다. 5월 말 기준 레미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8% 상승했다. 레미콘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수혜자로 유진기업이 꼽힌다. 올해 1분기 유진기업은 매출과 영업 이익이 각각 전년동기보다 23.5%, 51.8% 상승한 2643억원, 1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2015년보다 78.3% 상승한 967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 사상최고 실적이다.

레미콘 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유진기업의 실적 호조를 이해하기 쉽다. 레미콘은 전형적인 지역 거점 사업이다. 시멘트는 주요 기업 몇 곳이 전국에 제품을 공급한다. 레미콘은 다르다. 레미콘 사업자만 1000곳이 넘는다. 레미콘은 만들면 빠른 시간 내에 사용해야 한다. 생산해서 사용하는 곳까지 60~90분 사이에 도착해야 한다. 레미콘 트럭 서너 대만 굴리는 사업자도 건설현장에선 존중받는 협력업체다. 당당히 활동한다.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지만 큰 기업들도 있다. 군·시·도를 대표하는 업체다. 유진은 치열한 경쟁을 이기며 수도권 최대업체에 올라선 기업이다. 시장 점유율은 6%에 불과하지만, 유진기업이 국내 최대 업체인 이유다. 건설 경기가 호황인 점도 유진기업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2015년 국내 건설수주액은 150조원대를 돌파했고 2016년은 164조원에 달했다. 앞선 10년 평균은 100조원 수준이었다. 시장이 약 1.5배 커진 셈이다. 가격이 오른 레미콘이 수요까지 늘고 있다.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유진기업의 목표주가를 높이며 매수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이유다.

레미콘 가격 인상과 건설 시장 호황에 이은 또 하나의 호재는 동양의 경영권 장악이다. 유진기업은 지난 3월 동양 경영권을 두고 일년을 끌어온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정진학 유진기업 사장은 “레미콘은 사업 특성상 유통이 대단히 중요한 산업”이라며 “동양과 시너지를 높여 업계 1위 자리를 확고히 굳혀 가겠다”고 말했다. 동양의 시장 점유율은 1.6%에 불과하지만 전국에 사업장이 있다. 익산과 군산 등 전북권, 부산과 김해 등 경남권, 그리고 강원권인 강릉에 생산시설이 있다. 유진은 수도권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다. 동양 경영권을 확보함으로 유진기업은 전국에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업체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 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 종합 계획이 시동을 걸 때, 전국에 생산·유통망을 갖춘 유진기업이 수혜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건설업 호황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고 건자재 유통 등 신규 사업부문도 꾸준한 성장세”라며 “계열사인 동양과의 시너지도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한동안 지속적인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법학과 출신의 정 사장은 대학 졸업 후 유진그룹에 입사해 성장해온 ‘유진맨’이다. 2010년부터 유진기업 건설소재 부문을 맡아 조직을 이끌어 왔다.

1389호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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