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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부활한 금융회사 종합검사] 삼성생명·KB·하나금융 등 정조준 관측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인사와 예산 집행 등까지 샅샅이 훑어…금융사 “자율경영 침해” 우려

▎지난 7월 9일 윤석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4분기부터 금융회사 종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4분기(10~12월)부터 금융회사 종합검사를 실시하겠다.” 지난 7월 9일 윤석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종합검사는 금융회사의 경영·지배구조·건전성 등은 물론 인사와 예산 집행 등까지 샅샅이 훑는 검사다. 통상 금감원의 검사 인력 수 십명이 길게는 한달 간 금융회사에 상주해 먼지가 나올 때까지 터는 저인망 조사 방식이다. 때문에 금융사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금감원의 종합검사는 3년 만에 부활했다. 2015년 2월 취임했던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백화점식 관행적 종합검사를 폐지하고 컨설팅 위주의 경영실태평가를 시행해 금융감독 체계를 자율규제로 전환하겠다며 종합검사를 폐지했다.

당시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였던 윤 원장은 종합검사 폐지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종합검사 폐지가 감독 정책상 혼선을 초래할 뿐 아니라 금융감독 체계를 무력화해 소비자의 피해를 늘릴 수 있다”며 “금감원은 금융사들에 건전성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강제적으로라도 유인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은 이날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드디어 ‘호랑이의 발톱’을 드러냈다. 금감원의 종합검사제 부활은 금융권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는 금융회사의 감독·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재개한다”며 “최근 핀테크 등 새로운 분야도 생겨나면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케이뱅크 특혜 인가 의혹과 은행권 채용 비리, 대출 가산금리 부당 부과,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등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명분도 생겼다.

금융권 잇단 사건·사고가 발단

이번 종합검사 카드는 금융회사를 압박하기에 충분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종합검사 첫 대상자가 누구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금융사는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보험 업종이다. 최근 일부 보험사들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는 지난해 ‘가입 당시 최소 208만원 이상 연금을 준다고 했는데 136만원까지 줄어들었다’면서 연금 가입자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지난해 11월에 민원인의 손을 들어주며 삼성생명 측에 덜 준 연금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삼성생명이 첫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삼성생명 즉시연금 상품의 미지급금을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하라고 권고했으나 이를 모든 가입자에게 적용하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대상자는 5만5000명에, 미지급금 규모는 43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그룹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과다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당국의 눈 밖에 나 있기도 하다.

금융지주사 역시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한국투자증권, 6월부터는 NH투자증권이 종합검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는 4분기 이후에 진행되는 종합검사와는 다른 통상적인 수준의 정기 종합검사라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금 4조원 이상에 발행어음 사업권까지 보유한 국내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로 한국투자증권 다음으로 두 번째 검사대상이 됐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김정태 회장의 ‘3연임’ 문제를 두고 당국과 갈등을 빚은 하나금융지주도 유력한 검사 대상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CEO 연임’ 이슈로 금감원과 갈등을 빚고 채용비리 의혹으로 최흥식 전 금감원장까지 사퇴한 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졌다”며 “당장은 아니어도 여러 정황상 종합검사 타깃이 돼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금융검찰 노릇을 제대로 하겠다는 데 대해선 찬성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장이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금융회사를 적대시하는 것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금융사 길들이기를 하기 위함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종합검사가 진행되면 사전·후속 자료를 요청에 따른 준비가 필요한데 비정기적으로 시행하면 기존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종합검사 부활은 소비자보호라는 명분도 있지만 금감원의 떨어진 신뢰 회복을 위해 금융사 길들이기 차원으로도 보인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일방적 규제에만 치우쳐 금융의 산업적 측면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금감원은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혁도 직접 겨냥하고 있다. 금감원은 내년 상반기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만 들여다보는 ‘전문 검사역’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후계자를 키우지 않고 본인 연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 것)’ 등이 문제가 된 만큼 회사의 지배구조,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을 검토할 뜻을 보이면서 관련된 논의도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노동자 측에서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 구성원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지난 3월 KB금융지주 주주총회 당시 노조가 주주제 안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금감원 “소비자보호에 중점” 확대해석 경계

이 같은 금감원의 금융개혁에 대해 금융사들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의 큰 틀은 공감하지만 ‘금융회사는 무조건 따르라는 식’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과 지배구조 전문검사역제도 신설은 금융사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금감원이 말하는 것에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금융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결국 관치금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의 금융감독이 위축되거나 금융산업 위기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보호가 약화된 부정적인 면이 더 컸다”며 “이번 종합검사도 소비자보호에 부합하지 않는 회사를 선별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1443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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