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없어 월요일엔 갈 곳이 없어… 사업 초기 ‘마음 제어 기술’ 긴요
‘백수도 월요병을 앓는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직장인의 월요병은 주말에 쉬고 다시 출근하기 싫은 증상이다. 백수는 일제히 일터로 가는 사람들과 달리 자신은 갈 곳이 없어서 월요병에 걸린다.

내게도 월요병이 찾아왔다. 갈 곳이 마땅찮은 월요일이면 풀이 죽었다. 내 사업을 시작한 후 강의 준비나 원고 작성을 주로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 하는데, 월요일이면 가까운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런 날이면 먼 도서관을 찾아 갔지만, 그럴 때마다 유사 월요병을 앓았다.

물론이다. 사무실을 마련하면 그런 월요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주식회사를 차렸지만 사무실 공간은 마련하지 않았다. 글쓰기 강사로서 회사나 문화센터에 가서 강의를 하는 게 일이어서 딱히 사무실 공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공유오피스를 최소의 조건으로 월 12만원에 계약했다. 부가세 별도 조건이다. 공유오피스는 주식회사 주소지와 우편물 수령 서비스를 제공한다.

1인 사업자의 직업병, 고독과 우울

1인 사업자는 심심하다. 아니, 고독하다. 하루 종일 한 번도 전화가 울리지 않는 날이 있다. 사무실도 없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도 없다. 대화 상대가 없다. 하루 내내 입을 열지 않은 채 자료를 읽고 강의 자료나 원고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혼밥은 기본이다. 주로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식사한다. 강의가 있는 날에도 대개 혼자서 식사한다. 강의 장소로 이동하거나 강의 후 이동하다가 간단히 때운다. 퇴근 후 한잔 기울일 동료나 선후배도 없다. 저녁 약속이 없는 날에 집에 돌아오면 종종 혼술도 한다.

말은 현상 외에 인식을 반영한다. 혼밥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사람들이 혼밥을 의식한다는 것이다. 혼밥은 흔히 소외된 밥, 쓸쓸한 밥으로 여겨진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혼밥에 익숙하다. 혼밥은 장점도 있다. 앞이나 옆에 앉은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말하지도 않고, 온전히 식사에 집중한다. 식사를 천천히 한다. 먹는 행위를 더 즐기게 된다. 혼술할 때에도 쓸쓸한 기분에 젖어들지 않는다. 이 또한 다행인게, 나는 혼자 마시면 과음하지 못한다.

하루 내내 전화기가 울리지 않는 것과 점심식사를 혼자 하는 것보다 더 외로움을 주는 상황이 있다. 바로 다음 달에도 강의 일정이 몇 건 없는 상황이다. 이달에도 강의가 얼마 없었는데, 그래서 번역 원고료와 책 원고료, 인세로 근근이 넘겼는데, 다음달에는 회사를 어떻게 꾸려갈지 막막해진다.

이럴 때면 마케팅과 영업을 해야 함을 나도 안다. 그러나 이미 할 만큼 한 것 같다는 반론도 고개를 든다. 여러 곳에 강사로 등록했고 책 [강사편람]에도 내 정보가 실렸다. 불안이 꼬리를 문다. ‘근무 관련 제도 변화로 기업 강의가 줄었다던데, 사실인가 보다’ ‘그렇다면 나처럼 인지도가 낮은 신참 강사한테 줄 강의 기회는 아예 없어졌을지도 모르겠네’.

나만의 ‘의기소침 탈출 방법’ 갖춰놓자

“사업을 하다 보면 기복이 있게 마련이다.” 나도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선배들은 “일이 몰릴 때도 있지만, 일이 없을 때도 있다”며 “일이 없을 때 의기소침해지지 말고 잘 지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막상 그런 상황에 빠지면 맥이 풀린다.

사기 저하를 벗어나는 방법이 몇 가지 있긴 하다. 첫째가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이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내가 주선해 술자리를 만든다. 며칠 뒤 술자리가 있다는 기대는 처진 기분을 일부 상쇄해준다. 둘째가 낮잠이다. 1인 사업자가 된 이후 낮잠 습관을 들였다. 점심식사 이후 20분 정도 낮잠을 자고 나면 몸도 개운해지지만 정신이 맑아진다.

셋째는 달리기다. 달리기는 몸도 개운하게 하고 정신도 안정되게 한다. 달리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가끔 맛본다. 명경지수의 명상 상태이다. 몸이 저절로 앞으로 나가는 듯하고 호흡이 안정되면서 명상 상태가 된다. 두어 시간 달리고 귀가해 샤워한 뒤 마시는 술 한 잔에 몸과 마음의 더깨가 다 씻겨내린다. ‘내일 뭐 하지?’ 초보 1인 사업자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질문이다. 나는 일단 낮잠을 자고, 달리고, 술을 마신다.

[박스기사] '나홀로 사장’을 위한 99가지 팁

사장은 원래 고독하다. 1인 사업자는 여느 사장보다 더 고독하다. 처지가 비슷한 사람이 아주 소수라는 점도 1인 사업자가 고독한 요인이다. 1인 사업자들이 공감하고 노하우도 챙길 수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한다. 유재형 주식회사 알에프캠프 대표이사가 쓴 [1인 제조]이다. 유 대표는 미국계 벤처캐피털에서 투자 담당 이사로 일하다 2004년 RFID태그를 만드는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중국에 공장까지 설립하는 등 회사를 크게 키웠지만 경영난에 처했다. 2009년 직원이 다 떠나고 혼자 남게 됐다. 1인 기업을 이끌면서 빚을 갚고 살아남았다. 그 경험을 담아 2015년에 책을 썼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1인 사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한 사람에게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추려봤다. 제조업 운영과 관련한 조언은 책을 직접 읽어보기 바란다.

▶회계 및 세무 지식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얇은 책을 한 권 골라 1년 동안 열 번 읽으라. 그러면 재무제표가 해석되고 회계사나 세무사와 제대로 대화할 수 있다. 회계를 알아야 제품의 비용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제품 가격 또한 적정하게 책정할 수 있다.

▶작은 조직의 업무가 더 많을 수 있다. 특히 설립 초기에 업무량이 더 많을 수 있다. 1인 기업의 설립 첫해에는 감당하기 버거울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계산서 하나 발행하는 데 한 시간 걸리기도 한다. 또 청소, 전화 응대, 비품 구매, 프린터 토너 교체, 택배와 우편물 발송 및 수령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하루 업무시간에 3시간 정도 더한 것이 실제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 된다. 일이 없는 날에도 3시간은 일한다는 얘기다.

▶치명적인 약점과 내 안의 뇌관을 하루라도 빨리 인정하라. 그것들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일부고 나는 그것을 고칠 수 없다는 것까지 인정해야만 해결책도 보인다. 자신의 장점은 단점과 뇌관을 피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은 다음에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장점이 회사 경쟁력의 포인트가 된다.

▶사훈을 통해 영점을 유지하라. 1인 기업은 조금만 방심해도 상상 이상으로 트랙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훈이나 미션을 정해서 좌표로 삼아야 한다. 사훈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나는 사훈을 “태그(tag) 아니면 택도 없다”로 잡았다.

▶집요하게 메모하라. 메모하지 않으면 아이디어를 활용하지도 못한다. 나쁜 경우로는 해야 할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다.

▶개인용 e메일과 업무용 e메일은 구분해야 한다. 특히 업무용 e메일은 반드시 주소에 회사명이 들어간 것을 쓰라.

▶휴일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1인 사업자는 업무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한다.

※ 필자는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다. 동아일보·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