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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에 마음 드러나게 마련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하는 행동이지만, 우리가 하는 행동에는 우리의 마음이 들어있다. 무심코 하는 행동에 우리의 진짜 마음이 있다. 우리 자신도 모르는 것이니, 이걸 아는 사람은 더 좋은 기회와 성과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반면 모르는 사람은 그만큼 손해볼 가능성이 커진다. 운에 맡기는 사람과 가능성을 추구하는 사람의 차이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우리는 우리의 의도나 생각을 말로 표현해야 알 수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다르다.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몸으로 표현하고, 말로 알아 듣는 것보다 상대의 몸짓에서 뭔가를 느끼는 것이 훨씬 많다. 무의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많다 보니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갑자기 탈모 증상이 심해져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대머리거나 탈모를 겪고 있는 것 같다면 어떨까? 같은 증상을 겪고 있으니 진한 공감대를 가질까?이런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의사에 대한 신뢰감이 뚝 떨어져 그가 내린 처방을 믿지 않는다. 아예 그 병원 가기를 꺼린다. 이런 일은 흔하다 못해 일상적이다. 큰 맘 먹고 좋은 구두를 하나 장만해야겠다 싶어 백화점을 갔는데 판매 직원의 구두가 허름하다. 옷과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그가 권하는 구두를 살까? 대체로 나오고 만다.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이 1971년에 쓴 [사일런트 메시지(Silent message)]라는 책에서 소개한 메라비언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우리가 살아가려면 감각을 통해 주변 정보를 수집, 판단해야 하는데, 우리 뇌가 이런 정보를 수집하는 채널을 연구해 보니 우리가 중시하는 언어는 7%에 불과하더라는 것이다. 반면 청각으로는 38%를, 시각으로는 55%나 되는 정보를 얻는다는, 일명 55:38:7의 법칙이다. 뒤집어 보면,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말(단어, 말하는 내용)한다 해도 상대의 마음에 들어가는 건 7%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목소리의 높낮이나 성량, 억양, 말하는 방식이 5배 이상 더 영향을 끼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몸짓(태도와 표정, 외모)은 무려 8배 가까운 정보를 전달한다. 말의 내용보다 자신이 눈으로 보고 듣는 걸 믿는 것이다. 메시지 자체보다 전달하는 방식인 비언어적 표현이 93%나 된다. 더구나 첫인상 효과라는 말이 있듯 처음 한 번, 그것도 0.1초도 안 되는 사이에 본 걸로 모든 걸 판단해버린다.우리가 알게 모르게 몸으로 하는 말, 또 상대가 몸으로 하는 말을 읽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고, 많기에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걸 우리의 능력으로 만드는 데 소홀하다. ‘왠지 모르게 호감이 든다’ ‘이상하게 정이 안 간다’ 같은 느낌에 그칠 뿐, 이걸 세심하게 개발하지 않는다. 제대로 사용한다면 남다른 능력자가 될 수 있는데 말이다.지난해 4월 10일,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나타났다.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었다. 페이스북이 앱으로 수집한 8700만 명이나 되는 고객의 정보가 정치 선전에 활용됐다는 의혹, 그리고 러시아가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 정보를 흘리는 방식으로 지난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스캔들 때문이었다. 미국 상원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청문회에 참석해야 했던 것이다. 미국 상원의원 100명 중 44명이 참석했고, 주요 방송사들이 5시간 이상 생중계를 했을 정도로 이목을 끈 청문회였다.
정보 수집 채널 ‘시각 55%, 청각 38%, 언어 7%’하지만 청문회는 ‘먹을 게 별로 없는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IT분야 지식이 부족한 의원들이 질의자로 나선 데다, 저커버그가 순순히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 게 컸다. 덕분에 청문회 같지 않은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에게 잘 보이려는 질문까지 등장했다. “어젯밤에 어디서 잤는지 호텔 이름을 우리와 편하게 공유할 수 있습니까?”(리처드 더빈 상원의원). 어떤 답이 나왔을까? 잠시 머뭇거리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오”였다. 이상한 질문에 진중한 답변, 장내에는 웃음이 터졌다.이렇게 끝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저커버그의 태도였다. 이제는 누구나 알다시피 하는 그의 옷차림이 있다. 후드티에 청바지가 그것이다. 그래서 언론의 관심은 그가 격식을 중시하는 의회에 어떤 옷차림으로 나타날까 하는 것에 쏠렸다. 중요한 계약을 할 때도 그런 옷차림을 고집했기 때문이다.워싱턴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낸 저커버그는 평소 옷차림이 아니었다. 옅은 검은색 정장에 페이스북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의회를 전폭적으로 존중한다는 의도를 옷으로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옷차림에 ‘아임 소리수트(I’m sorry suit)’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이단아’ ‘규칙 파괴자’라는 이미지를 깨고 ‘의회와 사회 규범 존중’ ‘성숙한 기업인’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선택이라고 하면서 말이다.청문회에서 그가 했던 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그는 “명백한 실수다. 내게 책임이 있다”고 머리를 숙였다. 약간의 변명이 있긴 했지만 누구나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허위 정보에 맞서는 싸움은 일종의 군비경쟁(arms race)”이라며 “능력을 더 개발하고 투자하겠다”고 했다. 간혹 더듬거리기도 하고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언론의 평가는 단호한 말투와 진지한 표정으로 무난하게 대처했다는 쪽이었다. 주식시장도 주가 반등으로 인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청문회장은 일반적으로 승리자가 없지만, 저커버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얘기였다”고 했다.같은 워싱턴으로 갔지만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을 맞은 이들도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CEO 세 명이 워싱턴DC로 달려갔다. 회사가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회로 구제 요청을 하러 간 세 사람은 GM의 릭 왜고너, 포드의 앨런 멀랠리,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나델리였다. 파산 직전의 회사를 살리려면 250억 달러(약 30조원)의 정부 구제금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긴박한 탓인지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회사 소유의 전용 제트기를 타고 나타났다. 그저 그런 비행기가 아니었다. 릭 왜고너가 타고 온 비행기는 3600만 달러(약 432억원)나 되는 비싼 것이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회사를 구제해 달라고 나타난 사람들 치고는 염치가 없었다. 자신들이 잘못해 위기에 처했으면서 말이다. 더구나 이들 회사는 그런 비행기를 여러 대 가지고 있었다. 구제를 요청하기도 전에 온갖 비난이 쏟아지는 바람에 사면초가 상황이 된 건 당연지사, 자신들의 행동이 어떻게 비춰질지 몰랐던, 그러니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몸으로 말해야 할 지 몰랐던 대가였다(2주 후 다시 워싱턴으로 올 때는 모두 자기네 회사가 만든 친환경 자동차를 타고 왔다).저커버그는 몸으로 말을 할 줄 알았기에 무딘 송곳보다 못한, 거의 솜방망이 수준의 질의를 받고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 반면, 별 생각 없이 자신들이 하던 대로 비싼 비행기를 타고 나타난 이들은 쏟아지는 분노의 화살을 맞고 전전긍긍해야 했다. 몸으로 말할 줄 아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주는 사례다.
마케팅 전문가, 설문조사보다 관찰 카메라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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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하는 말 읽고 쓰지 못해도 문맹팀장에게 몸으로 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면, 팀원들에게는 팀장의 몸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 팀장이 몸으로 하는 말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흘려버린 팀원은 연말에 속 깨나 끓일 가능성이 크다. 어지러운 책상을 두고 퇴근한다거나, 지각이 잦다거나 새벽 배송을 2순위로 두는 팀원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니 불만이 쌓일 것이고, 그러면 팀장과의 사이가 점점 멀어질 것이다. 직속 상사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손해 보는 사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갈수록 가깝게 들릴 것이다.세상이 바뀌면 단어의 뜻도 바뀐다. 이제는 글을 못 쓰는 게 문맹이 아니다. 넓게는 시대와 시장 환경을 읽을 줄 모르는 게 문맹이고, 가깝게는 몸으로 하는 말을 읽고 쓰지 못하는 게 문맹이다. 어느 시대나 그렇듯 문맹자는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없다.※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의 길] [사자도 굶어 죽는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