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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대사증후군 갈등 극복] 뱃살 줄이고 허벅지근육 키워라 

 

뚱뚱한 당뇨는 뱃살, 마른 당뇨는 허벅지근육 부족이 주요 원인

▎사진:© gettyimagesbank
그녀는 요즘 배가 더 나왔다. 평생 날씬한 적은 없었어도 뚱뚱하다는 말은 듣지 않았는데, 몇년 전부터 살이 오르더니 배도 함께 불러온다. 살이 찌기 시작한 건 남편이 사업을 접을 때부터다. 부잣집 막내아들인 남편은 결혼 전부터 사장이었다. 결혼 초엔 괜찮았는데 이내 사업이 기울어, 결국 10년 만에 접었다. 한동안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다며 동분서주하던 남편은 몇 가지 사업을 시작하다 돈만 날렸다.

날씬한 적 없었지만 뚱뚱한 적도 없었는데

남편의 요구로 생활비는 모두 시댁이 지원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지만, 매달 생활비를 받을 때마다 그녀의 자존심은 말할 수 없이 망가졌다. 두 딸은 최소 10년은 더 공부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모든 비용을 시댁에 의지한단 말인가. 연이은 사업 실패는 남편의 자존감에도 상처를 냈다. 나쁜 상황 탓인지 남편과 자주 다투게 되고, 시댁과의 관계도 나빠지는 등 집안은 엉망이 되어 갔다.

한참 방황했지만, 그녀는 가정을 책임지는 멋진 어머니가 되기로 했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대형마트 한 구석에서 튀김판매도 하고, 보험과 건강기능식품 외판도 했다. 지금은 입시학원 코디네이터로 일한다. 특별한 기술 없이 직업을 가지려니 육체적·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그래서 먹으면 힘이 나는 과자, 빵, 주스, 탄산음료를 가리지 않는다. 병원에서 대사증후군이 심하다는 말을 들었고, 혈압약과 아스피린, 고지혈증약을 처방받았다. 당뇨로 진행될 수 있으니 어떻게든 뱃살을 빼라고도 하는데, 잘 안 된다. 결혼 전 단아한 스타일을 뽐내며, 특급 호텔리어로 멋지게 일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대사증후군은 당뇨병 전 단계다. 복부비만·고혈압·고지혈증·고혈당 등으로 판단한다. 관리가 안 되면 당뇨병·심장병·중풍·암·치매 등 대사성질환으로 진행한다. 대사증후군은 생활습관 병이다. 성인 셋 중 하나가 앓고 있다. 스트레스·비만·운동부족·과음·흡연 등에서 온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같은 병이다. 둘 다 혈관성 질환이고, 원인은 인슐린저항성이다. 인슐린저항성은 당뇨병 전 단계이다. 과다한 당 섭취와 과도한 인슐린 분비가 주원인이다. 세포가 인슐린에 무뎌져서 당 사용에 저항한다. 떠도는 당은 지방으로 쌓이고, 끈적이는 당은 혈관을 손상시킨다. 혈관을 치료하려고 콜레스테롤이 올라가고, 염증·통증이 생긴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이 공통적이다. 인슐린저항성이 있으면 뱃살이 찐다. 복부지방은 위험하다. 에너지원으로 못쓰고, 지방산으로 유리된다. 지방산은 해롭다. 혈중을 떠돌며 염증을 일으킨다.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바뀐 후, 주변에 쌓여 지방간과 지방췌장을 만든다. 지방간은 인슐린저항성을 유발하고, 지방췌장은 인슐린 분비기능을 떨어뜨린다. 허벅지근육은 중요하다. 식후 혈당의 70%를 소모하고, 남은 당은 지방으로 저장한다. 허벅지지방은 이롭다. 오래 허벅지근육에 갇혀 있다. 지방산으로 유리되지 않고,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허벅지근육은 인슐린저항성을 낮춰 대사성질환을 예방한다.

“고혈압은 살려는 몸부림이다.” 우리 몸의 혈관을 이으면 길이가 12만km에 이른다. 구석구석 피가 닿으려면 심장이 1분 동안 뛰어야 한다. 무조건 혈압을 낮추려는 건 안 좋다. 산소·영양분이 줄면 세포가 병든다. 올라간 원인을 찾아야 한다. 스트레스·염분이 주원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운동부족은 혈관탄력을 떨어뜨리고, 체중이 늘면 심장과부하가 걸린다. 염분은 혈압을 올리고, 마그네슘은 혈압을 내린다. 무조건 약을 거부하는 건 안 좋다. 생활습관을 바꾸기 힘들면 약을 먹는 게 좋다. 혈압약은 심장병·뇌졸증을 예방한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손상(뇌출혈)이 오고, 혈압이 낮으면 혈액정체(뇌경색)가 온다.

“콜레스테롤은 심장병과 직접 관련이 없다.” 콜레스테롤을 먹는다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오르지 않는다. 콜레스테롤은 항상성에 의해 조절된다. 과도한 탄수화물과 트랜스지방이 더 위험하다. 무조건 콜레스테롤을 낮추려는 건 안 좋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과 호르몬의 주성분이다. 올라간 원인을 찾아야 한다. 스트레스·염증이 주원인이다. 염증을 치료하다 콜레스테롤이 쌓여 동맥경화가 생긴다. 부신피로·갑상선저하·에스트로겐 불균형에서 올라간다. 무조건 약을 거부하는 건 안 좋다.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병·심장시술·뇌졸중·신부전 등 고위험군인 경우 고지혈증약을 먹어야 한다.

“당뇨병은 초기 진압이 중요하다.” 당뇨병이 급증하고 있다. 성인 당뇨 인구가 500만 명을 넘었다. 떠도는 당은 작은 혈관을 손상시킨다. 콩팥·망막·말초신경이 망가진다. 공복보다 식후 혈당이 높을수록 더 위험하다. 무조건 혈당을 낮추는 것은 안 좋다. 인슐린 올리는 약은 처음부터 쓰면 안 된다. 혈당이 올라가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스트레스·당분이 주원인이다. 둘 다 인슐린저항성을 일으킨다. 뚱뚱한 당뇨는 뱃살에서 잘 오고, 마른 당뇨는 허벅지근육 부족에서 잘 온다. 최근 뚱뚱한 당뇨병이 80%로 늘었다. 뚱뚱한 경우 예후가 좋다. 체중을 10%만 감량해도 당뇨병이 70% 낫는다.

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대사증후군에서 벗어나는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짐을 내려놓자. 낙타가 등에 무거운 짐을 싣고 산을 넘고 있었다. 주인이 물었다. “오를 때가 문제인가? 내려갈 때가 문제인가?” 낙타가 대답했다. “주인님, 등에 있는 짐이 문제입니다.” 많은 것을 내려놓자.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다. 모든 집착은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내 욕심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에서 온다. 과도한 짐을 내려놓을 때, 여유와 평안이 찾아온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한다. 고된 생활에서 벗어나자. 수면·운동·휴식이 중요하다. 무조건 잘 자고, 무조건 잘 쉬고, 무조건 잘 먹자.

둘째, 뱃살을 줄이자. 가공식품을 피하자. 가공식품은 열량·염분이 높다. 가공 과정에서 영양소가 사라진다. 식품첨가물도 들어 있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먹자. 식이섬유는 지방·당분의 흡수를 막는다. 담즙을 배설해 콜레스테롤도 낮춘다. 식후 혈당을 낮춰 인슐린 스파이크를 막는다. 좋은 지방을 먹자. 포화지방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촉진한다. 과도한 콜레스테롤 섭취도 줄이자. 불포화지방을 먹자. 올리브유나 아보카도가 좋다. 견과류를 즐기자. 식이섬유와 지방이 풍부하다.

집착에서 벗어나야

셋째, 허벅지근육을 키우자. 하체 운동을 하자. 허벅지근육은 인슐린저항성을 막아준다. 하루에 30분은 걷자. 가능하면 승강기를 타지 말자. 매일 스쿼트를 100번씩 하자. 좋은 고기를 먹자. 운동 후 먹으면 근육 생성에 공헌한다. 콩은 밭에서 나는 완벽한 고기다. 두부는 90% 흡수된다. 붉은 고기보다 흰 고기가 좋다. 먹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골고루 먹자. 고기·지방·야채·당분 순서로 먹는다. 천천히 먹자. 20분 정도 유지하며 오래 씹어 먹는다. 적당히 먹자. 넘치는 식사는 살이 된다. 지나치면 모자라느니 못하다.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497호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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