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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테크의 테크에 의한 테크를 위한 

 

이용관 대표 “세계로 뻗을 수 있는 것은 기술뿐”… B2B·하드웨어 등 소외된 스타트업 집중 육성

▎지난 4월 2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블루포인트 2019 데모데이에서 이용관 대표가 사업설명을 하고 있다. / 사진:블루포인트
한국은 공업 중심 수출 국가로 경제 성장을 일구었지만, 기술 천시 풍조가 만연하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현장 근로자·엔지니어들을 일상적으로 ‘공돌이’로 낮잡아 부르고, 20~30년 전만 해도 학부모들은 “공부 못하면 기술이나 배워라”라고 자녀들을 꾸짖었다. 조선시대 때부터 이어져온 유교적 관습, 압축 성장기 정치 리더십과 경영자들에 의한 프로젝트 위주 개발 전략 등 원인을 찾자면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 결과 한국에서의 ‘개발’은 창의적 일이기보다 노동집약적 분야로 받아들여지며, 이런 문화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요즘에는 ‘엔지니어를 갈아 넣는다’는 거친 표현도 곧잘 사용된다.

개발은 산업 가치사슬 중 가장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 취급을 받다 보니, 기술회사 창업은 돈도 명예도 손에 쥐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연히 투자를 받기도 어려워, 기술 개발에 열정을 쏟아 넣으려는 스타트업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에도 산업기술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AC)·벤처캐피털(VC)도 더러 있다. 세상에 없던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에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국내 대표 선수 가운데 하나다. 블루포인트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2014년 7월 창립해 10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주력 분야는 바이오와 헬스케어·모빌리티·인공지능(AI)·센서·소프트웨어·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영역 스타트업이다. 블루포인트는 100개 투자 기업 가운데 97곳을 엔젤 투자 등 시리즈A 이전 초기 단계에 투자했다. 이 중 절반인 46%의 초기 혁신 스타트업은 예비 창업 단계에 발굴했다. 사업 기획부터 참여해 기술개발 비전을 설계하는 한편, 사업화 방향을 함께 그리기 위해서다. 특정 기술에 처음 도전하는 스타트업의 가치를 높게 보고 성장 가속화의 길을 여는 것이 강점이라는 게 블루포인트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97%가 엔젤 등 초기 투자, 예비 창업자 비중도 46%


실제 블루포인트가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블루포인트 포트폴리오 회사 중 32.5%가 기술 사업화와 시장 접근 전략, 피봇 등 경영 관련 지원이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30%는 후속 투자 유치 지원을 꼽았다. 블루포인트가 초기 투자한 기업 중 80%는 2년 안에 후속 투자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모습이다.

블루포인트가 투자한 기업 전체 가치는 약 8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태껏 블루포인트가 투자한 누적 투자 금액은 약 170억원. 초기 투자와 엑셀러레이팅 작업을 마중물 삼아 49배가량의 가치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1위 민간 다크웹 분석업체 S2W랩, 초소형 상업 위성 개발사 페리지항공우주 등 스타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블루포인트가 스스로를 ‘창업기획사’로 평가하는 이유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대기업은 경험·자금·조직은 물론 하물며 시간까지 많다. 무언가에 도전함으로써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뜻”이라며 “이에 비해 모든 것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스타팅포인트가 어딘지가 중요하다. 비전을 중심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블루포인트는 ‘지속가능성장기술’ ‘산업기술’ ‘밀레니얼기술’ ‘미래 기술’ 등 크게 네 분야의 스타트업을 투자, 육성하고 있다. 경쟁 심화를 이겨낼 수 있는 혁신적 하드웨어를 갖춘 회사, 새로운 세대의 가치를 이해하는 한편 순수한 호기심을 미래로 발전시킬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온디맨드 서비스의 경우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고, 국가별 특징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확대가 어렵다. 이에 비해 기술형 스타트업은 언어·문화적 장벽을 뛰어넘을 필요가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세계 시장으로의 확대가 용이하다. 블루포인트는 요즘 흔치 않은 기술 기반의 하드웨어 스타트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세계 최초 기술·아이디어를 가진 회사에는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도 “개발자들이 대기업에 갇히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창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공학적 이해와 이를 사업화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조직을 꾸렸다. 블루포인트는 현재 대표이사와 파트너·심사역 등을 포함해 총 29명이 근무 중이다. 대부분 공대 출신이며 산업현장에서 엔지니어 활동을 했거나 창업을 경험한 인력들이다.

블루포인트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물리학학·석·박사를 마쳤으며,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흔히 ‘공대 형’으로 불린다. 기술 기반 기업에 강한 애착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이 대표는 박사 과정을 밟던 2000년 반도체 스타트업 ‘플라즈마트’를 창업한 바 있다. 플라즈마 발생·측정 제어장치 개발사로, 2012년 미국 나스닥 상장사 MKS에 약 300억원에 매각했다. 이 대표는 “창업 후 겪은 어려움을 똑같이 겪을 후배들을 돕고 싶다”며 2014년 블루포인트를 설립했다. 기술 기반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본사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뒀다.

창업 경험 많은 인력 모인 ‘창업기획사’

블루포인트는 창업투자회사·신기술금융사가 일반적인 여타 AC·VC와는 달리 주식회사로 자기자본 투자를 한다. 블루포인트가 스타트업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 위해 채용 공고나 홍보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일반 펀드보다 강한 관리와 책임 투자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20억원을 투자하는 등 기존 금융·증권 회사들도 블루포인트의 엑셀러레이팅 전략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황희철 블루포인트 이사는 “기술 기업 창업자들은 사업과는 거리가 먼 전공·경력 출신인 경우가 많아 이를 사업적 관점에서 보완하고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른 AC·VC에 비해 심사역이 많은 것도 일대일 담당 등 지원 수요가 많기 때문이며, 실제 개별 회사와 함께 일하는 것처럼 업무를 수행 중이다. 앞으로는 교육 등 공통 분모는 시스템화함으로써 개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498호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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