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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 달러화 매입시 점검 사항] 단기 차익 노린 달러화 투자는 신중해야 

 

부정적 현실이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된 것은 아닌지 확인 필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Seeing is believing)’라는 진부한 말이 있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우리가 가진 믿음이 우리가 무엇을 볼지 결정한다.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는 그의 책 [믿음의 탄생]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믿음과 상충되는 정보를 무시한다고 역설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종교적 믿음과 정치적 믿음이 이성적 사고를 무력화시키며 오히려 견고해지는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류가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인 금융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금융시장에서 확인되는 객관적 사실보다 본인의 직감과 믿음을 뒷받침하는 주장에만 귀 기울이며 대담하게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러한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넘쳐 흐르는 정보는 투자자들을 잘 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동시에 예측 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기도 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개인들의 금융시장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투자 성과도 그만큼 향상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개인의 종교적 믿음과 정치적 믿음의 대가는 정신적 보상을 높이는 반면, 만약 그 믿음이 그릇된 것이라 하더라도 경제적인 손실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금융시장에 참가한 개인이 객관적 정보를 무시하고 자신의 믿음을 강화시키는 정보와 주장만을 받아들여 의사 결정까지 이를 경우에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할 위험이 커진다.

주식시장에서 확인되는 개인들의 믿음


코로나19가 훑고 간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은 올 1분기에만 137억 달러(약 16조원) 빠져 나갔는데, 3월에만 83%가 집중적으로 유출되었다. 외국인은 1분기에 일본 증시에서도 534억 달러를 빼 나갔고, 시가 총액 측면에서 한국 주식시장과 엇비슷한 대만 주식시장에서도 179억 달러를 인출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최악의 대유행을 일으킨 코로나19 충격은 한국 금융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외국인 자본이 떠난 빈 자리를 개인 투자자들이 채운 것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도래한 절호의 우량주 저가 매수 기회라 보고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삼성전자 등 우량주가 상승 곡선을 그린 경험은 이번 코로나19의 파고를 견디면 결국 우량주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을 형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형 우량주였으나, 삼성전자와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온 주식도 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기존의 우량주들은 각기 다른 길을 걸을 것이고 새롭게 약진하는 기업도 등장할 것이다.

금융시장의 급변동 속에 달러화에도 개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296원까지 치솟았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인 3월 19일이니, 1250원 아래로 내려오자 적극적으로 달러화 매수 의향을 보인 개인들이 생겼다.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환율 상승에 의한 차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있었고,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염려에 달러화를 서둘러 사야 할지 고민하는 유형도 있었다.

달러화 단기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고민하고 있다면 3가지 리스크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첫번째 리스크는 일부 투자은행들의 시각처럼 금융시장이 바닥을 지났을 가능성이다. 경제 지표는 2분기에 더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금융시장이 벌써 바닥을 지났고 당초 우려에 비해 긍정적인 상황이 전개된다면 1200원 대의 높은 환율에서 달러화를 사는 것은 패착이 되거나 오랜 인고의 시간을 감내해야 될 수도 있다. 일반인들의 인식은 현재에 무게를 둔다면 금융시장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를 반영하고 경기에 선행하여 움직이며, 일말의 개선 신호라도 포착하면 재빠르게 반응한다. 환율 등 최근 금융시장의 가격 변화가 개선된 전망을 반영한 것은 아닌지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 리스크는 미국 연준의 존재다. 3월 금융시장의 폭락 과정에서 나타난 달러화 유동성 경색 및 급등 현상에 연준은 정책을 쏟아 부었다. 정책이 안 통하자 정책을 또 쏟아 부었고 그래도 안 통하자 또 쏟아 붓는 과정을 반복했다. 시장이 반응하며 달러화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고 더 강력한 정책을 밀어 붙이는 기세다. ‘감히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을 적나라하게 증명해 보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경제 환경에서 달러화는 상승한다는 스스로의 믿음이 틀릴 위험은 없는지 냉정하게 체크해 봐야 한다. 부정적인 경제 환경에서, 가치의 안정성과 높은 유동성을 자랑하는 제일의 기축통화 달러화 가치가 경험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문제는 개인의 인식 속에 ‘부정적인 경제 환경’이 강하게 뿌리 내려, 상황의 변화를 적시에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투자자 개인이 인식하는 부정적인 경제 현실이 이미 금융시장 가격에 반영된 뒤 전망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의사결정에 이성이 아니라 감정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등 비합리적 요소는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매수해야 한다면 분할매수 고려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할 수는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듯 하다가 2차 확산 사태가 시작될 수도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마비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부채 리스크가 향후에 터지며 일부 기업들이 도산하고 일부 국가는 금융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전개되더라도 투자자가 기준점을 직전 고점인 1296원으로 두고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달러화 상승에 베팅하여 단기간에 이익을 취하려 할 때, 기대와 달리 움직일 리스크는 무엇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다른 대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달러화 투자에 대한 판단은 경우에 따라 투자를 철회할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유학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면 달러화 매수는 시기와 레벨의 문제일 뿐 반드시 달러화가 필요해 상황이 다르다. 이 경우에는 달러화 매입시 분할 횟수가 늘어날수록 거액을 높은 환율에 잡게 될 리스크가 감소하므로 가급적 여러 차례에 걸쳐 분산하여 매입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1533호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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