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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도덕적 책무’ 있어도 ‘현실적 책임’은 없다? 

 

중개업체는 중개만 알선, 책임은 발뺌… 재무·임대 실사, 법률 검토해야

▎꼬마빌딩을 매입할 땐 중개인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법적 요건을 따져봐야 한다. / 사진:백경비엠에스
국내 꼬마빌딩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고 매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만큼 그들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10년 넘게 컨설팅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쓰고 확인해야 하는 것은 모두 투자자 본인의 몫이다.

이유는 빌딩 매입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임대수익을 내야 하는 단계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빌딩을 중개해주는 국내 법인회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많은 거래 실적과 함께 변호사·회계사·건축사 등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문제가 왜 발생하는 걸까? 과연 그들이 그곳에 근무하고 있는지, 그리고 투자자가 매입하려는 빌딩까지 관심을 갖고 컨설팅해주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소비자·중개업체의 ‘중개수수료’ 의미 서로 달라 마찰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A씨는 2013년 서울 용산구 한남오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빌딩을 약 40억원에 매입했다. 매입 후 국내 유명 커피전문점의 입점을 위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동시에 종교시설·유흥주점 등의 기존 임차인을 모두 명도했다.

커피전문점과의 임대차계약 주요 내용은 A씨가 건물 내·외부 수리, 승강기 설치 등 약 10억원에 해당하는 대수선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공사는 대수선공사로 분류되고 대수선공사는 건물 자체의 가치가 증가된다고 여겨져 지자체가 취득세를 부과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용산구청에 취득세를 신고하기 위해 방문한 A씨는 담당 공무원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취득세 납부가 아닌, 건물의 준공 즉 사용승인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며칠 후면 커피전문점의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는 시점이었고 만약 임대인인 A씨의 사정으로 임차인의 인테리어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손해배상까지 해줘야 한다는 계약 내용이 떠올랐다. 매입한 빌딩이 건축된 대지 중 일부는 구유지었던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약 1평 남짓한 구청 소유의 토지 위에 A씨의 건물이 건축됐던 것이다.

위 사례를 해결할 수 있는 간단 명료한 해법은 구유지 위에 건축된 건물 일부를 철거하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지 아니한가? 하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인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A씨는 한 평 넘는 대지를 매입하기 위해 약 6000만원을 지출했고, 취득세까지 납부했다. A씨는 중개를 해줬던 법인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명분은 매매금액 0.8%에 해당하는 비용을 중개수수료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그들의 답변은 중개하는 모든 물건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는 것과 함께 중개만 해주는 것이지 중개 과정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당사자 간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사례는 과연 누구의 잘못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부동산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개인에게 매입을 의뢰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다. 이 때문에 업체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꼼꼼하게 문제점을 발굴하고 해결해줘야 하는 것일까? 중개인으로서 도덕적 책무라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떠한 것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 것인가?

그동안 50억~1000억원대의 빌딩 매입과 매각자문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토대로 소비자가 꼭 확인해야 하는 원칙 사항을 몇 가지 꼽아봤다. 첫 번째, 빌딩에 대한 물리적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다. 즉, 시설물에 대한 진단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분석해 현재 부동산의 가치를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중대형 건물은 이런 물리적 사항에 대한 확인을 통해 궁극적으로 매입 금액을 낮추기도 하며, 이와 동시에 빌딩 매입 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수선비용을 예측할 수도 있다. 물론 투자자가 직접 수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 자산관리업체 등에 위탁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투자자들은 이러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조금 더 안정적으로 매입하려고 하는 추세다.

두 번째, 빌딩에 대한 법률적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다. 빌딩을 매입할 때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실과 법률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꼬마빌딩은 임대차 계약과 관련한 사항이 대부분이며, 생각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빌딩도 다수 있다. 이 또한 투자자가 직접 수행하기는 어려워 법무법인에 위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꼬마빌딩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 즉, 당사자끼리 합의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수 있어 법률적 사항에 대한 위탁 여부는 그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

규모 작아도 부대비용 지출 효용성 점검해야

세 번째로는 꼬마빌딩에는 많이 적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부동산 펀드, 리츠 등의 간접투자 또는 중대형 빌딩 매입시 실시하는 재무(회계) 실사와 임대실사다. 재무실사는 임차인의 체납 현황과 함께 수익률을 산정해주는 것이다. 임대실사는 매입 대상 빌딩 주변의 적정 임대가와 매매가 등에 대한 시장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임대실사의 경우 최근 인근 부동산 임대시세와 매매시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부동산 정보 플랫폼이 활성화돼 있어 투자자가 발품을 팔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빌딩의 모든 부분에 대한 실사를 통해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빌딩을 매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꼬마빌딩을 매입하기 위해 각종 부대비용을 과하게 투입하는 부분에 대해선 투자자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명한 투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이 본인과 같을 수는 없다. 부동산 거래 역시 내가 갖고 있는 패를 모두 보여줬다가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 투자자문 본부의 컨설팅 팀장이다. 정부 공공기관의 부동산 투자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자격(SIOR)을 갖고 있다.

1534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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