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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주가가 팬데믹 이전 고점에 접근했다고? 

 

단기급등-조정국면-둔화지속 전망… 투자기회는 또 온다

▎지난 4월 7일 코스피 지수는 1922.77까지 오르며 팬데믹 이전 고점과 15% 차이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이후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돼도 세상이 질병 확산 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란 얘기가 많다.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데다 사안의 성격상 앞으로 언제든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세상이 여기에 맞게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타당성 있는 얘기다. 이런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당장의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주가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고점과 15%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지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주식시장은 당장의 주가에 먼 미래 얘기를 반영하는 게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자연히 시장의 관심은 코스피 1430, 미국 나스닥 6860에서 시작된 상승이 곧바로 이전 고점을 회복할지 아니면 중간에 한번 꺾여 휴식을 취할 지로 모아지고 있다.

당초 시장의 예상은 미국 시장이 하락의 50% 정도를 회복한 후 두 번째 조정에 들어갈 거란 전망이 많았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돈을 경기 회복에 쏟아 부어도 코로나19로 심각한 내상을 입은 만큼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IT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처럼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 주가가 반등 이후 또한번의 하락이 있었던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위기시 주가 하락은 1차, 2차로 진행

1997년 7월 800 부근에 있었던 주가는 외환위기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500으로 떨어졌다. 위기 발생에 따른 공포 때문이었다. 실제 위기가 발생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자 350대까지 또 한번 떨어졌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일어났다.

1998년이 시작되자마자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한 달 사이에 68% 상승했다. 뉴욕에서 외채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때마침 외국인도 매수에 나서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힘을 보탰다. 이 시점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우량 기업의 주가는 이미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리고 또 한번의 반전이 일어났다. 외국인 매수가 뜸해진 3월부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해 석달 만에 277까지 52% 하락했다. 외환위기 발생 직후 기록했던 저점보다 더 내려온 건데 이 때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손실을 봤다.

2000년은 나스닥 지수 하락이 특히 컸다. 3월 10일 5050 부근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IT버블 붕괴로 한달 만에 3321까지 34% 떨어졌다. 최고점에서 갑작스런 하락, 보기 드문 하락 속도 등 많은 부분이 이번 하락과 비슷했다. 이후 나스닥 시장은 여러 번 반전을 겪었다. 15일 만에 20% 상승했다가 한 달도 안 되어 다시 저점 밑으로 떨어져 8월에 3000부근까지 내려왔다. 이를 바닥으로 마지막 30% 넘는 상승을 기록한 후 하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IT버블 붕괴와 1930년 대공황이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2대 버블로 얘기될 정도로 심각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하락은 여러 번의 반등을 거친 후 시작됐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어도 주식시장은 중간에 한두 번의 강한 반등을 통해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금융위기 때도 사정이 비슷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한 직전 1250이었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740까지 40% 하락한 후 25% 상승했다가 마지막에 660까지 떨어졌다.

이런 주가 움직임을 통해 큰 사건이 발생할 때 시장은 ‘위기 발생에 따른 공포-상황이 정리되면서 오는 안도-실제 지표 확인에 따른 불안’ 순으로 반응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4월에는 주가가 올랐지만 곧 하락이 다시 시작될 거라 전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1분기 실적, 정책에 대한 기대감, 과거 경제에 대한 경험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 이런 우려와 달리 주가가 전망을 훌쩍 뛰어넘는 상승을 기록했다. 주가가 이렇게 강하게 움직인 건 1분기 기업실적의 영향이 컸다. 1분기 이익이 급감할거란 예상과 달리 실적 발표를 끝낸 기업 중 40%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놓았다. 이렇게 되자 시장에서는 코로나19에 압도돼 실적 전망을 너무 낮춘 게 아닌가 하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모습은 해외기업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1분기 주당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줄어드는데 그쳤다. 에너지 및 여행 등 코로나19의 영향을 심하게 받은 부문을 빼면 감소 폭이 더 줄어든다. 여기에 애플, 아마존 등 질병의 영향을 덜 받는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더해져 실적 둔화의 영향력이 더 약해졌다.

정책에 대한 기대도 주가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고 한 달 사이에 세계 각국에서 6조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미국은 부양 대책 규모가 GDP의 13%에 달하는데 금융위기 이후 2년간 실제 집행액이 GDP의 6%였던 걸 감안하면 이번 부양대책이 얼마나 큰 액수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1, 2차 양적 완화를 발표했을 때 주가가 각각 70%와 60% 올랐고 정책의 피로도가 높아진 3차 양적완화 조차도 주가를 40% 넘게 끌어올린 걸 감안하면 주식시장이 정책에 강하게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

위기 이후 경제에 대한 경험도 주가 상승에 한 몫을 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모두 처음에는 장기침체를 걱정했지만 6개월이 지난 후 경제가 V자 형태로 강하게 반등했다.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을 때에도 길지 않은 시간에 경기가 급등했는데 이번에 그렇게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 고려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미국 경제가 오랜 확장으로 피로도가 높은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경기 둔화가 있었을 거란 의미가 된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국내외 경제는 하반기쯤 반등에 들어가 코로나19 확산 전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반등을 끝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낮은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다.

3월 중순 이후 주가 상승이 하반기에 나올 수 있는 V자 경기 반등을 반영한 거라면, 이제는 질병 이전에 못 미치는 회복을 주가에 반영할 때가 됐다. 경기가 둔화된 그림이 빨리 나올지 아니면 늦어질지는 경제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4월 우리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3% 줄었다. 경기 둔화가 2분기부터 시작될 것임을 보여주는 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경기 반등이 짧게 끝나고 이후 둔화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주가가 바닥에서 500포인트 이상 상승한 만큼 쉬어가는 게 당연하다. 투자는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해야 한다. 굳이 단기에 크게 오른 상태에서 주식을 매수할 필요가 없다. 투자 기회는 기다리면 또 온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34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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