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돈 버는 사람 VS 돈 잃는 사람 

 

레버리지의 양면성... 현실 파악한 ‘시대감각(感覺)’이 있어야

▎사진:© gettyimagesbank
8년 전쯤의 일이다. ‘돈 버는 사람 vs 돈 잃는 사람’이란 주제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고사했다. 돈 버는 사람과 돈 잃는 사람을 변별할 수 있는 기준이 과학적인 것도 아니고, 필자가 엄청 부자라서 떳떳하게(?) 둘의 차이에 대해 확언을 할 형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사 요청이었던 탓에 결국 강의를 수락했다.

8년 전의 일을 떠올리게 된 계기는 최근 투자자들의 레버리지(부채)에 대한 관대함을 보면서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집을 산다는 ‘영끌’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금융시장에서는 레버리지 관련 투자 상품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한쪽에서는 조바심에서 빚을 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빨리 돈을 벌기 위해서 레버리지를 활용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바심이나 시기심에 따른 투자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세상에 빨리 부자가 되는 법은 때때로 지옥으로 열린 문인 경우가 많은 법이다. 실제 영끌해서 부동산 매입한 사람들은 마음이 불편하고, WTI 원유 선물 레버지리와 인버스 ETF에 들어온 2조원 가량의 개인투자자 자금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를 하다보면 실패할 수 있고, 돈을 잃을 수 있다. 핵심은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가이다. 큰 성공이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하듯 실패가 추후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게 인생사 아니던가.

돈 버는 사람과 돈 잃는 사람을 엄밀하게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측정 방법은 없다. 경험칙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경험칙은 대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세계적인 거부(巨富)나 투자가들이 여전히 들려주는 얘기이다.

부채는 선한 천사인가?

먼저 부채에 대한 인식이다. 과연 부채는 선한 천사인가. 부동산 상승기에 최대한 빚을 끌어내서 산 아파트가 폭등한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는 선한 천사일 것이다. 반면 이들의 성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고통스럽다. 시기심과 부러움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원시시대의 작은 공동체에서 진화해 온 인간의 심성에는 가까운 이들의 성공을 볼 때 시기심이 자리하고 있다.

시기심은 인간의 본성이다. 시기심은 전염성이 있다. 타인의 성공에 시기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주식이나 부동산의 자산 가격이 가팔라지면, 시장은 흥분과 열광으로 가득해진다. 이에 비례해 부채도 증가한다. 대부분의 자산시장에 발생하는 위기의 배경에 과도한 부채가 자리 잡은 배경이다.

긴 호흡으로 보면, 과도한 부채는 극소수의 성공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사람들을 투자 실패로 이끈다. 과도한 부채는 인생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의 얘기를 들어 보자. “사업과 인생 모두 제일 약한 고리에서 끊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중략)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가장 약한 연결고리입니다. (중략) 나의 경험상 가장 약한 고리는 술과 레버리지예요.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술과 레버리지 때문에 실패한 사람을 많이 봤어요.”

돈 버는 사람들은 부채를 활용하지만 부채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급적 부채 없이 투자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부채를 활용할 뿐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는다. “나는 월스트리트의 똑똑한 사람들이 재기불능의 실패를 하는 것을 자주 봤어요.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자신의 능력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버핏의 말이다.

지식에 대한 태도도 중요하다. 투자의 세계는 풋내기의 돈을 노련한 투자가들이 가져가는 곳이다. 마치 사자의 사냥과 비슷하다. 사자는 사냥할 때 몸이 튼실하고 건강하며 잘 달리는 얼룩말을 노리지 않는다. 늙고 힘이 없거나 자기 보호 능력이 떨어지는 새끼를 목표로 삼는다. 투자의 세계에서의 생존도 결코 쉽지 않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기 보호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식이다. 경제가 작동되는 원리, 자산을 평가하는 방법, 주식투자라면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 등의 지식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해 경제신문 정도는 사전의 도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야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식만이 전부는 아니다. 뛰어난 지식인이 뛰어난 투자가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증인은 많다. 물리학의 창시자 아이작 뉴턴,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지만 대공황기에 큰돈을 날린 어빙 피셔, 창조적 파괴의 개념을 경제학에 도입한 혁신의 경제학자였지만 주식투자로는 재미를 못 본 조셉 슘페터 등은 지식과 투자 성적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생생한 증인들이다.

지식보다 감정적 훈련이 더 중요

지식에 더해 감정적인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증권 분석의 아버지 벤자민 그레이엄은 투자에서의 ‘현명함’을 IQ나 시험점수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성격과 관련된 특성으로 보았다. 시장의 유혹과 재미에 인내하고 기다리며 또 실패를 하더라도 거기서 배우려는 자세로 여겼다. 그레이엄이 인간의 성격이나 기질을 지식보다 더 중요한 투자자의 덕목으로 꼽은 것은 투자 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완벽한 예측을 할 수 없고 매번 이길 수도 없다는 사정과도 연결된다.

그리고 ‘운(運)’이 있어야 한다. 운은 사주팔자일 수도 있고 부모 복(福)일 수도 있고 시대를 잘 만나는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명리학자가 아니므로 사주팔자나 조상 복은 언급할 능력이 없다. 현실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시대적 운(運)’이다. 다른 말로 ‘시대감각(感覺)’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두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이 어떤 곳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고성장 시대인지 저성장 시대인지, 도시가 확장되는 시대인지 멈춘 시대인지, 산업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어 나가는 지 등을 들 수 있다. 인간은 일부 뛰어난 지성을 제외하곤 자기 시대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고 투자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붓글씨를 써 주곤 했다. 즐겨 썼던 글은 ‘운(運), 둔(鈍), 근(根)’, 세 글자였다. [호암어록]에 이 세 글자의 의미를 이렇게 적고 있다. “사람이 성공하는 세 가지 요체가 있는데 운, 둔, 근이다. 운을 놓치지 않고 운을 잘 타고 나가려면 역시 운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일종의 둔한 맛이 있어야 한다. 운이 트일 때까지 버텨 나가는 끈기, 굳은 신념이 있어야 한다. 둔과 근이 따르지 않을 때는 아무리 좋은 운이라도 놓치고 말기가 일쑤이다.”

세상살이가 힘들거나 시장이 급변동 할 때는 빨리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실제 일부는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반대로 빨리 돈을 잃는다. 때로는 돈을 버는 법 보다 돈을 잃지 않는 법을 먼저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잃지 않는 법보다 빨리 돈을 버는 법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듯하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533호 (2020.05.1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