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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영의 팝콘 심리학]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반심리학(Reverse psychology)’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에 또 비상… 반대로 가려는 본성 억제해야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에 전국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4월말 서울 홍대 앞 클럽 모습.
독일이 지금과 같은 한 나라이기 이전인 18세기 중반, 프로이센 왕국의 3대 국왕이었던 프리드리히 2세는 대표적인 계몽군주이자 스스로를 ‘국민의 첫 번째 종’이라고 말했던, 봉사하는 군주 롤 모델의 선구자였다. 유럽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유능한 국왕이라 인정받는 그는 자신의 재위 기간 동안 프로이센을 유럽의 대표적인 강국으로 키워냈다.

그의 수많은 업적 중에 하나가 식량으로서 감자의 보급이다. 당시 프로이센에 감자가 재배되기는 했지만 주로 돼지먹이였을 뿐 사람이 먹을 음식으로는 대접받지 못했다. 덕분에 주식인 밀농사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국가 전체에 식량위기가 닥치곤 했다. 국왕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감자를 주식으로 보급하려 했지만, 오랫동안 돼지에게만 줘왔던 작물에 대한 거부감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개도 안 먹는 걸 사람보고 먹으라는 거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 국왕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하나는 왕 본인이 매일 한번 이상 반드시 감자요리를 먹는 솔선수범을 보인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감자를 ‘돼지나 먹는 음식’으로 격하시킬 수 없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좀 더 교묘한 방법이었는데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리고는 왕실 소유의 경작지에 대규모로 감자를 재배하면서 왕실의 최정예 경호대에게 경비를 맡긴 것이다. 물론 경비대의 진짜 역할은 감자밭을 지키는 것도, 감자를 훔쳐가려는 농민들을 처벌하는 것도 아니었다. 경비대는 낮에는 엄중하게 호위하는 시늉을 했지만, 밤이 되면 밭을 허술하게 놓아두었기에 조금만 조심하면 누구나 감자를 훔쳐갈 수 있었다.

‘미운 세 살’의 기원은 청개구리 본능

이때부터 감자의 지위는 격상되었다. 돼지에게나 주는 악마의 작물에서, 국왕이 매일 먹는 음식, 귀족이나 먹을 수 있는 음식, 최정예 근위대가 지키는 고귀한 음식이 된 것이다. 너도나도 이 귀한 감자를 먹고 싶어 했다. 덕분에 감자는 아주 짧은 기간에 프로이센 국민의 주식으로 보급되었고 지금도 독일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재료로 사랑받고 있다. 감자는 실제로 영양분이 균형 잡힌 매우 훌륭한 식재료다. 경작하기도 쉽고 강인해서 안정적인 식량공급원으로서의 가치도 매우 높다.

하지만 국왕이 국민들에게 이런 감자의 장점을 홍보하는데 주력했다면 감자의 보급은 더 늦어졌을 것이다. 어째서인지 사람들은 남이 강권하는 건 의심스럽고 괜히 하기 싫어지는 반면,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더 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반심리학(Reverse psychology)’ 혹은 ‘역심리학’이라고 부른다.

반심리학은 인간의 본성이다. 미국 캔자스대학 심리학과 학생이었던 샤론 브렘(S.Brem)은 1977년 미국 사회 및 성격심리학회지에 지금도 여러 교과서에서 인용되는 유명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녀는 2살 전후의 아이들을 여러 개의 매력적인 장난감이 있는 방에 데려다 놓고 아이들이 주로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지를 관찰했다. 장난감 중에 어떤 것은 유리벽 뒤에 놓여 있었다. 어떤 유리벽은 높이가 낮아서 그냥 손을 뻗으면 장난감을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유리벽은 상당히 높아서 장난감을 가져오려면 벽 뒤로 빙 돌아가야 했다.

관찰 결과, 장난감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유리벽 뒤에 있는 장난감이 인기 있었고, 그 중에서도 높은 유리벽 뒤에 있어서 번거롭게 뒤로 돌아가서 가져와야 하는 장난감이 가장 인기 있었다. 아이들은 그곳에 있는 장난감을 유리벽과 상관없이 놓여있던 장난감들에 비해 최대 3배까지 더 많이 가지고 놀았다. 후속 연구결과, 이런 현상은 생후 2년 이전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3살부터는 아주 확실하게 나타났다. 그러니까 인간은 3살부터 청개구리 본능이 발현되는 존재인 것이다. 부모님들은 ‘미운 세 살’의 기원을 이제 확실히 이해하셨으리라.

반심리학이 작동하는 이유는 뭘까? 무언가 금지된 것은 그만큼 희귀하다는 뜻이다. 희귀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유용해 질 것이다. 그게 없는 것 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하자면, 희귀한 것에 주목하고 이를 확보하려들었던 인간이 더 많이 살아남고 더 많은 자손을 남긴 결과, 그 후손인 우리들에게도 희귀한 것에 대한 매력이 유전자에 각인된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본성이 3살을 경계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일까? 청개구리 심리가 삐뚤어진 인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발달심리학자들에 따르면 3살 때부터 우리에게는 ‘자아개념’이 생긴다. 자아개념의 가장 확실한 증상은 ‘자유’에 대한 의지다. 자유란 무엇인가? 내 뜻대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내게 자유가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일단 무조건 ‘싫어!’ ‘안 해!’ 라고 외치는 것이 3살짜리에게 깃든 자유의 첫 번째 증상인 것이다.

우리는 희귀한 것을 밝히던 조상의 후손이자 자아를 가진 인간이기에 누구나 반심리학적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케팅 분야의 설득전략 중에는 프리드리히 2세가 사용했던 것처럼 반심리학을 이용하는 전략도 있다. 요컨대 상대에게 의도한 방향이나 내용과는 정 반대의 의견이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이 내 의도 대로 행동하거나 의견을 정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몇 해 전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투표하지 마 (Don’t vote)’ 캠페인도 그런 전략 중 하나였다. 선거제도나 한 표의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나 환멸을 역으로 이용해서 결과적으로 투표를 독려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현실은 반심리학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경우보다는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경우가 더 많다.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은 실제로 당시 미국사회를 병들게 하던 알코올중독 풍조를 개선하려는 선한 의도로 시작되었고, 오랜 사회운동과 합법적 절차를 거쳐서 입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반심리학의 공식대로 흘러갔다. 술이 금지되자 사람들은 밀주를 미친듯이 마셔댔고, 밀주 유통을 담당하던 범죄조직의 덩치만 키워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알카포네’로 대표되는 미국 거대 마피아는 금주법 덕분에 탄생했다.

반심리학은 가정에서도 벌어진다.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전에 못하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공부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반심리학을 마구 사용한 결과, 게임은 실제보다 더 매력을 얻고 공부는 아주 심각한 손해를 보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비합리적 본성 노린다

지금 전세계는 팬데믹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일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직후에 이태원 클럽에서 터진 집단 감염을 두고 비난 여론이 불붙었다.

하지만 반심리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일들은 결국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우리가 인간인 한, 합리적이고 올바른 선택지가 있음에도 굳이 그 반대로 가려는 본성은 언제든 튀어나올 것이고, 바이러스는 그 기회를 아주 잘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인 것을.

※ 필자는 심리학 박사이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연세대에서 발달심리학으로 석사를, 온라인게임 유저 한일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심리학오디세이], [팝콘심리학], [무심한 고양이와 소심한 심리학자] 등을 썼고 [심리원리], [시간의 심리학],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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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5호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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