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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그룹 후계자 곽정현 KG케미칼 대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에 ‘겸직 다이어트’ 돌입 

 

캑터스PE 등기이사 이미 4월 사임… KG동부제철 성과에 집중할 듯

KG그룹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그룹 후계자인 곽정현 KG케미칼 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곽 대표는 1982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 학사와 미국 퍼듀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마쳤다. 기아자동차 해외영업본부에서 2011년까지 근무한 뒤 2013년 KG그룹에 합류했다.

KG그룹의 지배구조는 그룹의 모태인 KG케미칼이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곽재선 회장이 KG케미칼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KG제로인이 KG케미칼의 지분 20.87%를 확보하며 최상위 지배회사가 됐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KG케미칼을 대신해 KG제로인이 KG그룹을 지배하는 형식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기정사실화 돼 있다. 곽 회장의 장남인 곽정현 대표는 KG제로인의 지분 34.81%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의 중심축이 언제 변화를 시작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전후로 곽 대표는 불필요한 겸직을 줄이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곽 대표는 현재 KG그룹 내에서 11곳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KG케미칼,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KG동부제철, KG, KG제로인, KG ETS, KFC코리아, KG에프앤비, 스룩, KG스틸 등이다. 2019년 12월말까지만 해도 KG에너캠 등기이사에 포함됐지만 올해 1분기말 사업보고서에서는 제외됐다.

공정위 자료 제출 전, 캑터스PE 등기이사 사임


KG에너캠은 경상남도 함안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황산니켈 및 황산코발트 생산업체다. 물리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어려운 위치다. KG그룹 관계자는 “공시된 겸직 기업 외 특수목적법인(SPC) 등에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어 이참에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겸직을 줄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곽 대표의 ‘겸직 줄이기’는 사모펀드 캑터스 PE에서도 나타난다. 곽 대표는 정한설 캑터스PE 대표와 함께 ‘유이(惟二)’한 등기이사였으나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지난 4월 6일 사임한것으로 확인됐다. KG그룹 측에서는 곽 대표 개인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곽 대표가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시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서류 제출을 요구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공정위에서는 통상 3월초에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청한다. 3월 중에는 사업보고서 작성 등 변동사항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료 제출은 4월 말까지 진행된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KG그룹 측이 캑터스PE의 지분 3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공시에서 자유로운 사모펀드라도 KG그룹 총수 곽재선 회장과 특수관계인 곽 대표가 등기이사로 재임하고 있고,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 ‘공시대상 기업집단’ KG그룹에 포함될 수 있다. 실제로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는 동일인에게 지배력이 집중돼 있고 기업 경영 자문 등 컨설팅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번에 공시대상기업 집단에 지정된 바 있다. 캑터스 PE 역시 기업 경영 자문 등 컨설팅업을 등록해놓은 상태다.

캑터스 PE는 KG그룹 자산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동부제철 인수 과정에서 인수대금의 절반을 투입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여기에 정 대표와 함께 곽 대표가 등기이사에 올랐다는 점은 캑터스 PE와 KG그룹간의 특별한 관계를 상징하는 일이었다. 더구나 캑터스PE는 KG그룹 계열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 순화동 KG타워 10층에 입주해 있다. KG동부제철을 지배하고 있고, 곽 대표만이 유일하게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KG스틸은 KG타워 21층에 자리 잡고 있고, KG그룹 경영지원실도 21층에 자리한다. 또 운용중인 펀드 상당수에 KG그룹 계열사의 투자금이 들어와 있다. 공시된 내용만 살펴봐도 KG케미칼과 KG ETS, KG이니시스, KG제로인, ㈜KG 등이 투자했다.

이와 관련해 남동규 공정위 사무관은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될지 여부는 지분율과 실질적인 지배력 등을 기준으로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며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봐야겠지만 30% 이상 지분과 동일인이 등기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면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KG케미칼 대표 자리도 ‘연내 사임설’ 솔솔

겸직 축소 행보 속에 KG그룹 내부에서는 곽 대표가 연내 KG케미칼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곽 대표는 지난 2019년 10월 김경묵 전 KG케미칼 대표의 중도 사임으로 임시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 전 대표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였다. 곽 대표는 지난 3월말 KG케미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다시 선임되면서 정식 대표이사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 만료일은 2022년 3월 28일이다. KG그룹 측은 대표이사의 재직 관련 사항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다수의 계열사 등기이사를 겸직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G에너캠 뿐만 아니라 KG케미칼도 본사가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하고 있어 쉽게 방문하기 어렵다. 더구나 2019년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회사 운영을 담당하는 각 분야 총괄대표들은 모두 미등기임원이었다. 이 때문에 실제 경영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책임을 지는 등기 이사에 한명도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1분기 사업보고서에는 경영전략을 담당하는 김재익 상무보가 등기이사에 포함됐다.

KG그룹 내부에서는 곽 대표가 향후 승계구도와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KG동부제철의 성과내기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곽 대표는 KG그룹 경영지원실 전무와 KG스틸 대표이사, KG동부제철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KG그룹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곽 대표가 KG케미칼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지만 그룹 경영지원실과 동부제철 경영지원본부에서 전무로 재직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KG케미칼에 신경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KG케미칼 내부 업무는 대표가 아닌 각 분야 총괄대표가 맡아서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37호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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