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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대상 기업집단 신규 편입 5개사] ‘몸집 불린’ 장금상선·KG·삼양, 공정위 ‘사정권’ 

 

HMM 부채 증가로 편입… IMM 이탈 가능성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HMM(옛 현대상선), 장금상선, IMM인베스트먼트, KG그룹, 삼양그룹 등 5개사를 신규로 포함시키면서 이들 기업도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됐다. HMM은 지난해 적용된 국제회계기준(IFRS16)으로 부채가 늘어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편입됐다. KG그룹과 장금상선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세 확장으로 자산이 늘면서 합류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 6조5000억원이며, 장금상선은 6조40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는 6조3000억원, KG그룹은 5조3000억원, 삼양그룹은 5조1000억원으로 집계돼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공시 대상 기업집단 53위에 이름을 올린 HMM은 지난해 적용된 국제회계기준으로 2018년까지 부채에 포함되지 않았던 운용 리스가 부채로 인식되면서 자산이 늘었다. 여기에 글로벌 해운업계 흐름인 ‘대형화’ 기조에 맞춰 대형 선박 확보에 나선 것도 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M&A로 큰 장금상선·KG… 사모펀드 첫 입성 IMM

장금상선은 지난해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자산이 늘었다. 장금상선을 비롯해 계열회사 모두 비상장법인이라, 구체적으로 자산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KG그룹의 경우 지난해 동부제철(현 KG동부제철)을 인수한 영향이 컸다. KG그룹은 2018년 말 기준으로 자산총액 2조2337억원의 중견 그룹이었는데, 2019년 8월 말 동부제철 인수를 완료하면서 자산이 대폭 늘었다. 동부제철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2조3553억원에 달한다.

삼양그룹은 계열회사의 사채 발행과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면서 자산이 늘었다. 삼양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의 사채는 지난해 말 기준 6985억원으로, 2018년 말(3441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사모펀드로는 처음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IMM인베스트먼트는 최대주주인 지성배 대표가 IMM인베스트먼트 지분 76%를 확보하고 있는 최상위 회사인 유한회사 IMM의 지분 42.8%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감안돼 공시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지 대표가 IMM 지분을 통해 IMM인베스트먼트의 79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사모펀드 회사의 동일인(총수)이 자연인이 아닌 금융·보험회사라 공시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된 신규 5개사 가운데 KG그룹과 삼양그룹은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사익 편취와 관련해 공정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정위가 지난 2월부터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심사 지침(이하 심사 지침)’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새롭게 시행된 심사 지침에 따라 제공 주체와 제공 객체 사이의 직접 거래뿐만 아니라 제3자를 매개로 한 간접 거래도 규제 대상이다. 제공 주체는 동일인이 자연인인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소속회사이며, 제공 객체는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친족)이 상장법인은 30%, 비상장법인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공정위는 심사 지침에서 규제 적용 제외 기준을 정상적인 거래 조건과의 차이가 7% 미만인 경우와 거래 당사자 간 해당 연도 거래총액이 50억원(상품·용역 200억원) 미만으로 정했다.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정위 측은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회사가 직접 또는 지배하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도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규정했다. 장금상선의 경우 정태순 회장의 아들인 정가현씨가 지분 100%를 가진 관계회사들이 지난 10여 년간 급성장했는데, 장금상선이 영업력을 바탕으로 이들 회사에 사업 기회를 제공해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공정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있다. HMM은 총수가 자연인이 아닌 데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채이기 때문에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IMM인베스트먼트도 지성배 대표의 지분율 조정이나 IMM에 금융·보험업 추가하는 방식을 통해 공시 대상에서 얼마든지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공정위가 법 위반 여부 등을 근거로 총수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총수 일가의 위법 여부는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고, 공정위는 총수의 사익 편취 규제를 엄중히 집행해야 하는 기관”이라고 했다. 실제 공정위는 5월 27일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시정 명령과 과징금 43억9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히면서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공정위 측은 “박현주 회장의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1537호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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