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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으로 덩치 키운 KG그룹] ‘사모펀드’ 활용해 동부제철 품고 1년만에 덩치 두배 

 

순환·상호 출자로 얽힌 지배구조 ‘낙제점’… 지배구조 C·D 등급 수준

▎사진:황건강 기자
KG그룹은 국내 전체 기업집단 가운데 63위를 차지하며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1954년 KG그룹의 모태인 경기화학(현재 KG케미칼)이 설립된 이래 66년 만에 ‘준대기업’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KG그룹은 그룹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KG그룹은 지난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당시 그룹 자산총액이 2조2337억원(2018년말 재무제표 기준) 규모의 중견그룹이었다.

1년 만에 KG그룹의 자산총액을 두 배 가까이 불려준 핵심 계열사는 동부제철이다. KG그룹은 2019년 8월말 동부제철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그룹 전체 자산총액이 5조2560억원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동부제철의 2019년말 기준 자산총액은 2조3553억원으로, 전체 그룹 자산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화학·에너지·택배·언론사·KFC 등 왕성한 M&A


인수 전 그룹 자산총액에 육박하는 동부제철을 가져오기 위해 KG그룹이 투입한 자금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 2019년 5월 KG그룹은 KG케미칼과 KG ETS, ㈜KG 등 그룹 계열사들의 자금을 투입해 특수목적법인(SPC) KG스틸을 설립했다. KG스틸은 2020년 3월말 기준 KG동부제철 지분 39.98%를 보유하고 있다. 법인등기상 KG스틸은 비금융 지주사로 분류된다. 현재 KG스틸의 최대주주는 지분 48.88%를 갖고 있는 KG ETS다. 이어 KG케미칼이 19.45%, KG이니시스는 13.97%, KG제로인과 ㈜KG는 각각 10.47%, 7.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제철 인수를 위해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이 자금을 몰아넣은 모양새다.

최대주주는 KG스틸이지만 KG그룹이 동부제철 인수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곳은 ‘캑터스 프라이빗 에쿼티(PE)’다. 캑터스PE는 ‘캑터스스페셜시츄에이션제1호’라는 이름의 펀드를 통해 동부제철 인수에 1600억원을 투입했고 지분 31.98%를 확보했다. 캑터스PE는 IMM인베스트먼트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활약하던 정한설 대표가 2018년 독립해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활약하던 시절부터 곽재선 KG그룹 회장과 친분을 갖고 있었던 알려져 있다. 2018년 설립 이후 캑터스PE의 등기이사에는 곽재선 회장의 장남 곽정현 KG케미칼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곽 대표는 2020년 4월 6일 캑터스PE의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지만, 이 부분은 KG그룹과 캑터스PE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기보다는 KG그룹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지배구조는 본인들이 말해주지 않는다면 확인할 길이 없지만 KG그룹이 캑터스 PE의 지분 30% 가량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곽정현 대표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KG그룹과 정 대표의 캑터스PE 지분율이 바뀌었을 수 있으나 양측의 관계에 변화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부제철 인수 과정에서 드러나듯 KG그룹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잔뼈가 굵어진 곳이다. 구체적으로는 곽재선 회장이 2003년 KG케미칼 인수를 시작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외형을 급격하게 키웠다. 이어 2005년 열병합발전업체 시화에너지(이후 KG에너지로 사명 변경후 현재 KG ETS))를 인수했고, 2008년에는 택배회사 옐로우캡(이후 KG옐로우캡)을 사들였다. 2010년에는 폐기물 처리업체 에코서비스코리아(2011년 KG에너지와 합병 후 KG ETS로 사명변경), 펀드평가업체 제로인(현재 KG제로인), 언론사인 이데일리 등을 인수했다.

이후에도 인수합병 행보는 계속됐다. 2011년에는 전자상거래업체 이니시스(현재 KG이니시스)를, 2013년에는 에듀원(현재 KG에듀원)을 인수했다. 2014년에는 동부택배를 인수했다. 동부택배는 KG옐로우캡과 통합해 KG로지스로 출범했으나 2017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KG그룹은 향후 KG로지스 매각시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에는 올앳(이후 KG올앳으로 사명변경 후 2019년 KG모빌리언스와 합병), 2017년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KFC를 인수했다. 인수한 회사만 열거해도 KG그룹의 역사가 그려질 정도다.

인수합병 속 거미줄처럼 얽힌 지배구조


인수합병을 거듭하는 사이 그룹 지배구조는 거미줄처럼 얽혔다. 계열사간 상호출자는 물론 일부 계열사는 순환출자 고리도 형성하고 있다. KG그룹의 지배구조는 기본적으로 그룹의 모태 KG케미칼이 중심축이다. KG케미칼이 KG이니시스와 KG에너캠, KG네트워크CIS, KG스틸, KG ETS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여기에는 지주회사로 분류되는 ㈜KG도 포함된다. ㈜KG와 KG이니시스는 서로 상대방 지분 9.04%와 10.21%를 보유하고 있는 상호출자로 얽혀 있다. 방문옥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분석3팀장은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꼬였다면 자본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며 “그룹 계열사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누군가가 자금을 동원해서 투자를 할 경우 정작 일부 계열사에게는 이익이 되지 않는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KG제로인-KG케미칼-KG이니시스 및 KG ETS-이데일리-KG제로인’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는 그룹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KG케미칼의 자회사인 KG ETS와 KG이니시스가 이데일리 지분을 각각 37.42%, 33% 보유하고 있고 이데일리는 다시 KG제로인 지분 10.7%를 보유하고 있다. KG제로인은 KG케미칼 지분 20.87%를 보유하고 있어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다. 곽재선 회장과 장남 곽정현 대표는 KG케미칼 지분을 각각 17.14%, 2.95% 보유하고 있고 KG제로인 지분은 각각 15.4%, 34.81% 보유하며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KG그룹에 인수된 KG제로인이 그룹의 모태 KG케미칼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는 이제는 발행이 금지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했다. KG제로인은 2012년 KG케미칼 지분 2.8%를 매입한 이후 계열사들에 흩어져 있는 KG케미칼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을 늘렸다. 이어 KG케미칼 주식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행사했다. KG케미칼은 지난 2013년에만 2월(1회차) 100억원, 8월(2회차) 200억원 규모로 두 차례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이 시점은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가 기업 경영진의 지분 확보와 편법 상속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 속에 당시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기 직전이다.

KG제로인은 1회차 100억원 가운데 50억원, 2회차 200억원 가운데 66억원어치를 가져갔다. 2013년 8월 29일 발행이 금지되기 직전인 28일 발행한 2회차 분리형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6년 뒤 KG제로인에게 KG케미칼 최대주주 지위를 안겨줬다. 2019년 7월 행사된 신주인수권을 통해 KG제로인은 KG케미칼 주식 51만1231주를 추가 취득했다. 곽정현 대표도 이 과정에서 KG케미칼 주식 4만6475주를 가져갔다. 향후 승계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행보다.

‘진짜 대기업’ 되려면 지배구조 실타래 풀어야

인수합병으로 그룹 외형을 키운 데다 승계구도를 염두에 둔 지분거래까지 얽히면서 복잡해진 지배구조는 ‘낙제점’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KG케미칼의 지배구조 등급은 C등급, KG이니시스는 최하 등급인 D등급에 그친다.

KG그룹이 향후 외형을 더 키우기 위해 복잡한 지배구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준대기업’으로 여겨지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면 기업집단 현황, 대규모 내부거래, 비상장 회사의 중요사항,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하며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된다. 따라서 당장 지배구조를 개선해야할 필요성은 없지만 향후 진정한 ‘대기업’으로 여겨지는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에 포함되려면 지분 정리가 불가피하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37호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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