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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0주년 앞둔 삼양그룹] 오너가 4세들도 ‘사촌 경영’ 이어질까 

 

M&A 통해 식품에서 화학·의학으로… 4세 김건호 상무 지분율 주목

▎경기도 판교 삼양판교디스커버리 센터 / 사진:삼양그룹
올해 창립 96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은 제당업에서 시작해 화학, 식품, 의약 등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양그룹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 확장에 박차를 가했고, 2013년을 기점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계열회사를 흡수·합병하는 등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한편으로는 M&A를 통해 신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룹의 핵심 사업인 식품, 화학, 의약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최근엔 스페셜티(고기능성) 제품 확대 등을 꾀하고 있다.

삼양그룹의 모체는 고(故)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자가 세운 ‘삼수사’로, 농장 경영과 간척 사업을 영위한 회사였다. 김연수 창업자는 동아일보 창업자인 고 김성수 전 사장의 동생으로, 일본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알려졌다. 김연수 창업자는 1924년 삼수사와 장성농장을 설립한 후 1931년에 사명을 삼양사로 변경했다. 삼양사는 1939년 국내 최초의 민간 장학재단인 양영회(현 양영재단)를 세웠고, 만주에 남만방적을 건립했다. 남만방적은 국내 기업 최초의 해외 생산법인으로 꼽힌다.

설탕 제조에서 화학·의약 회사로


이후 1945년 8월 해방과 함께 만주에서 철수하는 아픔을 겪었다. 김 창업자가 삼양사 재건을 위해 선택한 업종은 제당업이었다. 당시 설탕은 대표적인 외화 소비 품목으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1955년 12월 울산에 제당공장을 준공했고 1956년에 주식회사로 재출범했다. 이후 삼양사는 가파르게 사세를 확장하면서 식품뿐 아니라 화학, 용기, 무역, 의약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전략은 적극적인 M&A였다. 1963년 전주방직을 인수해 삼양모방을 세웠다. 이어 1977년 삼양중기 인수, 1984년 선일포도당 인수, 1988년 신한제분 인수, 삼남석유화학 설립, 1989년 삼양화성 설립, 1995년 삼양데이타시스템 설립, 2000년 휴비스 출범 등 기존 사업 확장과 신규 사업 진출에 힘을 쏟았다.

2005년엔 정보·전자 소재 사업에 진출하면서 삼양EMS를 출범시켰고, 2006년에 패밀리레스토랑 세븐스프링스를 인수하며 삼양푸드앤다이닝을 세웠다. 2009년 삼양이노켐, 2012년 삼양제넥스바이오, 2014년 삼양화인테크놀로지를 각각 설립했고, 2016년엔 벤처회사 크리켐을 인수했다. 2017년에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 케이씨아이(KCI)와 의료용 합성화학품 제조업체 메디켐을 사들였다.

삼양사는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했다. 2004년 중국에 삼양공정소료(상해)유한공사를, 2005년에 진황도삼양제넥스식품유한공사를 각각 설립했다. 2010년에 삼양EP헝가리, 2018년에 삼양바이오팜USA, 삼양EP베트남 등을 세웠다.

삼양그룹은 201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크게 식품, 화학, 의약 등 세 분야로 사업 구조를 단순화했다.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 사업회사로 식품·화학 등을 맡는 삼양사와 의약바이오 등을 담당하는 삼양바이오팜 등 3개 회사로 꾸렸다. 식품에서는 설탕, 전분당, 식용유, 밀가루, 가공식품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학에서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용기, 이온교환수지, 비스페놀A(BPA), 생활용품 원재료 등을 생산한다. 이 외에 의약 및 임대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삼양그룹의 매출액에서 식품·화학의 비중은 90%에 육박하지만, 실제 수익은 의약 등 기타 사업이 내고 있는 구조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삼양홀딩스의 매출 비중은 화학 46%, 식품 42%, 의약 및 임대(기타) 12%다. 1분기 매출액은 화학 3011억원, 식품 2723억원, 기타 794억원이며 수익은 각각 165억원, 149억원, 317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양그룹은 김연수 창업자가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오르면서 ‘친일 기업’ 논란으로 홍역을 앓기도 했다.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와 합작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삼양화인테크놀로지의 지분구조는 삼양홀딩스 50%, 미쓰비시케미칼 50%이며, 삼남석유화학 역시 삼양홀딩스 40%, 미쓰비시케미칼 40%, GS칼텍스 20%로 구성돼 있다. 삼양화성의 지분구조는 삼양홀딩스 50%, 미쓰비시케미칼 25%, 미쓰비시엔지니어링플라스틱 25%다. 일각에서는 삼양그룹이 이들 회사를 통해 매년 거액의 배당금을 전범기업에 챙겨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흡수&매각’으로 경영효율화 진행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던 삼양그룹은 2013년을 기점으로 경영 효율화 작업에 돌입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 회사를 흡수·합병시키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내실을 다졌다. 2013년 정보·전자 소재 계열사인 삼양EMS를 삼양사에 흡수·합병시켰고, 의약품 제조·판매업체인 삼양바이오팜과 삼양제넥스바이오를 합쳤다. 2014년에는 식품계열사 삼양밀맥스를 삼양사에 흡수·합병시켰고, 삼양사에서 용기·재활용 사업부문을 분리해 삼양패키징을 설립했다. 2015년에는 삼양패키징이 아셉시스글로벌을 인수해 합병했다. 2016년에는 전분, 전분당 등 식품원료 생산업체인 삼양제넥스를 삼양사에 흡수·합병시켰다.

지난해에는 중국 현지에 있는 전분당 제조·판매법인인 진황도삼양사식품유한공사의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올해에는 2016년 인수한 벤처기업 크리켐을 삼양사에 흡수·합병시켰다. 크리켐은 장섬유 열가소성 수지(LFT) 자체 생산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유리섬유, 탄소섬유 등과 플라스틱을 결합한 복합소재를 만든다. 삼양사는 자체적으로 LFT 부서가 있기 때문에 크리켐의 독립경영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양그룹 측은 “양사가 보유한 사업역량을 상호 활용해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증대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합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계열회사의 흡수·합병으로 경영 효율을 꾀하면서도 사업 분리로 기존 사업을 확대하고 M&A를 통해 신규 사업에 진출해왔다”며 “경영 효율화 작업뿐만 아니라 스페셜티 소재 사업 등 미래 사업에 대한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세븐스프링스 매장 모두를 폐점시켜 2006년 외식사업에 진출한 지 14년 만에 철수하기도 했다.

삼양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가 사업회사인 삼양사의 지분 61.98%를 보유하는 구조다. 삼양홀딩스는 삼양사 외에도 삼양바이오팜(93.71%), 삼남석유화학(40%), 삼양화성(50%), 삼양데이타시스템(100%), 삼양이노켐(97.29%), 삼양에프앤비(100%), 삼양홀딩스USA(100%)를 거느리고 있다.

삼양사는 삼양공정소료(상해)유한공사(100%), 삼양EP헝가리(100%), 삼양패키징(56%), 삼양화인테크놀로지(50%), 케이씨아이(45.08%), 삼양EP베트남(100%)을 계열회사로 두고 있으며, 삼양바이오팜은 삼양바이오팜USA 지분 100%, 메디켐 지분 97%를 보유 중이다.

‘사촌 경영’ 속 대표이사·의장 분리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삼양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삼양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김원 삼양사 부회장으로 3월 말 기준 5.81%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원 부회장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41.72%다. 독특한 점은 삼양홀딩스 회장으로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는 김윤 회장은 삼양홀딩스 지분이 4.82%로, 3대 주주라는 것이다. 최대주주인 김원 부회장과 그의 동생이자 2대 주주인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5.28%)은 김윤 회장의 사촌동생들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양의 경영 구조를 두고 ‘사촌 경영’이라고 표현한다.

김연수 창업자의 장남인 고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이 동생인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고, 김 회장이 고 김상홍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윤 회장에게 경영을 맡기면서 지금의 경영 구조가 확립됐다. 2018년 3월에 김원 부회장과 김윤 회장의 동생인 김량 부회장이 삼양홀딩스에서 삼양사로 자리를 옮겼고, 김정 부회장이 삼양패키징 부회장에 올랐다.

김윤 회장이 지주회사 회장으로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을 맡고 김원 부회장과 김량 부회장이 삼양사를, 김정 부회장이 삼양패키징 경영에 집중하는 쪽으로 경영 분담이 이뤄졌다. 현재 김윤 회장은 삼양홀딩스 이사회 의장을, 김량 부회장은 삼양사 이사회 의장을, 김정 부회장은 삼양패키징 이사회 의장을 각각 맡고 있다.

그러나 이들 경영인 모두 대표이사를 겸직하지 않고 있다. 삼양그룹은 지난해 초에 김윤 회장이 삼양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했다. 사외이사 비중을 60%까지 늘리고 감사위원회와 전자투표제 등을 도입하는 등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삼양그룹 오너 4세 중에는 김윤 회장의 장남인 김건호 삼양홀딩스 상무(IC글로벌성장PU장)가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건호 상무는 2014년 삼양그룹에 입사해 삼양사 AMBU 해외팀장 등을 맡아 삼양사의 화학사업 해외시장 확장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그룹의 화학, 식품, 패키징 사업의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 4세’ 김건호 삼양홀딩스 상무 주목

일각에서는 김건호 상무로의 경영 승계가 거론된다. 김건호 상무가 오너 4세 가운데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데다, 삼양홀딩스 보유 지분도 가장 많다는 이유에서다. 3월 말 기준 삼양그룹 오너가 4세의 삼양홀딩스 지분 구조를 보면, 김윤 회장의 장남 김건호 상무가 2.23%, 차남 김남호씨가 1.49%를 보유하고 있다. 김량 부회장의 자녀로는 장남 김태호씨가 1.73%, 장녀 김민지씨가 0.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원 부회장 장녀 김남희씨와 김주희씨는 각각 0.66%씩 삼양홀딩스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녀인 김율희씨의 지분율은 0.29%다. 김정 부회장의 장남 김주형씨와 차남 김주성씨의 삼양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0.52%로 동일하다.

삼양그룹 경영 승계와 관련해 그룹 관계자는 “김건호 상무가 오너 4세 중에 유일하게 그룹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고, 현재 그룹의 미래 동력 등과 관련해 중책을 맡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내부적으로 경영 승계와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 상무가 대표로 있는 비주거용 건물 임대기업 ‘우리’를 통해 경영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삼양그룹이 내부 거래 등을 통해 우리의 규모를 키우고 이후 우리가 삼양홀딩스 지분율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승계가 진행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양그룹 측은 “우리는 특수관계인 김건호 상무가 대표로 있어 삼양그룹의 계열회사로 공시된 것일 뿐 실질적으로 그룹 사업과 관계된 회사가 아니다”며 “삼양그룹과 우리는 내부 거래를 할 수 있는 접점 자체가 없고, 삼양홀딩스 지분을 확보할 정도로 규모가 있는 회사도 아니다”고 말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1537호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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