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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한가위’ 11인의 시선 | 이상건-주식] “주식에 장기투자하면 정말 돈 벌 수 있나요?” 

 

투자 프레임 설정이 중요… 인내 어렵지만 장기투자가 승률 높아

최근 대학생 자녀를 둔 지인으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자녀가 알바비를 받았는데, 그 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를 자신에게 묻더라는 것이다. “주식에 투자하라”고 했다. “이미 국내 주식을 몇 주씩 소량으로 사고 있다”는 답변이 왔다. 이번에 필자가 물었다. “해외 주식은 하나?” 아직 하지 않는다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국 S&P500 지수 그래프를 스캔 받아 보내줬다(그림 참조). “200여년이 넘는 기간의 그래프야. 이 그래프를 아이에게 보여주며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줘. 아이가 납득한다면, 투자의 50%는 이해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다.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1920년대 대공황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1·2차 세계대전도, 하루 만에 주가가 가장 많이 폭락한 블랙 먼데이도 있었지만 결국 끝까지 버틴 투자자들은 돈을 벌었고, 공포에 놀라 도망간 투자자들은 고통을 겪었어. 장기투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인내할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어. 그런데 문제가 있어. 기다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대개 소수만 그렇게 한다는 거지. 인내나 장기투자는 인간 본성에 맞지 않지 않는 일이거든.”

미국 증시 200여 년간 우상향

아무리 데이터가 장기투자의 승리를 보여줘도 이를 행동에 옮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영국의 저명한 증권학자인 엘로이 딤슨은 장기투자 수익률을 분석한 후 ‘낙관주의의 승리’라는 표현을 했지만 주식시장에서 낙관주의로 무장하기란 만만치 않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하는 한 가지 방법은 ‘프레임’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왜 프레임을 고려해야 할까. 행복심리학의 권위자인 최인철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프레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프레임은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결국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모든 정신 과정을 프레임이 ‘선택적’으로 제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처음부터 전혀 보지 못하는 대상과, 고려조차 하지 못하는 선택지가 존재할 수 있다.”

프레임은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우리의 삶 전반에 관여한다. 투자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주식은 투기라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과, 주식은 인플레이션 헤지도 할 수 있고 경제 성장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다는 프레임을 가진 사람은 돈을 다루는 방식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주식은 단기로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장기 투자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다른 행동을 할 터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투기꾼 때문이라는 인식을 가진 이들과 투기도 시장의 일부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응은 천국과 지옥만큼이나 거리가 멀 것이다. 주택은 사회의 공공재이므로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람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적 재산권은 법에 의해 보호 받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의 거리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프레임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그럼 투자에서는 어떤 프레임을 가져야 할까. 필자는 장기투자 프레임이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승률이 높은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과거 데이터가 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S&P500 지수의 역사적 추이다. 주가가 가장 참혹했던 시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로, 전고점을 돌파하는데 약 20년이 걸렸다. 나머지는 시기는 길어야 5년 이내에 모두 전고점을 돌파했다.

미국의 역사가 보여주는 바는 최악의 상황이라도 20년 동안만(?) 버티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매월 일정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원금 회복 시기는 더욱 빨라졌을 것이다. 더욱이 5년 단위로 적립식으로 투자한 경우에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승자가 됐다.

이런 질문도 해 보자. 만일 당신의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미국 S&P지수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매월 10만원씩 사주었다면? 그것을 자녀가 성장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계속 같은 수량의 ETF를 사들였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주가가 추락할 때는 매입량을 두 배로 늘렸다면? 이에 대한 대답은 모두 그래프에 담겨 있다.

자녀들에게 주식시장을 사 주자!

이 방법은 엄청난 투자 비법도 아니고, 대단한 투자 전략도 아니다. 미국의 대표 기업 500개 지수로 만들어진 펀드에 적립식으로 오랜 동안 투자했을 뿐이다. 종목 선택도 하지 않았고, 마켓 타이밍도 고려하지 않았다. 매월 일정액을 투자한다는 단순한 전략만으로 돈을 번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인에게 말했다. “시장 전체를 사는 인덱스 투자를 하더라도, 미국의 경우에는 돈을 벌 수 있었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키는 한은 새로운 기술이 나올 것이고, 그 기술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기업이 나오지 않을까. 그냥 S&P 500 ETF에 10년 이상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매월 한 주씩 사보라고 해.”

프레임과 관련해 유명한 비유가 있다. 3명의 대리석 석공 이야기다.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첫 번째 석공은 죽지 못해 일은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사람은 돈을 벌려고 한다고 했고, 세 번째 사람은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한다고 답했다. 누가 행복하게 살까. 세 번째 사람이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의미 중심의 프레임’이라고 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의미 중심의 프레임을 가진 사람이 현재에 더 충실하고 삶의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다.

투자에서도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좋은 기업에 투자해서 장기적으로 그 기업과 동행하며 부(富)를 늘려간다고 생각하면, 투자는 자신의 삶에 의미 있는 행동이 될 것이다. 기업의 주가나 증시 전체가 흔들린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좋은 기업과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에 보상을 안겨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공포나 두려움에 떨며 주식을 파는 행위는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결국 좋은 투자 프레임이 좋은 투자 결과를 낳는다.

(물론 장기투자가 모든 상황에 만능인 것도 아니고 단기투자로 더 많은 돈을 버는 이들도 있다. 국가마다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증시는 미국과 다르다. 한국에서 장기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한국과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가에 나눠 투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553호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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