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사무실·리조트·레스토랑으로… 다기능 주거공간 ‘레이어드 홈’으로 변신 중

▎카페·놀이공간으로 꾸민 단지형 주택 운양역 라피아노 2차 옥상. / 사진:경제만랩

2021년 새해 트렌드 예측 중 부동산시장에서 각광받는 것 중 하나가 ‘레이어드 홈’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촉발로 실내, 특히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집의 기능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다변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의 대표저자 김난도 교수(서울대 소비자학과)는 이처럼 집의 기능이 다층적으로 형성되는 현상을 ‘레이어드 홈’이라는 트렌드로 정의했다. 레이어드(layered)란 여러 개의 층을 이룬다는 의미로, 예컨대 여러 옷을 껴입어 보온을 하고 멋도 부리는 것을 ‘레이어드 룩’이라고 한다. 즉, 레이어드 홈이란 수면·식사·휴식 등 집의 기본적인 기능에 더해 업무·취미생활 등의 기능을 더한 주택을 의미한다.

레이어드 홈은 크게 기본·응용·확장 기능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본 레이어는 기존에 수행해왔던 주거 기능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응용 레이어는 그 동안 집에서 하지 않던 근무·여가 등의 활동을 집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확장 레이어는 외식·쇼핑 등 집 근처나 인근 동네로 확장되는 활동이 사회, 지역 커뮤니티와 상호작용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는 환금성 높은 부동산으로 인식하던 집의 의미가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회귀하고 있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편의시설’, ‘미식가를 위한 주방’, ‘뒷마당 오아시스’ 등의 키워드를 제시하며 코로나19가 부동산 가치를 재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뒷받침 했다.

심화되고 더해지고 넓어지는 집의 기능

▎채광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통창형 설계를 적용한 단지형 주택 운양역 라피아노 2차 거실. / 사진:경제만랩

최근 방송가의 트렌드 중 하나는 집을 보여주는 방송, 이른바 ‘집방’이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집은 목적이나 사람에 의해서가 아닌, 새로운 다기능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 콜로라도 다빈치연구소장은 몇 년 전 “미래의 집은 집 이상의 역할을 하며,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이 예측을 앞당겼다. 집의 새로운 역할들이 재조명되고,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거주자의 행복을 발현하는 홈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공간 구성, 특화 설계가 주목 받고 있다.

그간 ‘먹고, 자는’ 주거공간이라고 당연하게 여겼던 전형적·고정적 기본 기능에 새로운 층위의 공간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안방·자녀방·거실처럼 사용자에 따라 구획된 경직된 고정 공간이기보다, 함께하는 시간과 개인성이 보장되며 유연함을 갖춘 집, ‘사는’ 집에서 ‘경험하는’ 집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과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발맞춰 주택시장도 양적인 공급 확대보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질적 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달라진 주거양식을 설계·실내 디자인, 단지 설계 등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입지를 넘어서 상품 시대가 개막되고 있다고 판단해, 서재·놀이방·취미실 등 추가된 역할을 집이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알파룸·펜트리·테라스 같은 특화설계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거실·부엌·안방·작은방·다용도실 등으로 구성되는 기존 집의 공간들을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변신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코니·알파룸·테라스 등을 서재·카페·운동 공간으로 꾸며 기호를 충족시키고 있다.

공간 다변화로 새로운 주거 경험 선사

또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미세먼지 저감, 바이러스 제거 등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하는 설비를 도입하고,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집 안 어디서든 가전과 시스템을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는 설계로 바꾸는 추세다.

앞으로는 이 같은 레이어드 홈 문화를 반영한 신 평면 주거공간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를 도입한 단지들도 이미 등장하고 있다. 인천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Stay+Vacation. 먼 곳으로 떠나지 않고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현상) 이라는 특화 조경 디자인 콘셉트를 도입해 관심을 모았으며, 서울 서초구의 래미안 원베일리는 서울 강남 입지에 타워형·판상형 등 특화 설계를 적용해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하는 등 레이어드 홈트렌드를 선도하는 단지로 주목 받고 있다.

레이어드 홈을 반영한 주거 공간의 특성 중 하나가 독립성이다. 나 혼자, 혹은 가족끼리만 누릴 수 있는 공간의 독립성을 가장 잘 갖춘 주거 상품 중 하나가 단독주택이다. 레이어드 홈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단독주택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바쁜 현대인이 재충전하며 일상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최근 단지형 설계로 이뤄진 단독주택들은 각종 특화 설계와 넓은 서비스 면적, 고급 아파트급 커뮤니티 시설까지 갖춰 차별화된 수요를 끌어 모으고 있다.

휴양지 닮은 단지형 단독 주택 코로나 시대 인기몰이

이 같은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지형 단독주택 사례로 디벨로퍼 RBDK(알비디케이)의 라피아노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2017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라피아노는 수요가 몰리면서 현재 일곱 번째 사업지 분양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다양한 주거 수요를 충족하는 특화 설계와 평면 구성을 선보여 ‘준비된 레이어드 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집은 우리의 첫 번째 우주다. 집은 인간이 존재하는 최초의 세계다”라고 말했다. 집은 사람들에게 고향으로서의 의미가 있고, 낯선 외부로부터의 안도감과 평화를 주는 곳이라는 의미다.

이제 그 고향이 변하고 있다. 건설사는 물론 업계와 시장이 집을 미래 소비 산업의 요람으로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공간 간 이동으로 낭비되는 시간의 가치를 깨닫고,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생각보다 효율적이란 것을 알게 된 지금, 더욱 다양하고 수 많은 레이어를 만들며 집의 가치를 창출하는 부동산 업계의 변화가 기대된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