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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고객 잡아라’… 은행권 개인형퇴직연금(IRP) 고객 방어전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증권업계 견제 위해 수익률 높이고 경품행사에 공들여

▎국내 시중은행들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산 시장 급등으로 연금 수익률에 관심을 기울이는 투자자들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익률 관리를 위해 증권사 개인형 IRP로 옮기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시중은행들은 '알짜고객'을 사수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IRP는 예금·펀드·채권 등 다양한 투자 상품 가운데 가입자가 직접 선택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이다. 연간 180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하고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은행권 IRP 고객 대부분이 정기 예금 편입 비중이 높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아 보이게 한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은행권 IRP 평균수익률은 3.50%에 그친다. 반면 증권사 IRP 평균 수익률은 6.58%를 기록해 3%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에 은행에서 증권사로 계좌를 옮겨가는 고객들이 늘자, 은행들은 위기감을 느낀 모양새다.

개인형 IRP 적립금 비율은 여전히 은행이 가장 높지만, 증권사의 적립금 규모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사별 개인형 IRP 적립금 비율에서 은행과 증권사는 각각 69%와 22%를 보였으나, 증권사 IRP 계좌의 적립금은 같은 기간 전년 대비 50% 가량 늘어난 7조5485억원을 기록했다.

수익률 개선에 안정성 강조하며 유치전

위기감을 느낀 은행권에서는 그간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일단 연간 수익률의 절대 수치는 증권사 IRP보다 낮지만 안정성 측면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높다고 무조건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수익률도 개선되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인 부분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IRP 평균수익률은 2019년말에 비해 0.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품행사도 고객 유치전에 동원하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말까지 개인형 IRP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LG스타일러, 아이팟 프로 등의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우리은행도 오는 6월 말까지 개인형 IRP 신규·추가입금 고객을 대상으로 다이슨 공기청정기와 삼성전자 큐브 공기청정기 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도 6월 말까지 개인형 IRP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LG스타일러, 다이슨 무선청소기, 드롱기 커피머신 등의 경품을 줄 계획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IRP 가입자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이유로는 ‘장기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퇴직연금 상품은 통상 가입자가 퇴사할 때까지 납입이 지속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장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한편, 20일 증권업계에서 운용 수수료를 100% 면제해주는 개인형 IRP 상품을 새롭게 등장시키면서 은행권과 증권사 간 금융상품 시장에 또 다른 지각변동이 예상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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