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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경영권 승계 ‘타이밍’을 잡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 불안정 속에서 대기업의 선택은 ‘오너경영 강화’였다. 42세의 조원태 사장이 한진, 49세의 조현준 회장이 효성의 키를 맡았다. 경영 전면에 나선 3세들이 가져올 변화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재계 서열 10위의 한진그룹과 23위의 효성그룹이 지난 연말연시 인사를 통해 3세 경영에 본격 돌입했다. 1월11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42)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겸 대표가 대한항공 사장으로 취임했다. 2003년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에 차장으로 입사한 지 14년 만에 주력 계열사의 최고 자리에 올랐다. 그룹이 한진해운을 잃은 상태에서 대한항공 중심으로 오너경영을 강화해 수익성 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효성그룹도 선장을 바꾸었다. 1월16일 조현준(49) 섬유PG장·정보통신PG장(사장)이 효성그룹의 회장에 취임했다. 조 회장의 취임으로 효성은 ‘3세 경영 체계’를 마무리했다. 3형제 중 막내인 조현상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형제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조석래 회장은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경영실적 호조, 혁신 분위기에 ‘교체 적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두 그룹이 ‘3세 경영’을 결정한 것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을 젊은 리더십으로 뚫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반한(反韓) 정책 노골화, 특검·탄핵 정국의 장기화 등 녹록하지 않은 경영 여건을 오너가(家) 중심의 인사로 해소하고, 경영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개입 등이 ‘교훈’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6년 수많은 악재에 시달렸던 한진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한진해운 리스크를 털어내고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이면서 조 사장의 취임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시작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등 갖가지 암초에 부딪혔다. 대한항공 역시 조종사 노동조합이 11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는 등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지난해 두 그룹이 최고 실적을 내면서 3세 경영권 교체의 적절한 타이밍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대한항공과 효성은 지난해 매출이 수직 상승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 선두에 3세 경영자가 있었다는 게 두 그룹의 설명이다.

조 사장은 지난 2003년 한진그룹 IT계열사 한진정보통신에 차장으로 입사한 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여객사업본부 등을 차례로 거치며 항공업 전반에서 실무 능력을 쌓았다. 또한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항공업뿐만 아니라 해운 등 운송 업계를 두루 경험했다. 지난해 진에어 대표와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을 역임하며 각 사의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특히 대한항공의 실적이 눈부시다. 조 사장이 총괄부사장으로 ‘전권’을 잡은 지난해 대한항공은 1조1446억 원(추정치)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0년 1조2358억원 이후 6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회복한 것이다. 3분기에만 4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분기 기준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 흑자를 냈다. 저유가 효과도 있었지만 신규 항공기 투입, 업무 효율화를 통해 영업이익을 높였다는 자체 평가다.

조현준 신임 회장 역시 지난 2년 동안 그룹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끄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013억원으로, 4분기 전망치인 약 2600억원을 합하면 1조6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섬유와 산업자재, 중공업 등 전 사업 분야의 고른 성장세 덕분이다. 특히 섬유에선 스판덱스, 산업자재에선 타이어코드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경쟁력이 높아졌다. “부회장을 건너뛰고 곧장 회장으로 승진한 건 이례적이지만 실적이 좋은 지금이 경영권 승계의 적기”라는 재계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대한항공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첩첩산중이다. 올해는 유가 상승, 달러 강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016년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약 122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환율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9월 말(917%)보다 부채비율이 308%포인트나 급등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의 임금 협상이 일단락되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리스크 관리, 신성장동력 발굴해야


▎2015년 8월 조원태(맨 왼쪽) 당시 한진칼 대표는 레이 코너 보잉사 상용기 부문 CEO와 B737 MAX-8 차세대 항공기 50대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 두 번째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를 반영하듯 조 사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사내망에 올린 취임사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경영 환경에서 원가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하다”며 모든 업무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원가를 절감할 방안을 찾아 수익성을 개선할 것을 당부했다. 또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마음과 ‘내 것부터’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려달라”며 “대표 사원이라는 자세로 솔선수범하면서 대한항공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조원태 사장 취임과 함께 올해 공격적인 행보를 펼칠 계획이다. 일단 캐나다 항공기 제작 업체 봄바디어의 CS300 8대, 보잉 B787-9 5대 등 17대 항공기를 도입한다. 또 4월 동북아 항공사 최초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직항 노선 취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미주 서부 노선 증편 등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할 예정이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오는 3월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키로 했다.

노사 갈등을 풀기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조 사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사장은 1월13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와 인근에 있는 3개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했다. 조종사노조와 조종사 새 노조, 일반직원으로 구성된 일반노조 등 3곳이다. 조 사장은 각 노조 간부들과 만나 발전적 노사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조원태 사장에 비해 다소 여유로운 편이지만 조현준 회장 역시 넘어야 걸림돌이 많다. 업계에서는 기존 제품의 경쟁력 유지와 함께 폴리케톤과 탄소섬유 등 신성장동력 제품의 상용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영 비리와 세금 관련 소송 문제,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과의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효성은 2013년 국세청 세무조사 및 검찰 고발로 조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조현준 회장은 횡령 혐의로 유죄를 받아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조석래 전 회장은 분식회계 및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1월16일 취임식에서 조 회장은 특유의 ‘야구경영론’을 강조했다. 그는 명문 사립인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를 다니며 동양인 최초로 야구부 주장을 맡은 바 있다. 조 회장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히 겨루되 반드시 승리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 회사가 세계 어디에서 누구와 상대하든 두려움 없이 싸워 이기는 강한 회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정보기술(IT) 분야에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틸러스효성과 효성ITX 등의 기존 사업에 IT를 접목해 사업성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추가 투자 여력이 생겼고, 경영환경도 급변하고 있어 기존 시장을 지키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도전이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형제·남매 간 그룹 분할 가능성도


▎지난 1월4일 효성 조현준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인사 이후 첫 행보로 효성 구미공장을 방문해 폴리에스터원사 공정과정을 점검하는 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현장경영을 실시했다.
3세 경영의 시작과 함께 사업군 계열분리를 통한 형제·남매 간 분할승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 효성그룹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수년 안에 계열분리를 추진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이 맡아온 사업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계열분리가 수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상 사장은 산업자재PG장과 전략본부장, 화학PG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고 있으며 수입차 사업도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효성의 모태사업인 섬유부문을 조 회장이, 자동차를 포함한 산업자재부문을 조 사장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예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은 경쟁하듯 효성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 지분 13.8%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조현상 사장은 12.21%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지분 차이가 크지 않다. 조석래 전 회장이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효성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장자 승계원칙을 지키면서 계열분리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계열분리 이야기가 쏙 들어간 분위기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3남매 간 역할에 따라 후계 몫이 나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을,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그룹의 호텔·관광 사업을, 막내인 조현민 전무가 진에어와 광고·마케팅 분야를 맡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그룹 내 모든 직위를 잃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조현민 전무는 전무B에서 전무A로 승진했지만 지난해 진에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그룹 경영권이 장남인 조 사장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조양호 회장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한진그룹의 3개 사업 분야 분할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Profile: 1975년생, 인하대 경영학- 미 서던 캘리포니아대 대학원 경영학-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 담당 차장(2003)-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2004)- 자재부 총괄팀장(2006)-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2008)- 대한항공 그룹경영지원실장(2014)- 대한항공 총괄부사장(2016) 현 대한항공 사장, 진에어 대표, 한진칼 대표, 한국공항 대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과제
● 유가 상승, 달러 강세 등 불확실성 대비
● 1000% 넘는 부채비율 낮추기
● 조종사 노조와의 임금 협상 갈등 해소
● 글로벌 항공사와의 중장거리 노선 경쟁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Profile: 1968년생, 미 세인트폴 고- 미 예일대 정치학- 일 게이오기주쿠대 대학원 정치학 미쓰비시 에너지부- 모건 스탠리 법인영업부- 효성 티앤씨 경영기획팀 부장(1997년)- 효성 무역PG장(2005)- 섬유PG장(2007)- 효성 전략본부장·사장(2011)- 정보통신PG장(2012) 현 효성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의 과제
● 폴리케톤과 탄소섬유 등 신소재 상용화
● 경영 비리와 세금 관련 소송 해결
● 동생 조현문 전 부사장과의 갈등 해소
● 정보기술(IT) 등 M&A로 신성장동력 발굴

201702호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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