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대한항공은 창립 50주년을 맞이했지만 빛이 바랬다. 오너 3세의 갑질과 경영권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3세 간 불화로 대한항공의 경영권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혹자는 가족기업의 폐해를 이야기한다. 과연 그럴까.월마트, 폴크스바겐, 포드자동차, BMW, 타타 등은 적어도 7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족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일본 이시카와현 고마쓰시에 있는 호시료칸은 46대째 운영되고 있다. 역사가 1300년이나 된다. 가족기업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가족기업을 만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족기업은 전 세계 GDP의 70%, 전 세계 고용의 60%를 차지한다. 가족기업은 한국만의 문화가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기업 형태다. 중소기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가족기업으로 운영되는 곳은 흔하다. 가족기업은 글로벌 비즈니스와 성장의 핵심 동인이다. 가족기업이 어떻게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가치 창출을 하느냐가 세계 경제에 중요한 셈이다.문제는 가족기업을 지속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가족이 경영하는 기업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에는 누가 회사를 이끌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부터 가족 구성원의 갈등과 마찰 때문에 종종 복잡한 문제가 터져 나오게 된다.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지난해 7월 58개국 가족 소유 기업에 속한 임원 7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글로벌 패밀리 비즈니스 설문조사 2019’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가족 소유권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의 핵심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응답자 중 41%만이 상속 계획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가족기업 경영자들은 기업을 지속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함께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정도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비전을 공유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 1300년 역사를 가진 호시료칸이 46세대를 이어올 수 있던 것은 경영에 참여한 가족들이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공유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