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띵굴시장을 아시나요? 

 

일주일 전 부산 용호동 더블유스퀘어 지하에서 띵굴시장이 열렸다. 이틀 동안 150여 개 팀이 참여했고 방문객은 4만여 명이 몰렸다. 변변한 마케팅 없이 오직 SNS를 통한 홍보만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많은 이의 열렬한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띵굴시장에 참여한 브랜드들은 인지도가 낮고 매출도 보잘것없다. 제품 생산량도 많지 않아 매번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식품 분야에서는 공장이 없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의 브랜드가 대다수다. 그러나 브랜드 이야기를 살펴보면 결코 작지 않다.

아이를 위해 정제수와 인공향료를 넣지 않아 피부에 자극이 없게 만든 화장품 스킨시그널, 배앓이가 심한 예민한 딸아이를 위해 만든 편안한 밴드의 옷 리틀나나, 젊고 영민한 작가의 정신이 투영된 순백색 도자기 무자기, 손에 잡히는 건 무조건 입에 가져다 무는 내 아이를 위해 만들기 시작한 나무 장난감 미소토이,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수산물만 고집하는 도시어부, 종합상사 출신의 어벤져스팀이 전 세계 좋은 고기를 모두 모아놓은 앵거스 6 등 작은 브랜드들이 모여 구성된 시장이 많은 이의 관심과 지지를 받은 것이다. 원인은 SNS에 있다.

최근 범용적 취향의 제품보다는 소수의 세련된 취향을 가진 이들이 선택한 제품들이 이들을 동경하는 2차 그룹에 의해 확산, 소비되고 있다. 이러한 취향과 제품이 공유되는 채널이 바로 SNS다. 누구나 알고 접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닌, 나만 아는 혹은 우리만 아는 남다른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욕구를 충족해주는 동시에 남들과 다르면서도 공유를 즐기는 디지털 노마드 세대의 성향과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작은 브랜드지만 강력한 팬덤에 의해 브랜드 스토리가 공유되고,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온라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제품을 오프라인에서도 보고 싶어 하는 반대급부적 욕구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말하는 팝업 방식의 시장이 출현하며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다. 평소 눈여겨봤던 그릇들, 아이의 양말, 천연세제 등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이벤트가 펼쳐지는 광장이 된다. 이러한 시장은 전통 장터와 기본 구조는 같을 수는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거미줄 같은 네트워킹이 가미되면서 훨씬 더 막강한 파급력을 가지게 되었다.


리테일 시장의 강자인 럭셔리 브랜드들도 이러한 팝업 방식의 비정형 판매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청담동 명품 매장보다는 젊고 힙한 패션피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SNS 마케팅과 오프라인 팝업 행사를 펼쳐나가고 있다. 온라인의 부상으로 오프라인이 침몰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오프라인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다. 그 중심에 이러한 시장이 있다는 점에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것이다.

- 손창현 OTD 대표

202002호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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