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간다면? 최근 방영 중인 [내 남편과 결혼해줘]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타임슬립(Time Slip)’이 다시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이런저런 이유로 ‘우연히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상상을 종종 하게 된다. 과거에 잘못 내린 결정을 바꾸고자 하는 아쉬움 혹은 후회를 희망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 때문이리라.회사 대표(CEO) 중에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직원을 하지 절대 대표는 안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반면, 다시 돌아가도 창업에 나서겠다는 분들도 종종 만난다. 내가 존경하는 국내 굴지 스타트업의 대표 한 분도 그러하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지금 회사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확답했다.그의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창업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단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함이나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서였다면 어땠을까. 우여곡절이 셀 수 없이 많은 경영이란 일을 또다시 반복하겠노라고 쉽게 대답하지는 못했을 듯하다. 아마도 기업이 가진 기술, 제품, 서비스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있다는 소신이 있어야 ‘다시 한번’이라는 답이 가능할 터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대신한다면 지금 같은 영향력을 끼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기 때문이라 유추해본다.나 역시 20대에 창업했고 올해로 8년 차 대표다. 다수 스타트업 창업과 비슷하게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인드와 ‘이왕 시작한 거 제2의 삼성, 현대는 만들어봐야지’ 같은 마인드로 가득 차 있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열정으로 충만했다. 아이디어만 있고, 완전하고 성공적인 기업이 되는 데 꼭 필요한 비용과 노력은 전혀 알지 못한 채 말이다.역시나,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후회와 아쉬움을 겪어야만 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공동의 목표를 수정하는 소중한 변곡점에 들어섰다. 그전까지는 우리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시장에서 성공하겠다며 목표 달성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가 만든 기술, 즉 소프트웨어로 글로벌 시장에 나가 외화를 지속적으로 벌어오는 회사가 되자는 목표로 수정한 것이다. 이때부터 회사의 모습이 순식간에 변한 듯하다. 해외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더 노력했고, 현재 전 직원의 40% 이상이 외국에서 온 전문가들이다. 글로벌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기 위해 미친 듯이 방법을 찾았더니 글로벌 자동차업계 최고 기업과 손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지금의 사업을 ‘또 한번 해보겠다’는 소신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