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NEW YEAR ESSAY 2024] 다시, 초심(10)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중요한 건 타석에 선 마음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미국의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에게 기자들이 물었다. “왜 이렇게 삼진아웃을 많이 당하냐”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모든 스트라이크는 다음 타석의 홈런으로 나를 더 가까이 데려가준다.” 어느덧 창업 8년 차 길목에 섰다. 베이브 루스의 우문현답을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자주 떠올린다. 특히, 최근에는 더욱더.

지난 2017년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이 붐일 때 나를 포함한 공대생 네 명이 서울에서도 세상 힙한 멋진 자율주행 기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 뭉쳤다. 사명에도 감히 ‘서울’을 차용했다. 그리고 마치 서울을 대표하는 이들이라도 된 것처럼 미친 듯 기술 개발에만 전념했다. 우리가 만든 기술을 누군가가 써주기만 한다면 기꺼이 계약을 맺었다.

그중엔 BMW과 함께했던 자율주행 관련 프로젝트들도 있었지만, 그 외 프로젝트도 많았다. 이후 어느 순간 살펴보니, 비자율주행 기술 관련 프로젝트 수주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창업 목표이자 이유였던 자율주행 관련 프로젝트들은 당장 수익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목표로 시작한 회사가 조금씩 들어오는 단기매출이 주는 달콤함에 매혹돼, 더 많은 비용을 비자율주행 개발이나 마케팅에 투자했던 것이다. 물론 해당 분야에서 매출이 잘 나왔다면 결론적으로 현명한 경영 전략이었다고 포장할 수도 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큰 리스크를 지고, 최대한 빠른 기간 내 ‘홈런’을 치기 위해 존재한다고 창업 선배들에게 들었다. 최근 몇 년간 안정적인 매출 성과들은 실제 점수로 이어지지 않았던 파울에 불과했다고 평가를 내렸다. 원스트라이크인 상황에 놓였다가, 홈런을 위한 마지막 일타를 위해 수년간 같이 일한 동료 중 일부를 힘들게 보내는 결정을 내려 투스트라이크의 결과를 우리 스스로 만들기도 했다.

스트라이크를 한 번 더 맞고, 동료들을 떠나보냈다는 무거운 마음이 대표로서, 창업 멤버로서 너무나 크게 다가온다. 동시에 아직 타석에 서 있기에, 모두를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7년 전 다짐했던 홈런을 치겠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서두에 언급한 베이브 루스의 대답처럼 두번의 스트라이크가 홈런 칠 확률을 높여주었다고 스스로 되뇐다. 아직 타석에 서 있기에.

중꺾마. 누군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는데, 중타마, ‘중요한 건 타석에 서 있는 마음’이라고 수많은 창업자에게 전하고 싶다. 스크라이크를 맞거나, 파울을 치거나, 안타를 치거나 홈런을 치거나 모두가 타석에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베이브 루스가 홈런왕이 된 것 또한 그랬으리라. 2024년 새해, 타석에선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가 홈런을 치면 좋겠다.

202401호 (2023.1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