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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슈즈에서 배운 ‘과감한’ 경영학 

 

어글리 슈즈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인기 있는 크록스는 차별화와 변화라는 키워드를 고집해왔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크록스 러버(Crocs Lover)’다. 20여 년 전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크록스를 만나 지금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계절의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항상 신는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크록스는 폴리우레탄계 합성수지 일종인 특수 소재로 만들어 신발을 신는 개개인의 발 모양에 맞게 변형된다고 한다. 이는 발바닥에 힘이 고르게 분산되는 역할을 해 착용감을 높인다. 체중 압력도 잘 버텨 근육 피로도를 일반 신발보다 60% 이상 줄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신발 무게는 겨우 170g이다.

이러한 브랜드 마력은 공학자인 내가 유저와 팬을 넘어 인플루언서를 자처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꿈 중 하나로 크록스 공식 모델을 꼽을 정도로 애정이 무한하다(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이지만, 신규 직원들을 위한 웰컴 키트에도 크록스를 넣어 선물한다).

지난 2002년 크록스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고무처럼 보이는 값싸 보이는 소재에 촌스러운 원색을 입힌 투박한 겉모습 때문에 ‘유치원생 혹은 미치광이들이나 신는 신발’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달랐다. 3일 만에 1000켤레가 완판됐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착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크록스 바람은 전 세계로 번졌고, 창업 5년 만에 전 세계 90여 개국에 진출했다. 큰 인기 덕분에 소위 ‘짝퉁’이 쏟아지는 등 악재들이 있었지만, 크록스의 지난해 매출은 5조원을 넘어섰고, 오늘날 시가총액은 약 12조원이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000개 넘는 글로벌 소비자 패션 브랜드에 대한 구글 검색 변화율을 분석한 결과, 크록스가 총 23개국에서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크록스 러버들이 전 세계 곳곳에 있다는 점에 오랜 ‘찐팬’ 중 하나로서 뿌듯함을 느낌과 동시에 크록스가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는지,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점들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세상을 바꾼 50가지 신발’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크록스는 과감한 ‘차별화’를 추구했다. 크록스는 창업 당시 비전을 ‘전 세계 모든 발에 최상의 편안함과 즐거움, 혁신을 제공한다’로 정했다고 한다. ‘어글리 슈즈’로 악평을 받는 수모를 감수하고, ‘세상에 없던 편안함’을 만들고자 특별한 소재 찾기에 집중한 결과가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다고 본다.


태생적인 약점이자 불호의 주요인인 디자인조차 강점으로 바꾼 과감한 ‘변화’도 꼽을 수 있다. 다양한 액세서리를 꽂아 넣은 크록스를 본 적이 있나? 그 액세서리가 바로 크록스 열풍의 비결 중 하나다. 정확한 이름은 ‘지비츠(Jibbitz)’다. 바람과 물이 잘 통하라고 뚫어놓은 크록스 구멍에 꽂는 아이템인데, 소비자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신발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크록스는 기업의 색깔을 바꾸지 않으면서 22년째 독특한 디자인의 똑같은 슬리퍼를 팔고 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이엔드 브랜드로서 정상에 있는 샤넬 브랜드의 어머니 코코는 이렇게 말했다. “필연적인 존재는 항상 달라야 한다(In order to be irreplaceable, one always be different).”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와 차별화(Different)라는 극단의 속성을 끊임없이 과감하게 추구해나가야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202406호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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