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과 린 스타트업 방법론에 많은 영향을 끼친 스탠퍼드대학의 스티브 블랭크 교수는 스타트업을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흔히 스타트업을 초기 기업, 벤처로 받아들이지만 블랭크 교수는 스테이지 관점에서 스타트업을 정의하지 않았다. 스타트업에 주어진 역할, 방향성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것은 불확실한 고객의 니즈를 상상하고 그에 따른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지겨운 학습 과정을 거쳐 고객이 원하는 핵심 가치가 들어간 MVP를 찾아내는 것이다.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에 잘못된 역할이 강요되는 것 같다. ‘빨리빨리’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속도에 중점을 두다 보니 대부분 실행하는 데 급급하다. 당연히 실행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고객의 어떤 문제를 발견했는지, 그 문제가 진짜 고객의 문제가 맞는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솔루션이 필요한지를 분석하고 정의한 다음에야 실행력이 중요해진다.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고객 인터뷰다. 너무나 당연한 단계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고객 조사를 하지 않는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는 조금 조사하는 듯하지만 유저가 생기고 결과가 나온다 싶으면 더는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는다. 인터뷰를 게을리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자 한다면 본질은 놓치고 피상적인 답만 얻게 될 것이다. 고객과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나서 문제 정의를 시작해야 한다.둘째, 바로 브레이크다운(break down)이라는 개념이다. 고객과 대화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언급될 것이다. 어떤 점이 불편한지,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등 많은 내용이 쏟아질 텐데, 수많은 정보 속에서 우리는 핵심적인 문제를 잘 선별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객의 답변 내용을 모두 브레이크다운 방식으로 분해해서 들여다봐야 한다. ‘왜?’라는 질문을 거듭하며 아주 작은 단위까지 파고들어 문제들을 쪼개고 또 쪼개는 것이다. 그러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해답이 나오게 된다.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제1의 물리학 원칙이라고 표현한다. 테슬라는 초기에 전기차 배터리팩을 완제품으로 구매했다. 하지만 배터리 가격이 너무 높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에 머스크는 배터리팩을 해체해 그 안의 개별 배터리 셀을 직접 구매하기 시작했다. 배터리 셀 가격이 팩 가격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즉, 비싼 배터리팩만 보고 가능성을 판단한 게 아니라 왜 비싼지 쪼개보았고 그 결과 각각의 부품들을 구매해 직접 조립하면 훨씬 저렴한 배터리팩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스크처럼 문제 정의를 하고 실행에 옮기면 행동의 질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