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는 이미 초여름이 훌쩍 다가왔다. 선명한 녹색과 청명한 하늘빛, 깨끗한 바다가 어우러진 곳에서 성공의 의미,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을 곱씹어보았다.
▎노랗게 만발한 유채꽃과 푸른 바다 그리고 청명하고 파란 하늘이 어울린 청산도의 평화로운 풍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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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주인공이 진도아리랑을 흥겹게 부르며 아름다운 시골길을 덩실덩실 걸어간다. 영화[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청산도를 목적지로 정하고 수서역에서 SRT에 몸을 실었다. 늦봄과 초여름 날씨가 공존하는 남쪽 지역에는 녹음이 우거진 들판과 푸른 하늘과 산이 어우러져 있었다. 시골 특유의 조용함까지 곁들여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냈다.#1. 첫 도착지인 나주에선 나주곰탕으로 점심을 즐겼다. 식당 입구 하얀 벽에 “Since 1910, 백년을 넘어 천년을 이어갈 나주곰탕“이라는 글귀가 적힌 ‘하얀집’에서다. 100년이 넘게 나주곰탕의 대를 이어왔다는 이 식당 여주인은 음식에 자부심을 갖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식사 후 모퉁이를 돌아 나주 금성관(羅州 錦城館)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층 카페 ‘예가체프’에서 커피 한잔을 즐겼다. 조선시대 객사 건축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금성관을 둘러보았다.금성관은 조선시대 왕권을 상징하는 지방 궁궐로, 나주목 객사 정청(政廳)의 이름이다. 손님을 접대하는 객사는 고려시대부터 있었으며 나주를 방문한 공주, 외국 사신, 다른 지방 관원 등이 머물렀다.#2.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달려 전남 강진으로 향했다. 고려 초기부터 후기까지 고려청자를 만들었던 가마가 있는 곳인 만큼 먼저 고려청자박물관을 찾았다. 강진의 청자 가마터에선 고려시대 50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청자를 구웠다. 여기서 생산한 작품은 왕실과 귀족, 사찰 등지에서 사용됐다. 다양한 모양의 고운 비취색 청자들이 고려 장인들의 예술혼을 보여주고 있었다. 조경이 잘된 청자박물관에서 고귀한 고려청자의 정취를 음미할 수 있었다.#3. 남쪽으로 더 달려 완도로 향했다. 그곳에서 몽돌해변으로 유명한 ‘정도리 구계등’을 방문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탐방안내소 건물을 지나 조금 걸으니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졌다. 아마도 수만 년 동안 파도에 닳고 닳아 동그랗고 예쁘게 다듬어진 크고 작은 몽돌들이 여행객을 반기는 듯했다. 몽돌이 너무 예뻐 하나 집어오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어떻게 이렇게 몽돌로만 이루어진 해변이 있을까? 해변에 세워놓은 안내 그림에는 앞에 보이는 청산도, 여서도, 소모도, 대모도, 불근도, 소안도, 보길도, 횡간도, 노화도 등이 모여 다도해를 이룬다고 설명해놓았다.아름다운 몽돌 해변을 뒤로하고 완도읍 해안가로 자리를 옮겨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여러 가지 전복 요리를 맛봤다. 야경 명소인 완도 밤바다의 분위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산책한 후 여객선터미널 근처에서 숙박했다.
아름다운 풍광이 유혹하는 봄날의 남도
▎파도에 닳고 닳아 동그랗고 예쁘게 다듬어진 몽돌 해변. 멀리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가로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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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완도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청산도행 배에 올랐다. 선체에 ‘슬로시티 청산도’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페리선은 상춘객들로 만원이었다. 한 시간 정도 다도해 바다를 가로질러서 청산도에 도착했다. 영화 [서편제]로 유명한 슬로길 입구에 도착하니 노란 유채꽃 향연이 펼쳐졌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유채꽃 사이로 열린 길을 느리게 걸었다. 돌담 사이 스피커에서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굽이야 굽이굽이가 눈물이로구나~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하며 진도아리랑이 흘러나온다. 멀리 아름다운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흥얼흥얼 판소리를 따라 부르며 걸었다. 잠시 도시 생활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삶의 여유와 느림을 느끼며 슬로길을 걸으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편안하기만 했다.발길을 ‘상서리’ 돌담 마을로 옮겼다. 잘 쌓아놓은 돌담길 사이를 걸어 올라가 ‘상서 돌담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고즈넉한 마을을 내려다보며 오랜만에 여유롭게 휴식을 취했다. 아쉬운 것은 돌담집에 거주하는 인구가 줄고 빈집이 점점 늘어난다는 현실이었다.#5. 돌아가는 배를 타고 다시 완도에 내려서 버스로 갈아탔다. 다음 행선지인 진도로 향했다. 오랜만에 다시 진도대교에 내려서 옛 전라우수영 자리도 돌아보고 판옥선 내부와 이순신 장군께서 지휘했을 것 같은 판옥선 상부에도 올라보았다. 옆에는 ‘울돌목스카이워크’가 새로 생겼다. 엄청난 조류와 거센 물결 때문에 ‘물이 우는 관문 길목’이라는 뜻을 지닌 울돌목 물길을 가까이서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전선 13척으로 왜군의 133척을 물리치고 대전승을 이룬 명량대첩의 감회를 느껴보았다. 긴 하루의 여정은 대형 콘도인 ‘쏠비치 진도 리조트’에서 휴식으로 전환했다.#6. 마지막 일정으로 고려사를 전공한 이익주 교수가 전하는 삼별초에 관한 강의를 듣고 함께 ‘용장산성’에 올랐다. 고려 원종 때 몽골군과 항쟁하다 강화조약을 맺고 개경으로 환도하자, 이를 반대한 삼별초군은 왕온을 왕으로 추대하고 진도로 내려와 항거했다. 이때 삼별초군이 대몽항쟁(1270~1271)의 근거지로 삼은 성이 바로 용장산성이다. 계단식 대지를 이룬 용장산성을 돌아보며 역사 속 전쟁과 흥망성쇠를 생각해보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여객선 터미널 뒤로 펼쳐진 완도항. 바다 위를 달리는 어선 뒤로 멀리 보이는 신지대교와 산들이 그림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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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큰 성과를 이뤘을까? 그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성공의 뒤편에는 분명 중요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런 궁금증을 안고 젊은 시절부터 삼성 이병철 회장, 현대 정주영 회장, 엘지 구인회 회장, 대우 김우중 회장, 웅진 윤석금 회장 등 열악한 환경에서 거대 기업을 일구어낸 창업자들에 관한 서적을 거의 모두 읽었다. 그리고 성공한 국내외 기업가나 중요 인물들에 관련한 책이나 자서전이 출간되면 즉시 구매해 탐독하곤 했다.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비결(?)을 알고 싶었고 벤치마킹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가 기억에 남는다. 그가 엄청난 독서량을 소화했다는 것과 어린 시절 어려운 환경, 유럽 유학 생활 시절 경험한 기차 여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워커힐호텔에서 책을 소개할 때 김영삼, 김대중 전직 대통령들이 참석했다. 세 전직 대통령이 함께한 특별한 자리와 경험이었다.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영국에서 어린 시절 음반 장사로 시작해 항공사를 비롯한 거대 기업인 버진그룹을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내용이 담긴 자서전이다. 그는 모험을 좋아해서 열기구를 타고 알프스를 넘고 대서양을 건너는 도전도 하며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다.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그의 매력에 끌려서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팔로어가 돼 종종 소식을 접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책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the everything store]의 후반부를 읽으며 놀란 것은, 그가 돈을 버는 목적이 우주를 개척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대목이었다. 책이 막 발간돼 읽을 당시에는 그저 멋지게 이야기하려는 것이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베이조스는 실제로 우주 개척 회사를 설립했고, 직접 우주선을 타고 성층권까지 왕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편제로 유명한 슬로길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부르며 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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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의 딸이 쓴 덩샤오핑 전기 [나의 아버지 鄧小平]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덩샤오핑의 삶과 사상을 접할 수 있게 해줬다. 중국이라는 나라와 큰 인물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해준 책이다.한편으로 40년 넘는 세월 동안 CEO로 일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분들과 좋은 인연을 맺었다. 그런 분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면서 느낀 건 그들만의 독특한 특징과 습관이 있다는 점이다. 평소 종종 만난 몇 분의 사례를 들어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성공 비결을 주관적으로 정리해보았다.[브리태니커 백과사전(Encyclopedia Britannica)]의 세일즈맨으로 시작해 샐러리맨 신화를 이룬 후 웅진그룹을 창업한 윤석금 회장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긍정의 힘, 특유의 유머 감각을 갖춘 기업가다. 2년 전 파주 웅진씽크빅에서 열린 웅진역사관 개관식에 참석했는데, 얼마 전 업그레이드된 웅진역사관을 다시 돌아보았다. 역사관 곳곳을 보면서 웅진그룹을 일으킨 윤 회장이 얼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은 분이었는지 놀라곤 한다. 과외가 전면 금지됐을 때는 학습지로 성공해서 기초 자본금을 확보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공장에 쌓인 정수기 재고를 보며 고민하다가 렌털이라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한국 최초의 렌털사업 개념으로 30대 기업집단에 이르는 규모의 대기업을 일궈냈다.상품 이름도 재미있다. 웅진음료에서 만드는 제품 중에 하늘보리, 옥수수수염차, 맑게 우려낸 누룽지차 등이 있는데, 그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적자였던 계열사를 엄청난 성장 기업으로 전환했다. 웅진그룹의 슬로건은 ‘또또 사랑‘이다. 재미있으면서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 아이디어다. 윤 회장은 항상 유머러스라고 긍정적이다. 그래서 주변을 즐겁고 행복하게 한다.
옛 역사에서 배우는 새로운 창조
▎청산도 서편제길을 소개하는 글을 담은 북과 북채 모형 조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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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모자 산업의 왕’으로 알려진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의 초대를 받고 부천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6·25전쟁 고아인 백 회장의 집무실 벽에는 전쟁 당시 천막 앞에 서 있는 어린 시절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기업을 경영하며 평생 동안 모아온 여러 기념물을 사무실과 같은 층에 조그만 박물관처럼 꾸민 공간에 전시했다.깜짝 놀란 것은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사용한 물건을 거의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청계천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열악했던 환경에서 사용했던 모자 목형과 재봉틀, 먹지를 대고 눌러 쓴 첫 세금 고지서는 물론, 그가 평생 동안 수많은 나라에 해외 출장을 다닐 때 이용했던 항공 티켓에 붙어 있는 보딩패스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놓았다. 그의 치밀한 성격이 아마 오늘날 모자 산업을 넘어서 버스생산업체인 자일대우버스, 100년이 넘은 기업이며 세계 최초로 지게차를 발명한 클라크 미국 본사 및 한국 생산법인을 인수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백 회장은 해외공장과 우리나라 공장의 생산 현황을 매일 확인한다면서 시간당 생산성이 어디가 높은지 비교·확인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그는 숭의학원, OBS 경인TV와 여러 계열사를 경영하면서 백학재단을 설립해 국내외 복지사업을 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수행하고 있다.[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등 수많은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해 한국을 대표하는 톱스타가 된 박상원 서울예술대학교 교수를 만날 때도 많은 영감을 받는다. 영종도 앞바다 시도에 있는 그의 시골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그가 탤런트가 되기 위해서 방송국에 지원했을 때 받았던 수험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평생 배우 생활을 하면서 사용했던 시나리오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었다. 그리고 팬들이 보내준 수많은 팬레터와 종이학도 단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간직했다. 그의 시골집은 그야말로 박상원이라는 배우·교수의 살아 있는 박물관이었다. 박 교수는 사회적 봉사에도 다양하게 참여하고 사진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이렇듯 성공에는 역사에 대한 소중함, 자료의 수집과 보관을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나 싶다. 성공한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지난 삶과 일의 흔적이 담긴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면서 창의적 노력을 더했다고 생각한다. 옛 경험을 토대로 역사를 반추하며 오늘을 경영하고 미래를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이들의 성공 DNA가 아닐까? 따지고 보면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은 누구나 알 수 있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단지 지속적으로 실행(Execution)했느냐 아니면 용두사미가 되었느냐의 문제다.
※ 이강호 -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세계 최대 펌프 제조기업인 덴마크 그런포스그룹의 한국 법인 창립 CEO 등 33년간 글로벌 기업 및 한국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고, 2014년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회장 및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와 2세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을 컨설팅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