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유명 기업가 중 내가 ‘호들’의 대명사이자 아이콘으로 꼽는 이는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이다. 엔비디아는 하루아침에 성공한 기업이 아니다.
‘호들(Hodl)’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호들’의 우리말 버전인 ‘존버’라는 말은 들어봤을 듯하다. 이 용어는 2013년 12월 비트코인 토크 포럼에 올라온 글 제목인 “I AM HODLING”에서 유래했다. 술을 마신 후 취한 상태에서 글을 작성하다 ‘HOLD(보유하다)’를 ‘HODL’로 잘못 썼는데, 글 내용과 맞물려 밈(Meme)으로 발전했다. 최근 영미권에서 ‘호들’은 ‘Hold On for Dear Life’의 약자로 해석되며, ‘죽어라 매달리다, 붙잡다’라는 표현으로 통용된다.수많은 유명 기업가 중 내가 ‘호들’의 대명사이자 아이콘으로 꼽는 이는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이다.엔비디아는 하루아침에 성공한 기업이 아니다. 30여 년 전인 1993년,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서 세 창업자가 엔비디아를 세웠다. 그들이 선보인 첫 3개 제품은 큰 실패였다. 이후 거의 사업을 포기하려던 시점에 세계 최초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했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어 그들은 GPU를 더욱 효율적으로 돌리기 위해 그래픽이나 딥러닝 같은 대량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해야 하는 작업을 훨씬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쿠다(CUDA)’를 무료로 공개했다.쿠다는 AI를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가속 선형 계산기였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쿠다가 AI를 효과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을 발견하자, 오늘날 챗(Chat)GPT 같은 최신 기술에 연료를 공급하는 하드웨어의 중심이 됐다.지난 1999년, 엔비디아가 기업공개(IPO)를 했을 때 주가는 50센트였다. 최근에는 1220달러를 넘어섰다. 호들로 이룬 위대한 업적이라 생각한다. 젠슨 황이 ‘호들’할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눈앞에 놓인 일과 바로 다음 단계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리라(쿠다가 오늘날 AI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 기대하거나 내다보진 못했을 것이라 짐작한다).경영 일선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지만 기대했던 바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일상다반사이며, 결과를 통제할 수 없음을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알게 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기분 좋은 놀라움이 되기도 하지만 실망감을 넘어 큰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젠슨 황은 사업 초기부터 이런 과정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결과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과정에 집중하는 자세를 고수했다고 본다. 그와 결이 같은 경영자로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을 꼽을 수 있다. 그도 공식 석상에서 여러 번 언급했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성공을 이룬 이들 모두가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가졌다”고.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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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두 경영자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스타트업 8년 차인 나도 먼 훗날 놀라운 성공을 위해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도 내일도 호들할 것이라 다짐해본다. 독자 여러분도 호들로 원하는 성공을 이루길 기원하며, 미국의 동기부여 강연가인 레스 브라운의 한마디를 전한다.“내가 이길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s not over until I win)!”-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