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토씨 하나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 고객에겐 서비스에서 이탈할 만큼의 불편함으로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고객은 굳이 그런 불편함을 말하지 않는다.
최근 한강에 나갔다가 유명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공유 전기자전거를 발견했다. ‘처음 타면 무료’라는 광고에 이끌려 회원가입까지 하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페달을 한 번만 밟아도 미끄러지듯 달려 나가는 전기자전거는 그 자체로 신기하고 신선했다. 하지만 아마도 다시 그 전기자전거를 타는 일은 없을 것 같다.전기자전거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첫 경험이었지만 타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문제는 전기자전거를 타던 도중 갑자기 들려온 ‘따다다닥’ 하는 소음이었다. 처음에는 ‘바퀴에 이물질이라도 끼었나’ 싶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문제가 뭔지 알아보려고 자전거에서 내렸다. 안전상 문제는 아니었다. 자전거 앞 바구니에 기업 로고가 그려진 작은 판을 타이와 나사로 조여 붙여놓은 곳에서 나는 소음이었다. 평지에선 문제없지만, 도로에 작은 균열이라도 있으면 요란한 소음이 어김없이 들려왔다. 전기자전거를 타던 30분 내내 몇 번이나 귓전을 울렸던 작은 소음이 ‘더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기업 로고가 그려진 광고판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모든 전기자전거에 부착했을 것이다. 추측이지만 안전상 문제가 없는지도 시험해봤으리라. 하지만 광고판을 붙인 마케팅 담당자도, 제품을 담당하는 기술 책임자도 실제로 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녀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작은 광고판 하나가 안전이든 미관이든 어떤 문제를 일으키리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나도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서비스 업데이트 후 기능적인 면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데(심지어 몇몇 서비스는 개선됐는데), 고객 사용 시간은 오히려 감소했다. 오래된 하드유저 몇 명에게 불편한 점을 물어도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결국 직원들이 직접 수십 번 서비스를 이용하며 찾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원인을 찾아냈다. 유저 간 대화가 끝나고 화면이 꺼졌다가 켜질 때 0.5초 정도의 찰나에 대화 상대방이 다시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기본적인 서비스에 영향을 준 것도 아니니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여겼다. 그러다 한 유저가 당황해 놀라는 표정을 본 후에야 ‘이거다’ 싶었다. 아주 작은 토씨 하나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 고객에겐 서비스에서 이탈할 만큼의 불편함으로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고객은 굳이 그런 불편함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작은 불편함과 불쾌함이 모여 사업 성과에 반영된다.
▎양현모 에피소든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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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거기서 얻은 주관적 느낌은 논리로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에피소든은 고객 경험을 제대로 알기 위해 팀이 매주 최소 4시간 이상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사용한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과 같은 경험을 하고 소통하면서, 그들이 얻는 원초적인 느낌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이런 경험들은 결국 실무진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사업의 성공은 결국 고객이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만족은 애당초 이성적인 논리의 영역이 아니라 감성적인 경험의 영역이다. 고객 경험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전부다.- 양현모 에피소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