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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55) 김태용 EO 스튜디오 대표 

세계를 누비는 이야기꾼 

노유선 기자
EO 스튜디오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기업가정신 등 비즈니스와 관련한 인사이트를 영상 콘텐트로 제공한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스타트업 업계의 아이코닉한 매체로 성장 중이다. 한국을 넘어 미국, 베트남, 일본 등에 진출한 김태용 EO 스튜디오 대표는 “전 세계의 골목대장이 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태용 EO 스튜디오 대표는 “매 인터뷰가 ‘공짜 고급 과외’와도 같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숫자는 조회수가 아니라 오늘 탄생한 기업가의 수다.’

이러한 문장이 적힌 쪽지가 EO 스튜디오 벽에 붙어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EO 스튜디오는 꾸준히 늘어나는 구독자 수와 괄목할 만한 조회수로 성장해왔다. 스타트업 콘텐트 미디어를 표방하는 EO 스튜디오는 2020년 설립돼 어느덧 5년 차 스타트업이다. 총 구독자수(글로벌+한국)는 96만 명을 웃돌고 3년 전 올린 영상은 조회수 227만 회를, 6개월 전 게시한 영상은 90만 회를 자랑한다.

하지만 김태용(34) EO 스튜디오 대표는 조회수에 매몰된 유튜버가 아니었다. EO 스튜디오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대표는 대학 시절 여러 차례 창업에 도전했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미국 실리콘밸리로 무작정 날아갔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을 찾아다니며 이를 영상으로 촬영했다. 콘텐트 시리즈 이름은 ‘리얼밸리’. 스타트업의 실제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 콘텐트들은 김 대표가 유튜브 채널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문화충격을 받고 이를 콘텐트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며 “하지만 미디어 비즈니스는 매우 힘들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EO 스튜디오로 확장할 계획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콘텐트 크리에이터로서 많은 사람을 만나 배운 지식을 막연하게나마 향후 다른 창업에 적용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 대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고 사업 방향성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나갔다. EO 스튜디오는 스타트업 영상 콘텐트 사업 외에 ▶양질의 지식 콘텐트를 다루는 프로덕션 사업 ▶각종 콘퍼런스와 스타트업 데모데이 등을 기획·운영하는 이벤트 사업 ▶비즈니스 관련 소식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콘텐트 플랫폼 사업 ▶스타트업 교육 서비스 사업 ▶실리콘밸리 지식이 담긴 도서를 한국과 일본에 유통·판매하는 사업 등을 영위한다. 특히 이벤트 사업이 순항 중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난주 금요일 실리콘밸리에서 ‘리얼밸리 콘퍼런스’가 열렸는데 스타트업 관계자와 테크 기업 CEO 등 다양한 사람이 참석했다”며 “이를 테드(TED)처럼 규모 있는 콘퍼런스로 키울 생각이다. 지금은 콘퍼런스 역량을 갈고닦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O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기회(Opportunity)의 약자다. 김 대표는 “EO 스튜디오는 기업가를 ‘혁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기업가를 세상에 많이 배출해내고자 한다”며 “알려지지 않은 기업가를 소개하고 미래의 기업가를 양성하는 일이 EO 스튜디오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8일 서울 강남에 있는 EO 스튜디오에서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김 대표가 만나 EO 스튜디오의 성장 비결과 기업가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지식인을 위해


▎김태용 EO 스튜디오 대표(좌)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만나 기업가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EO 스튜디오는 인터뷰 대상을 확대해 각 분야의 전문가, 작가, 교수 등의 이야기도 다룬다. 김 대표는 “미션을 갖고 거대한 변화를 직접 만드는 사람을 빌더(Builder)로 정의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콘텐트로 풀어낸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베트남, 일본 등으로 진출한 EO 스튜디오의 김 대표는 세계를 누비는 이야기꾼이었다.

구체적인 타깃층을 설명해달라.

EO 스튜디오는 ‘오디언스(audience) 페르소나’를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바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라고 정했다. 여유 시간이 부족한 그들에게 핵심 인사이트를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2시간 인터뷰하면 10~20분 영상으로 압축한다. 다만 영상을 짧게 만들다 보니 모든 내용을 영상에 담을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이와 관련해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는 중이다. 간혹 사람들이 EO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을 ‘셀럽 채널’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EO 스튜디오는 결코 셀럽 채널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한 오디언스를 타깃으로 한다. EO 스튜디오가 ‘전 세계의 골목대장’이 되길 바란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이유는.

미디어 콘텐트 사업은 브랜드와 트래픽, 오디언스가 융합돼 발생하는 가치를 현금화하는 일이다. EO 스튜디오는 구독자의 신뢰도와 팬덤에 따라 트래픽이 높게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 무료 콘텐트가 워낙 많다 보니 오디언스가 이탈할 우려도 있다. 그래서 EO 스튜디오는 오디언스를 다른 여정으로 옮기려 한다. 이게 미디어 콘텐트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오디언스에게는 네트워킹의 장을 열어주고 콘텐트 시청을 계기로 뭔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오디언스에게는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책을 선호하는 오디언스를 위해서 도서 유통·판매업도 시작했다. 자신의 커리어를 개발하거나 기업가로 성장하고 싶은 오디언스들이 겪는 고민을 EO 스튜디오가 함께 해결해주는 것이다.

어떤 교육 커리큘럼이 있는지 궁금하다.

기업가정신을 알려주는 ‘표준 교육’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속적으로 교육 콘텐트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전통 경영학과 실전 창업은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이 상당하다. 이를 모두 아우르는 교육과정을 6주짜리와 8주짜리로 마련했다. 현재 한국에서만 교육 사업을 시작했는데 벌써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 약 2000명이 수강했다. 대학 강의처럼 과제와 발표가 포함돼 있다. 창업 아이디어를 검증해보는 ‘초기 고객 가설 검증’ 과정과 설득력 있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과정, 초기 투자 심사역을 양성하는 과정 등이 마련돼 있다.

여러 국가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관찰했다. 국가별 차이점이 있는가.

엄청 다르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하면서도 하이퍼 로컬(Hyper-local)이다. 예를 들어 오픈AI가 무언가를 론칭하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만,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금융 앱은 지역별 상황에 맞게 기획된다. 국가별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을 짚는다면, 한국 스타트업은 실행력 있고 주장의 근거가 타당하면서도 겸손한 사람을 리더로서 선망한다. 미국은 야망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며 메시지가 선명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베트남에서는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는 20대 초중반 인플루언서를 롤 모델로 삼는 편이다. 일본은 아직까지 스타트업보다는 테크 분야 대기업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실패하더라도 잘 실패하라

김 대표에게 인터뷰란 무엇인가.

‘공짜 고급 과외’다. 그러나 마냥 흥미로운 과외가 아니라 아픈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시간이다. 창업에 실패한 경험을 떠올리며 ‘아, 내가 이래서 잘못됐구나’, ‘그때 의사결정을 잘못했었구나’ 등 반성하곤 한다. 큰 배움은 자기 성찰로 이어진다. 또 인터뷰는 나를 다양한 직종의 누구와도 대화를 흥미롭게 이끌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를 소개해달라.

지금까지 수백 명을 만나봤지만 2018년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와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조회수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토스는 직원이 약 80명뿐이었다. 이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너무 힘들어 보였다. 누가 봐도 고생을 많이 한 사람 같았다. 그에게 토스 창업 전에 어떤 일을 했냐고 물으니, 창업에 7번 정도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대표는 “대외적으로 실패를 많이 해야 고객이 원하는 것을 들을 자세가 잡힌다”며 “그게 스타트업의 본질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사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창업 초기에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단단한 팀을 만드는 일이었다. 스타트업 운영은 그런 팀을 만드는 게 전부라고 생각한다. 여러 스타트업을 보면 대부분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나온다. 사업 아이템이 적절하지 못하면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시장조사를 면밀히 하면 된다. ‘다시 해보자’, ‘한 번 더 가보자’라고 서로를 격려하면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업계에 ‘어려울 때 좋은 회사가 만들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반면 인간관계가 무너지면 아이템이 부실할 때 팀도 무너지기 쉽다. 상호 보완적 관계이자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솔직한 팀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무분별한 창업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물론 우려스럽지만 창업을 해본 경험은 향후 큰 도움을 준다. 문제해결과 자기 성찰의 시간을 바탕으로 새로운 진로나 방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금전적인 성공만 좇으면 오히려 그게 성공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창업에 뛰어들면 오로지 성공만 바라보지만 성공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계속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 잠깐 단타로 스타트업 업계에 들어와 곧바로 엑시트(exit)하려 하지 않고 기업을 꾸준하게 이끌어갈 사람이 창업에 도전하길 권한다. 다시 말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창업에 도전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창업가가 늘어나길 바란다.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스타트업 생태계를 관찰하면서 여러 기업의 우여곡절을 데이터로 분석해봤다. 실패를 딛고 성공한 기업은 실패를 해도 잘 실패하더라. 다시 말해 자기 생각과 자기 의사결정으로 창업해 실패한 경우는 의미 있는 실패다. 반대는 의미 없는, 남는 것 없는 실패다. 예를 들면 타인이 내 인생을 책임져주는 것도 아닌데 타인의 제안이나 유행에 휩쓸려 창업하는 경우다. 또 다른 조언은 스타트업 운영을 성공을 위한 사업이라고 규정하지 말고 인생곡선으로 인식하면 좋겠다. 인생에는 업다운(updown)이 있지 않나. 실패도 인생곡선의 일부일 뿐이다. 시행착오에 따른 배움에 포커스를 맞추고 배움을 하나하나 연결해 나만의 역량을 쌓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인생은 실패도 해보고 거기서 배우고 성장하다가 가끔 만족을 느끼는 것 아니겠나.

EO 스튜디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아이코닉한 매체가 되는 것이다. 마치 애플이 테크 기업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쓰이는 것처럼, 브랜드 영향력을 계속 키워나가 EO가 대명사가 되도록 만들고 싶다. 그리고 기업가정신과 성공 스토리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러로서 나뿐만 아니라 직원 모두가 우리가 다루는 스토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2022년 2조21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8호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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