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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 조아라 함께웃는재단 사무총장 

발달장애인도 함께 웃는 세상을 위하여 

신윤애 기자
오는 7월 12~13일 양재동 aT센터에서 발달장애 전문 박람회 ‘제3회 오티즘 엑스포’가 개최된다. 서플러스글로벌과 함께웃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이 행사는 100여 개 부스, 2만여 명이 참석하는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다. 이런 의미 있는 행사를 정부가 아닌 한 기업에서 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 배경을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와 조아라 함께웃는재단 사무총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김정웅 대표와 조아라 사무총장은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한 경험을 살려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등 자립 준비를 돕고 있다.
우리나라엔 25만 명이 넘는 발달장애인이 살아가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증상이나 인지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70여만 명에 이르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늘 주변에 양해를 구하고 노심초사하며 그들의 곁을 지킨다. 가족 중 80%는 우울증을 경험할 정도로 정서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2007년에야 처음으로 ‘발달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정도로 이들에게 오랫동안 무관심했다. 꼭 필요한 교육, 제도, 지원조차 거의 없다시피했다. 1970년대부터 발달장애를 정의하고 관련 법을 제정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건 생애주기마다 필요한 교육, 치료, 자립 준비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고 보호자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하는 일입니다. 이들의 필요를 잘 알기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7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서플러스글로벌 본사에서 만난 김정웅 대표와 조아라 함께웃는재단 사무총장이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와 조 사무총장은 부부사이로 이들에겐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은 자녀가 있다. 조 사무총장은 “아이를 양육하며 필요로 했던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고,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김 대표와 조 사무총장은 2012년부터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 활동에 힘쓰고 있다. 2012년 사회복지법인 함께웃는재단을 설립해 정보성 콘텐트를 꾸준히 제작하고, 서플러스글로벌 사업장 내 ‘톡톡이네’라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만들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2019년부터는 격년으로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로 발달장애 전문 박람회를 직접 개최하고 있다. 매회 2만여 명에 이르는 발달장애인과 그의 가족, 관계자가 참석하는 이 박람회는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연대감을 형성하며 서로를 북돋아주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김정웅 대표와 조아라 사무총장에게 복지사업의 현황, 역경, 비전 등을 들어봤다.

함께웃는재단에 대해 소개해달라.

조아라 사무총장(이하 조): 2012년 9월부터 콘텐트 사업을 중심으로 복지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뢰도 높은 해외의 아티클, 칼럼, 영상 등 번역자료를 제공하고 국내외 연구자료, 전문가 칼럼, 복지정책, 보고서를 소개하는 포털 사이트를 운영한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기 때문에 스스로 좋은 정보를 선별하기 어렵다. 이들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 이 외에도 정말 필요한 책인데 여러 사정 때문에 출판되지 못한 책들을 발굴해 출판을 지원한다. 이 책들은 복지관이나 기관에 무료로 배포한다. 더불어 자폐 관련 학술, 연구지원 사업을 지원하고 경기도 분당에서 마음톡톡센터라는 주간보호시설을 운영한다.

재단은 서플러스글로벌의 수익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나.

김정웅 대표(이하 김): 매년 3억~5억원을 기부한다. 가끔 큰돈을 보탤 때가 있었는데 14년간의 기록을 합쳐보니 회사와 김정웅 이름으로 100억원(주식 출연 약 54억원 포함) 정도 기부했더라.

회사 수익을 지속적으로 재단에 기부한다는 건 조직원과 주주들의 이해가 필요한 일이다.

김: 2017년에 회사가 상장했는데, 당시 ‘회삿돈을 재단으로 빼돌린다’, ‘정치하려고 그런다’는 소문이 돌았다. 불쾌했지만 그저 지나가길 바라며 대응하지 않고 기부를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레 오해가 풀렸다. 개인적으로는 서플러스글로벌에 오히려 경제적인 이익을 안겼다는 생각이 든다. 숫자로 증명되진 않지만 선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구축돼 우리와 거래하려는 회사가 많아졌고, 덕분에 돈도 더 많이 번 것 같다. 또 직원들이 면접을 볼 때 오티즘 엑스포나 재단 이야기를 하며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견을 말할 때면 뿌듯한 마음이다.

기업에서 사회복지재단을 만들게 된 계기가 뭔가.

김: 개인적인 이유다.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이 거셌던 시기에 많은 친구와 선후배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운동을 했지만 정작 나는 가족 문제 등을 이유로 끝까지 싸우지 못하고 입대했다. 늘 빚을 진 느낌이었고 언젠가 나도 세상을 위해 기여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다 회사를 만들고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이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어떤 일을 할지 고민이 깊었는데, 조 사무총장이 발달장애인을 돕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정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조: 난 미국 대사관에서 15년 정도 근무한 워킹맘이었다. 그러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았다. ‘복도맘’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학교 복도에 서서 창밖으로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를 말한다. 혹시 싸움이 생기진 않을지 불안해서 늘 대기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였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매일같이 울었다. 동시에 조금이라도 아이를 잘 케어하고 싶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따고 관련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하지만 이를 사업이나 재단으로 확장할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김 대표가 사회공헌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했고,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분야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나 지원 수준은 지금보다 더 열악했을 듯하다.

조: 정부는 건물을 짓거나 시설을 운영하는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잘 지원해준다. 다만 당시에 부모나 아이를 교육하고 치유해주는 소프트웨어적인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했다. 필요한 정보를 구하기도 너무 힘들고 상담을 받고 싶어도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는 자녀가 진단을 받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된다. 좋다고 하는 치료에 시간과 돈을 바로 투입하기 때문에 사기에 취약하고 실제로 그런 케이스가 많았다.

오티즘 엑스포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김: 미국은 주 단위로 작은 오티즘 관련 행사를 열고,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크게 개최한다. 우리나라에는 오티즘 관련 행사가 없었기 때문에 영국으로 오티즘 쇼를 보러 다녔다. 발달장애인, 가족, 종사자들이 여러 부스에서 서로 소통하고 강연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들었다. 쇼의 규모나 내용을 떠나 이런 행사가 열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아가 한국에선 우리가 해보자는 생각으로 뻗어갔다. 영국의 쇼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강해 2019년 서울에서 제1회 오티즘 엑스포를 개최했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을 선보이는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추가해 축제 분위기를 완성했다.

조: 영국은 런던, 버밍엄, 맨체스터 등 세 군데에서 열리는 행사를 합쳐서 1만 명 정도가 참석하는데, 우리는 2만여 명으로 추산한다. 여기엔 발달장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 이외에도 개인적인 관심이 있어 찾아오는 일반인들도 있다. 우리가 엑스포를 개최한 이유는 가족들을 위한 축제와 힐링의 장을 만들자, 최신 정보를 제공하자, 인식을 개선하자 등 세 가지인데 모두를 이뤄냈다는 생각이 든다.


▎서플러스글로벌과 함께웃는재단이 공동 주최한 ‘제1회 오티즘 엑스포’ 전경. 부스마다 정보를 얻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오는 7월 열리는 3회 행사에선 어떤 걸 볼 수 있나.

조: 1회는 처음이어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2회는 코로나 시국이어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로 진행했다. 당시 발달장애 당사자들의 발언을 듣는 코너를 신설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3회는 그간의 피드백을 반영해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하고 참여한 기관과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네트워킹 커뮤니티를 도입하고 파티도 주최한다. 발달장애 추천 도서를 전시하는 ‘오티즘 북스’라는 코너도 신설했다. 북토크도 하고 예스24와 제휴해서 특판 행사를 진행한다. 매회 진행하는 ‘오티즘 슈퍼스타 케이’라는 재능발표회에서는 총 12명을 뽑는데 63명이나 지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 외에도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공연, 작품 전시,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정책 발표, 국내외 유명 교수들이 언어, 유전자 등 자폐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최신 연구 동향을 강의한다.

사람들의 후기가 궁금하다.

조: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자녀와 외출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자극에 민감해 아이가 힘들어하고, 부모는 돌발 행동을 하진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속을 끓인다. 부모들에게 엑스포에서 좋았던 점을 물으니 “늘 눈치를 보던 우리인데, 여기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어 해방감이 들었다.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박람회 이외에도 함께 활동하는 프로그램이 있나.

조: 자폐의 경우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인지능력이 낮은 최고 중증부터 우영우 같은 천재, 즉 서번트증후군까지 천차만별이다. 사실 이들이 한데 모여 소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 중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건 최중증과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지만 사회적응이 어려운 고기능을 가진 성인 자폐인이다. 고기능 자폐인은 학령기엔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 쉽고 성인이 되면 아무런 보호나 지원 없이 사회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회적 기술 훈련 프로그램이나 취업 준비, 성교육, 금융사기 예방 등을 교육한다.

김: 서플러스글로벌 사옥을 짓고 2021년에 입주를 시작했는데 여기에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디어를 고심하던 중 이 공간에 직장을 만들면 발달장애인의 최종 목표인 자립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톡톡이네라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을 만들었다. 현재 발달장애인 20명을 포함해 35명이 일하고 있다. 자랑할 만한 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서 행복하게 일하는 문화를 만든 것이다.

조: 톡톡이네 대표를 맡아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톡톡이네 직원들은 카페에서 음료를 제조하고 판매하며 무인 편의점, 시설관리, 도서관리 등을 담당한다. 부지가 69421㎡(2만1000평)나 되기 때문에 우리의 역할이 매우 크다. 사실 서플러스글로벌은 톡톡이네 전에도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왔다. 정부에선 100명 이상 근무하는 규모의 기업에선 장애인을 의무고용하도록 장애인의무고용제를 시행하는데 우리는 직원이 30명일 때부터 발달장애인을 고용해왔다.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의 취업 현황은 어떤가.

김: 2022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발달장애인 중 약 29.5%가 취업했고, 70.5%가 미취업 상태다. 취업 기회가 적을뿐더러 발달장애 양극단(경증 혹은 중증)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 취업이 어렵다. 그래서 우린 처음부터 다양한 발달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난이도별로 직무를 개발했다. 지게차가 드나들 때 깃발을 흔드는 신호수를 비롯해 별별 직무를 다 만들었다.(웃음)

조: 우리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데 적극적이길 바란다. 미국에는 자폐성 장애인을 고용한 회사가 같은 그룹 내에 있는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 평균적으로 28% 높은 수익, 2배 높은 순이익을 얻었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과학·IT·회계 분야가 그런데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델, 포드, 구글 등에서는 발달장애인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SAP는 전 직원의 1%를 자폐인으로 고용한다고 한다.

사회적인 인식 수준은 어떠한가.

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이 직접 자폐 성향이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자폐를 그저 신경 다양성의 한 부분으로 인식한다. 반면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한국 사람들은 ‘다른 건 틀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사회적약자와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나 배려가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다. 한국의 자살률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는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돼 있다. 서로 경쟁하며 우열을 가리기에 바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서로에게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부부가 함께 일하는 건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조: 업무 분장을 확실히 해서 괜찮은 것 같다. 부부가 함께 일하니 언제 어디서나 소통이 잘되어서 좋다. 또 회사에서 확실하게 지원해줄 것이란 신뢰가 있다는 것도 감사한 부분이다. 많은 복지사업이 금전 문제로 지속성이 떨어지곤 하는데 우리는 그럴 일이 없다고 믿는다.(웃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조: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우리가 없는 세상에서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우리 소망이다. 이를 위해선 장애인들의 노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노년기에 대한 연구가 너무나 부족하다. 이는 전 세계 공통의 문제다. 우리는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를 꼼꼼히 연구하고 지원해서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07호 (202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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