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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의 시대, 적응하거나 멸종하거나 

 

향후 10년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영국의 럭셔리 완성차들처럼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될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점이다.
‘급변’이라는 용어가 너무나 익숙해진 시대다. 특히 전기차 시대의 도래와 함께 100년 넘게 이어져온 전통적 자동차산업은 말 그대로 급변하고 있다.

1940년대 초만 해도 독일 완성차 제조사들은 상대적으로 저가 브랜드로 인식됐고, 영국의 프리미엄 완성차 제조사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독일 제조사들은 원가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품질 향상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고, 결국 그들이 글로벌 품질의 대명사가 되었다.

반면 미국은 다른 길을 택했다. 최상의 품질 대신 원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대량생산 방식을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이는 합리적 가격대의 적정 품질 차량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일본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독일의 품질 기준과 미국의 대량생산 효율성을 결합한 일본 완성차 제조사들은 전례 없는 가격경쟁력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대다수 미국인은 ‘누가 일본 차를 사냐’며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완성차는 일본 브랜드이며, 압도적인 점유율은 그들의 전략이 옳았음을 보여주었다.

한국 자동차기업들은 어떠했을까? 시장 진입 초기에는 일본 업체들과 같이 가격경쟁력에 집중하다가 독일의 엔지니어링 인재들을 영입하며 품질 향상에 성공했고, 이는 미국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0년대에 들어선 자동차업계는 중국이 전혀 다른 게임을 펼치고 있다. 자원, 인재, 시장 규모 면에서 전례 없는 이점을 가진 중국은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기술력은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전통적 럭셔리 브랜드들을 앞지르고 있다. 진일보한 모터와 배터리 기술로 구현한 넓은 프런트 트렁크 공간은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0배 이상 높은 노동비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중국과 경쟁할 것인가’라는 도전적 과제 앞에 독일, 미국, 일본은 물론 한국 자동차 선도 업체들의 고심이 시작됐다.

필자를 포함해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첨단 로봇공학과 자율주행 기술이 유일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더는 품질만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하며, 노동비용의 격차는 기술혁신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위협인 동시에 기회이며,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향후 10년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영국의 럭셔리 완성차들처럼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될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점이다.


“적응하거나 멸종하라. 이는 지금도 변함없는 자연의 필연적 명령이다(Adapt or perish, now as ever, is nature’s inexorable imperative).” 사이언스 픽션(SF)으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이자 문명 비평가인 H.G. 웰스의 명언을 비단 자동차산업 관계자들만이 아니라 제조업 전반이 되새겨볼 때다.

-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202412호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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