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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그리고 AI] 김지현 SK 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 

AI 활용 못 하면 도태되는 경쟁사회 

노유선 기자
AI 활용 능력이 무기가 되는 초경쟁사회가 도래할 전망이다. 김지현 SK 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은 “AI를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AI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AI 활용력을 두고 끝없이 경쟁해야 한다. 인간다움이 메말라가는 사회가 예견된다. 김 부사장은 “인간다움의 상실은 AI를 사용하는 인간의 자세에 달렸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지난 7월 블룸버그가 오픈AI 리더들이 전체 회의에서 내부적으로 공유한 ‘인공지능(AI) 발전 5단계’를 보도했다. 아래는 각 단계에 대한 설명이다.

-1단계: 챗봇(Chatbots),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AI
-2단계: 추론가(Reasoners), 인간 수준의 문제 해결
-3단계: 에이전트(Agents),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
-4단계: 혁신가(Innovators), 발명을 도울 수 있는 AI
-5단계: 조직, 조직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AI

오픈AI 관계자는 미국 경제매체 잉크(Inc.)와의 인터뷰에서 “약간의 가이드를 받는다면 혁신가 AI는 실제 제품의 프로토타입이나 제작·제조를 돕기 위해 개발된 AI 시스템의 형태일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가 AI를 색다르게 설명한 IT 테크라이터가 바로 김지현 SK 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이다. 그는 지난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 AI 전략 세미나에서 혁신가 AI를 ‘리더 AI’라 칭하며 “향후 리더 AI가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사람에게 명령을 내리고 조직을 대체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AI가 사람에게 명령하는 세상을 전망한 김 부사장에게 인간다움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11월 13일 서울 종로구 SK 경영경제연구소에서 만난 김 부사장은 “기술은 죄가 없고 AI 역시 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AI에게 죄가 없는 이유 등을 물었다.

AI는 죄가 없다

리더 AI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자율 판단으로 어젠다를 도출해서 태스크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AI를 말한다. 태스크의 상위 개념은 미션이고 그다음이 비전인데, 인간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면 AI가 미션과 태스크를 자율적으로 만드는 식이다. 인간이 권한을 준다면 리더 AI는 부분적으로 인간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는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AI에 능숙한 사람으로 대체될 것이다. 나는 인간을 보조하고 도와주는 AI가 모든 산업 전반에 스며들 것으로 전망한다. 육체노동이든 사무직이든 가사 활동이든 ‘대체’ 현상은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부익부가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빈익빈이 되리라 본다.

초경쟁사회가 되는 것 아닌가.

AI를 충분히 잘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또 AI 활용 기술은 갈수록 쉬워질 테니 AI를 더 효율적으로 쓰는 사람과 그럭저럭 잘 쓰는 사람의 경쟁도 나타날 전망이다. 모든 영역에서 시장이 이런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

감성적인 터치가 필요한 분야도 있지 않나.

구성원을 섬세하게 파악해 조직을 관리하는 일은 직무별 리더의 역할이자 인사관리팀의 업무다. 이런 역량도 AI 덕분에 증폭되리라 본다. AI는 다양한 센싱을 통해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쉽게 조직을 진단할 수 있다. 자질구레한 수많은 일을 AI가 수시로, 상시로 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직관리나 인사관리에서도 AI를 잘 쓰는 사람은 성장하고 못 쓰는 사람은 뒤처질 것이다.

인간다움을 어떻게 정의하나.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사회에서 수많은 감각을 느끼면서 인간다움을 배워간다. 사회에 맞는 매너와 공감대 등을 학습한다. 또 우리는 누군가가 선의로 타인을 도와줬을 때 ‘인간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다움을 절대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사람은 시시각각 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다움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나라는 존재도 오늘과 내일의 사고방식과 매너가 다르지 않나. 새로운 경험에 따라 인간다움이 변색되기도 한다. 주변과의 상호작용도 인간다움에 영향을 미친다.

AI가 인간다움을 위협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지.

기술은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AI는 죄가 없다. 인간다움의 상실은 인간이 AI를 얼마나 오남용·악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 AI를 어떻게 쓸지 주목해야 한다. AI 없이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디지털 밀당’을 해야 한다. 기술에 중독돼버리면 기본적 지식과 원리를 모르게 된다. AI에 의존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AI와 멀어지기도 하면서 밀당하길 조언한다.

AI 의존과 중독을 피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AI가 내놓는 답을 맹신하면 안 된다. 그 답이 세상의 진실이고 정의라고 무조건적으로 믿어선 안 된다. AI가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항상 AI의 답을 의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AI에 제대로 질문해야 필요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질문보다 비판적 사고가 더 중요하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12호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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