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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국내 시총 100대 기업 

2025년 애플·MS·엔비디아 4조 달러 클럽 진입할까 

이진원 기자
시가총액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회사의 규모와 유통 주식의 시장가치를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필수적인 지표다. 2024년에는 인공지능(AI) 산업의 부상으로 시가총액 기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의 왕좌가 요동쳤다. 반면 국내에서는 24년째 삼성전자가 시총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기업 시총 분석 서비스 컴퍼니스마켓캡닷컴의 데이터를 시각화해 글로벌과 국내 시총 100대 기업을 분석했다.

▎글로벌 시총 1위 애플의 팀 쿡 CEO(좌측)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애플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AP=뉴시스
글로벌 시총 100: 3조 달러대 톱 3 각축


2024년 12월 17일 기준 세계 시총 1위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은 글로벌 시총 1위 자리를 최근 수년간 몇 번에 걸쳐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엔비디아, 아람코 등에 내줬지만 다시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시총 3조 달러 이상 클럽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세 곳이다. 애플은 지난 2022년 1월 3일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기업이었고 3년이 흐른 현재 세 곳으로 늘어났다.

애플 주식은 이날 기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아 250.83달러를 기록했고 시총은 3조7947억 달러였다. 애플은 2024년 연초 대비 29.51% 상승했다. 애플의 혁신적 제품 라인업과 강력한 재무실적이 주가를 새로운 고점으로 끌어올렸다고 투자자들은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2025년 애플이 4조 달러를 돌파하는 첫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4년 이상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아이폰이 3억 대가량 대기하고 있으며 아이폰의 AI 기능 덕분에 최대 2억4000만 대의 아이폰이 판매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그 근거다.

2위 MS는 2024년 1월 12일 종가 기준으로 애플을 제치고 한동안 시총 1위를 차지했다. MS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분야에 발 빠르게 투자했고, 자사 PC 운영체제(OS) 윈도에 버튼 하나로 AI 비서 ‘코파일럿’을 불러올 수 있는 기능도 탑재했다. 이에 대한 기대감이 시총 1위를 견인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3일 약 5개월 만에 시총 1위 자리를 다시 애플에 내주었다.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Siri)’에 GPT를 결합하는 신규 서비스가 호평을 받은 덕분에 애플 주가가 급상승했기 때문이었다. MS도 2025년 4조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MS의 애저 클라우드를 설치한 기업 중 70%가 향후 3년 동안 AI 솔루션을 도입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MS의 매출과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애플이 시총 1위를 되찾은 지 한 주도 지나지 않아 6월 18일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 엔비디아가 시총 1위에 오르며 광풍을 일으켰다. 엔비디아는 1조 달러를 돌파한 지 180일 만인 2024년 3월에 2조 달러를 돌파하더니 6월에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해 1위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하지만 시총 1위는 화무십일홍에 그쳤다. 단 며칠 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폭락을 기록하며 다시 애플에 왕좌를 내주었다. 그래도 데이터센터 GPU 시장의 98%를 장악한 엔비디아는 그 지배력을 지속하고 차세대 AI 중심 블랙웰 칩을 곧 출시할 예정이어서 2025년 엔비디아의 시총 4조 달러 진입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빅 3 외에 10위권까지 1조 달러 클럽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디아람코와 대만 TSMC를 제외하면 모두 미국 회사이며 대부분 빅테크 기업이다. 이 중 8위 테슬라는 지난 10월 2013년 이래 10년 만에 가장 큰 시총 상승을 경험했다. 테슬라는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기존 전기자동차를 넘어선 담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후속 사업계획이 없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 매도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머스크는 테슬라 매출이 2025년에는 20~30% 성장할 것이며, 2025년 상반기에 저가 차량을 출시하겠다고 약속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그리고 생산 비용 감소 노력으로 3분기 마진이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10위 TSMC는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아시아 기업이 됐다. TSMC는 애플, AMD,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 거대 기술 기업에 칩을 공급하고 있으며 애플이 가장 큰 고객이다. 애플은 TSMC의 칩을 사용해 아이폰을 제조하며 TSMC 매출에서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또 TSMC는 암호화폐 채굴 산업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 장비의 98%를 제조하는 비트메인이 TSMC 반도체를 사용한다. AI 분야가 계속 성장하고 TSMC가 새로운 칩에 대한 수요를 계속 충족한다고 가정하면 2025년 시총 순위에서 브로드컴, 테슬라, 메타플랫폼까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총 100위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60개 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중국이 텐센트(19위)를 비롯해 10개사, 영국이 아스트라제네카(55위) 포함 5개사, 스위스가 로슈(47위) 포함 3개사, 프랑스가 LVMH(29위) 포함 3개사, 독일이 SAP(31위) 포함 3개사, 인도가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65위) 포함 3개사, 네덜란드가 ASML(33위) 포함 2개사가 순위에 올랐다.

그 외 한국(삼성 40위)을 비롯해 덴마크(노보노디스크 20위), 아랍에미리트(국제지주회사 42위), 일본(토요타 46위), 아일랜드(엑센추어 48위), 캐나다(캐나다왕립은행 79위), 호주(커먼웰스은행 85위), 스페인(인디텍스 90위), 멕시코(포멘토에코노미코멕시카노 93위)가 각각 1개 기업을 100위권에 올렸다.

국내 시총 100: 총합 1450조원에 불과

국내 시총 1위 기업은 2000년 이후 24년째 삼성전자가 지키고 있다. 삼성은 2024년 12월 17일 기준 시총 361조원으로 2위 SK하이닉스 126조원과 큰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시총은 올해 최고점인 7월 11일 당시 520조원보다 160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지난 11월 14일에는 한때 300조원대도 붕괴된 적이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산업에서 경쟁력 약화로 현재로선 대외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한 종목”이라며 “트럼프 당선 이후 다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2위 SK하이닉스는 향후 시총 3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가 진행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가장 부합하는 종목인 AI 반도체 제조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는 수익성을 제고해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기업으로 손꼽힌다.

3위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하자 마자 국내 시총 2위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2차전지 종목들의 거품 논란과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이 겹치면서 2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지만, 상황이 반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밸류체인의 대장주인 테슬라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부터 10위 신한금융그룹의 시총 범위는 25조~69조원이다.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바이오헬스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눈에 띈다. 두 회사는 2024년에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액 4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힘은 초대형 수주에서 나온다. 올해는 1조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만 3건을 체결하며 창립 이래 최초로 연간 누적 수주 5조원을 돌파했다.

시총 6위 셀트리온은 현재 5위 현대와 7위 기아 사이에 끼어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현재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현대차나 기아차와 비슷한데 그럼 이익률도 비슷하게 가야 한다”며 “성장률은 더 높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셀트리온 올해 목표로 했던 매출 3조5000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매출 목표치를 5조원으로 설정했다.


글로벌 시총 상위 기업들이 AI 등 신기술에 의해 역동적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데 비해, 국내 시총 상위 기업군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신흥 기업의 부재에 따른 한국 경제의 정체로 볼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삼성전자가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를 웃돌고 있다.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잃는다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대체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일본, 대만 시총 10대 기업이 53~107% 성장세를 기록하는 반면, 국내 시총 상위 10대 기업은 지난 4년 새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추이도 비슷했다. 우리 1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2020년 44조3132억원에서 올해 35조3121억원으로 20.3% 줄었지만 다른 나라 상위 기업들의 이익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119.9%, 일본이 116.3%, 대만이 122.8% 증가했다. 대표 기업들의 부진이 뚜렷해 이를 극복할 대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쪼그라든 한국 증시 투자의 일례를 들면, 이번 국내 시총 100대 기업의 시총 합계는 1450조원 규모로, 글로벌 시총 11위 버크셔해서웨이(1410조원)의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국내 증시에서 주가수익비율(P/E비율)* 기반 현재 밸류에이션 대비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나 저평가된 기업 톱 10을 살펴보면, HMM(1.86), 신세계(3.00), 현대글로비스(3.39), 팬오션(3.45), 현대(3.66), 우리금융그룹(3.7), 한국가스(3.71), 기업은행(3.72), 금호석유화학(3.87), F&F(3.89)가 꼽힌다.

* 주가수익비율(P/E 비율)은 기업별 주가와 주당 순이익 간의 관계를 측정한다. P/E 비율이 양수이며 수치가 낮을수록, 현재 밸류에이션 대비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나 저평가된 기업을 의미한다. 반면 음수이며 0에 가까우면 현재 밸류에이션 대비 손실이 큰 기업을 의미한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501호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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