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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바다 위 군사기지, 항공모함의 국제정치학 

“전쟁 준비 완료” 소리 없는 해상의 각축장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park.yonghan@joongang.co.kr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양 패권 증명한 미국, 차세대 포드함 취역 앞둬 / 北, 미 항모 겨냥한 탄도미사일 개발 지시… 中, 2025년까지 항모 6척 배치 계획

▎10여 척의 군함으로 구성된 칼빈슨 항모 강습단의 항행 모습 / 사진:미 해군
북한은 7월 4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같은 날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실험이 성공했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실전에 배치될 경우 최대 사거리는 8000㎞ 수준으로 예상됐다. 미국이 그어 놓은 레드라인(red line)을 넘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때부터 일반의 관심은 미군 항공모함(항모)이 언제 한반도에 급파되는지에 쏠렸다. 한·미 연합군의 ‘단호한 조치’가 바로 항모 배치라고 해석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반도 위기설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호주로 향하던 항모의 방향을 급히 돌려 한반도에 배치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선제타격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면서 긴장은 고조됐다.

항모는 미군의 군사력, 국력을 상징한다. 핵무기는 무기고에 숨겨져 있지만 항모는 전 세계를 항행하면서 미국의 힘을 보여준다. 전쟁 승리의 상징으로 과시된 적도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13년 5월 1일 걸프 해역에서 미국으로 귀환 중인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올라 연설에 나섰다. “이라크에서의 주요 전투작전은 끝났다”고 말하며 사실상의 종전 선언을 했다.

항모는 전쟁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배치된다. 갈등 국면이 올라갈 때 자연스럽게 항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항모를 배치한다는 건 언제든지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이런 항모의 힘은 제공권, 즉 탑재한 함재기에서 나온다. 항모가 바다에 떠 있는 공군기지로 불리는 이유다.


▎레이건 항모에서 항공기 출격을 유도하고 있다.
항모의 중요성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입증됐다. 해전의 중심도 바꿨다. 이전에는 누가 더 큰 함포를 싣는가에 따라 전세가 기울었다. 거포를 더 많이 장착하면서 당연히 전함의 크기도 더욱 커졌다. 그러나 태평양전쟁 이후부터 항모가 해전의 승패를 결정했다. 항모 덕분에 항공기를 더 멀리, 더 많이 보낼 수 있게 됐다. 일본은 진주만의 미군 기지를 기습공격하면서 태평양전쟁을 시작했지만 미군의 항모는 단 한 대도 파괴하지 못했다. 이때의 결과는 결국 비수가 되어 돌아오게 된다. 진주만의 충격을 수습한 미군은 일본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징검다리를 확보하는 데 나섰다. 비행장이 건설된 섬을 점령하며 일본 본토로 진격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이런 전략적 요충지를 빼앗기면서 패망의 길로 들어섰다. 역설적이게도 비행장을 빼앗을 때 가장 큰 역할은 했던 것은 바다 위 비행장, 바로 항모다. 미군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일본은 이때 항모 4척을 잃었다. 전세가 기울어진 순간이었다.

1척만으로 웬만한 국가의 공군력 앞서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항행하고 있다. 중국은 총 6척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이어서 미·중 해양패권 대립은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미군의 항모 1척에는 1000㎞ 거리를 날아가 공격할 수 있는 ‘F/A-18E’ 수퍼호닛 전투기 44대를 비롯해 ‘EA-18G Growler’ 전자전기, ‘E-2C Hawkeye’ 조기경보기, ‘MH-60S Seahawk’ 해상작전헬기, ‘C-2A Greyhound’ 항공모함 수송기 등 총 90여 대의 고정익 및 회전익 항공기가 탑재된다. 항모 1척만으로도 웬만한 국가의 공군력보다 더 강하다. 호닛 전투기를 분당 12대 정도 출격시킬 수 있는데 북한이 막아내기 어렵다.

북한 전투기는 대부분 1950~60년대에 만들어진 구형이다. 북한은 400여 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레이더 없는 전투기가 200대 정도 된다. 레이더는 비행기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레이더 능력이 없으면 눈을 가리고 싸우는 것과 같다. 노후한 미그 계열(MiG-15·17·19) 전투기는 자체 레이더를 탑재하지 않아 지상 레이더가 정보를 보내줘야 다른 전투기를 볼 수 있다. 북한 땅을 벗어나서는 싸울 수 없다는 말이다. 바다에 떠 있는 항모를 공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의 구형 전투기는 레이더를 갖고 있어도 별로 쓸모가 없다. 공중에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게 유일한 공격 방법이기 때문이다. 레이더로 유도하는 정밀한 미사일도 별로 없다. 북한으로선 신형인 미그 계열(MiG-21·23·29) 전투기도 70~80년대에 생산된 것으로 탐지 거리가 50㎞ 정도에 불과하다. 미군의 호닛 전투기는 100여㎞ 밖을 내다볼 수 있고 미사일의 사정거리도 60㎞ 수준이다. 또한 북한 지상의 군사적 요충지도 쉽게 제거될 수 있다.

미군 항모는 F-35B 스텔스 전폭기도 탑재한다. 스텔스 기술 덕분에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다. 북한군이 지상의 레이더를 사용해도 발견할 수 없어서다. 압도적이고 정밀한 공격 방법은 또 있다. 항모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항모를 주축으로 구성된 항모강습단은 순양함, 구축함, 군수지원함 그리고 잠수함 등 해군의 주요 전력을 거느린다. 항모강습단은 독자적으로 해상초계와 미사일 방어가 가능하며 대공, 대함, 대지 공격 등 모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순양함은 수직발사대 60개를 장착하며 대공미사일(SM-2, SM-6)을 탑재해 항공기와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고 순항미사일(BGM-109 토마호크)을 발사할 수 있어 1700㎞ 밖에서도 지상 표적을 공격한다. 항모전단의 토마호크 미사일은 평양의 군 지휘부를 비롯한 주요 표적을 타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2003년 이라크전쟁을 시작할 때도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해 이라크의 전쟁 지휘부와 레이더를 파괴했다. 뒤이어 항모에서 출격한 전폭기가 공중 및 지상의 위협을 쉽게 제거했다.

북한은 이미 항모에 대해 뼈아픈 경험을 했다.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이 판문점에서 미루나무를 제거하는 미군을 공격했다. 이때 보니파스 대위와 배럿 중위가 사망했다. 바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한국과 미국은 다시 한 번 미루나무를 제거하는 폴버니언 작전에 나섰다. 북한군의 대규모 공격에 대비해 미군은 F-4 팬텀 대대, B-52 전략폭격기, F-111 전폭기를 한반도로 전개했다. 이뿐만 아니라 항모 3척까지 해상에 배치했다. 사실상 전쟁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였다. 미루나무는 성공적으로 제거됐다. 북한이 무력으로 저항할 수 없어서다. 압도적인 전력이 지상과 공중 그리고 해상에서 대비하고 있어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결국 유감을 표명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도끼만행사건으로 생긴 北의 항모 트라우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험 발사에 성공한 개량형 스커드미사일을 살펴보고 있다. 해상의 공격 목표를 노리는 대함탄도 미사일(ASBM)로 추정된다. / 사진:조선중앙TV
최근에도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가장 강력한 무력시위는 항모 작전이었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이 발생하자 한·미연합군은 같은 달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해에서 항모를 동원한 훈련을 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항모가 배치되면 육·해·공군 합동작전이 가능하다”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영해 근처에 항모가 출현하는 걸 반가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항모가 한반도 해역에 들어서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공격을 시작하는 것 아닌가 의심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게 된다”며 “미군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항모를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항모 대응에 나섰다. 지난 5월 29일 신형 스커드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다. 북한 당국은 7m이내로 탄도미사일 명중 오차를 줄였다고 주장했다. 정보 당국은 미사일 탄두 부분에 광학장치를 장착해 정확도를 높인 것으로 봤다.

또한 카나드(보조날개)를 달아 자세와 방향을 조종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목적은 노동신문을 통해 드러났다. 보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적함선(함정)을 비롯한 해상과 지상의 임의의 목표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며 미군의 항모를 노렸음을 암시했다.

中, “미 항모 서해 배치되면 움직이는 표적 될 것”


▎7월 22일 취역을 앞둔 차세대 항모 포드함이 돛을 점검하며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군의 항모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걸 꺼리는 건 중국도 마찬가지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직후에도 한·미 연합군은 항모를 서해로 배치하는 것을 논의했다. 그러나 중국이 매우 강하게 반발해 장소는 동해로 바꿔 7월에 훈련했다. 중국의 현역 소장인 뤄위안은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에 진입하는 순간 이는 움직이는 표적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국은 미국의 항모전단을 막기 위해 대함탄도미사일을 해안에 배치해 두고 있다. 대표적인 미사일은 둥펑-21D(DF-21D·나토명 CSS-5)다.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1의 최신형이다. 중국은 1960년대 말 DF-21 개발을 시작, 91년에 실전 배치했다. 미군 항모가 중국 인근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 전략(A2AD: Anti Access Area Denial)에 따른 군사적 대응이다. 백두산 너머 퉁하(通化)에도 배치돼 있다. 한반도 유사시에 동해에 진입하는 항모 타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공격수단도 만들기 시작했다. 중국의 랴오닝함 전단이 지난 7일 홍콩에 처음으로 기항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2012년 9월 취역한 중국의 첫 항모다. 중국 당국은 “국가의 주권, 안보, 발전이익을 효율적으로 수호해 세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추진하는 데 중요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군은 2025년까지 총 6척의 항모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항모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미국은 세대교체를 서둘러 한 발 더 멀리 나가고 있다. 미국의 차세대 핵추진 항모 ‘제럴드 R 포드함(Ford, CVN-78)’이 7월 22일 취역을 앞두고 있다. 미 해군은 우선 포드급(Ford class) 항모를 두 척 더 건조할 계획이다. 기존 항모의 퇴역에 맞춰 점차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현재 운용하는 항모는 모두 니미츠급으로 불린다. 미 해군은 1975년에 니미츠함을 건조했다. 동급의 마지막 항모는 2009년 취역한 ‘조지 HW 부시함(CVN-77)’이다. 니미츠급 항모는 새로 건조될 때마다 크기가 조금씩 커졌다. 만재 배수량을 보면 ▷1번 함 니미츠는 9만1400t ▷4번 함 루스벨트는 9만6400t ▷5번 함 에이브러햄 링컨은 10만t까지 올라갔다. 항모의 길이는 333m, 폭은 78m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중국 랴오닝함의 배수량은 6만7500t으로 미군 항모의 70% 수준에 근접했을 뿐이다. 중국산 함재기 ‘젠(殲)-15’를 겨우 24대 탑재할 수 있다. 미군 항모 능력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중국 항모는 소련이 운용하던 바랴크함을 개조했기 때문에 제약사항이 많다. 지난 4월에 중국의 두 번째 항모가 진수됐다. 중국의 기술로 처음 건조한 산둥함이다. 그러나 항모의 능력 면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배수량을 7만t 수준으로 올렸고 함재기도 12대 더 탑재할 뿐이다. 독자적인 제작 능력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원자로 출력 커진 포드급 항모, 2020년 전력화 마무리


▎텔리즈먼 세이버 2017 훈련에 참가 중인 레이건 항모에서 호닛 전투기가 출격하고 있다. 항모는 사출기로 전투기를 빠르게 이함시킬 수 있다. / 사진:미 해군
포드급 항모의 기본 골격은 니미츠급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일부 변화도 있다. 배수량은 1000t 증가했고 길이는 4m 늘렸다. 규모가 커진 만큼 함재기를 더 많이 탑재한다. 비행 갑판의 면적도 확장됐다. 단순히 크기만 늘린 건 아니다. 차세대 항모로 불릴 만큼 중요한 변화가 있다. 우선 원자로의 출력이 커졌다. 니미츠급은 ▷열출력 550MWt ▷전기출력 32MWe 수준인 웨스팅하우스 ‘A4W’ 원자로 두 개를 탑재했다. 포드급은 ▷열출력을 40% 늘린 700MWt ▷전기 출력은 네배 키워 150MWe 에 달하는 백텔의 신형 원자로 ‘A1B’를 두 개 달았다. 포드함에 탑재한 원자로는 간단한 연료 교환 작업만 거치면 향후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로의 성능이 커졌다고 크기도 늘어난 건 아니다. 기존보다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설계가 적용된 효과다. 전자제어감시기술도 적용돼 원자로의 크기는 오히려 작아졌다. 미국과 달리 중국의 항모는 디젤연료로 움직인다. 중국은 앞으로 추가로 건조할 4척의 항모 중 2척을 원자력 추진 방식으로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포드함이 원자로를 키운 이유는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해서다. 항모는 ‘사출기(catapult)’를 달고 있는데 전투기의 속도를 순간적으로 시속 250㎞로 가속시켜 최대한 짧은 거리에서 이륙시키는 장치다. 포드함은 전자기식 사출장치(EMALS)를 가동해 더 많은 전기가 쓰인다. 기존의 니미츠급 항모는 원자로에서 생산된 에너지로 만든 고온·고압의 증기로 사출기를 작동한다. 포드함의 EMALS는 기존의 사출기보다 힘이 더 강력하다. 기존 증기 사출기의 힘은 95MJ인데 EMALS는 122MJ에 달한다. 이 덕분에 포드함이 니미츠급과 같이 4개의 사출기를 탑재하고도 전투기 이착륙 횟수가 30% 이상 늘어난다. 기술 발전을 거듭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 항모에는 증기식 사출기도 없다. 스키점프대를 이용해 전투기를 출격시킨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함재기를 띄우기 어렵다. 2021년에 실전 배치될 세 번째 항모에 처음으로 증기식 사출기가 탑재될 예정이다.

미군의 신형 항모는 보다 좋아진 어레스팅 기어(AAG: Advanced Arresting Gear)를 탑재했다. 어레스팅 기어는 항모에 착륙하는 함재기를 잡아주는 체인이다. 함재기는 매우 강한 힘과 속도로 항모에 착륙한다. 착륙에 실패하면 다시 곧바로 이륙해야 하는데 속도를 낮추면 바다에 떨어질 수 있다. AAG를 도입한 이유는 무인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압식 어레스팅 기어(Mk7)는 무인기 회수가 어려웠다. 힘이 부족해서다. AAG는 워터터빈으로 에너지를 흡수해 착함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원리로 더 강하게 착륙하는 전투기를 잡아 멈추게 한다. 포드함의 혁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항모의 소음도 줄었다. 신형 원자로는 발전용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만들어진 전기로 모터를 작동한다. 기존 항모는 가압경수로 증기터빈으로 추진했다. 증기(스팀)로 스크류를 돌려 배를 움직이는 구조다. 포드함은 전기 모터를 사용하면서 소음이 줄어 잠수함에 발견되거나 공격받을 확률도 낮아졌다.

또한 신형 위상배열 레이더를 달아 감시능력도 키웠다. 위상배열 레이더를 항모에 탑재한 건 처음이다. SPY-4 S밴드 광역수색 레이더와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에 장착한 SPY-3X밴드 다기능 레이더를 함께 묶어 설치했다. 포드함은 7월 말 취역한 뒤 작전 수행 능력을 나타내는 초도작전능력(IOC)을 확인하면 작전배치될 예정이다. 2020년께 전력화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항모 1척 운용에 年 3000억원, 한반도 배치 언제든 가능


▎아이젠하워함은 캐나다에 입항한 뒤 시민들에게 항모를 개방했다. 항모에서는 다양한 국가 간 교류행사가 개최된다. / 사진:미 해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미군의 항모가 이번에도 한반도에 출동할까. 미군에 정통한 군 관계자는 “미군이 당장 항모를 한반도로 보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미 해군의 항모들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훈련과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군 관계자의 말이 사실인지 미군 항모의 구체적인 위치와 임무를 모두 추적해봤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항모는 총 10척인데 이 중에서 6척은 미 본토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휴식과 정비 그리고 훈련을 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6척의 항모는 작전에서 빠져 있는 ‘열외된 전력’인 셈이다. 이어서 해외로 출항한 4척의 항모도 확인해봤다. 군 관계자의 말처럼 당분간 한반도에 급파되기는 어려운 상태다.

태평양에 배치된 항모는 2척이다. 전진 배치된 레이건함이 가장 먼저 한반도에 투입되는 1차적 임무를 맞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항을 기지로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위치는 호주 부근 쇼울워터만으로 파악됐다.

미국과 호주는 올해로 7번째를 맞는 연례 합동군사훈련 ‘텔리즈먼 세이버(Talisman Saber)’를 6월 말 시작했다. 레이건함은 지난 9일부터 참가했고 훈련은 7월 말에 끝날 예정이다. 태평양에는 또 다른 항모가 배치돼어 있다. 미 해군 7함대의 임무를 보면 “레이건함은 연중 절반을 바다에서 보낸다”면서 “미 해군은 1척의 항모를 ‘임시전력’으로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해군 3함대 소속 니미츠함이 6월 21일 7함대 작전구역으로 들어왔다. 니미츠함은 4년 전에도 인도양과 서태평양에 배치됐었다. 그러나 니미츠함도 7월 7일 시작된 연례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 그리고 일본은 7월 17일까지 인도 벵골만에서 ‘말라바’(Malabar) 합동 군사훈련을 한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항모의 일정을 취소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7월 4일 북한이 ICBM을 발사하던 당시에 한국에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위기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실 미군이 항모를 출동시킬 때 전략적 측면만 따질 수 없다. 미군 입장에서는 예산집행 계획에 없던 항모 작전을 하면 막대한 비용 부담이 따른다. 항모 1척을 운용하는 데 연간 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단순하게 보더라도 매일 1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쓰인다. 항모를 비롯한 이지스함과 잠수함 등 10척의 항모 전단을 전속력으로 출동시킬 경우 여기에 쓰이는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미군이 항모 배치를 신중하게 고려하는 또 다른 이유다.

중요한 건 필요하다면 막대한 예산을 감당하더라도 한반도에 항모를 배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진형 전 합참 전략기획부장(예비역 해군 소장)은 “항모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 연합군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라며 “연합 훈련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억제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강력한 억제력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라고 풀이된다.

-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park.yonghan@joongang.co.kr

201708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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