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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심층 리포트] 급증하는 구직급여에 재정 ‘적신호’ 

고용기금 축내는 ‘자발적 실업’의 유혹 

‘알바 6개월, 구직급여 4개월’ 자발적 실업 반복 꼼수 횡행
‘조삼모사’식 정책에 근로 의욕 떨어뜨리고 재정건전성 악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 후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과 기간이 늘면서 단기 일자리와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자발적 실업’이 늘고 있다.
인천에 사는 20대 청년 A씨는 얼마 전 6개월간 일하던 커피숍에서 해고당했다. 그런데 기분 나빠 하기는커녕 오히려 싱글벙글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잘렸기’ 때문이다. 해고당하기 전 그는 커피숍 주인에게 자기를 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청소를 제대로 안 하는 등 근무를 게을리했다. 보다 못한 주인은 그를 해고했다. A씨는 4개월 동안 더 많은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쁜 마음으로 퇴사했다.

‘6개월 일하고 4개월 놀면서 돈 받는다.’

요즘 아르바이트 구직자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처럼 떠도는 말이다. 일할 때 받은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에 알바와 구직급여 신청을 반복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자포자기하다시피 한 일부 구직자들의 씁쓸한 세태지만, 최저임금보다 구직급여를 더 많이 받는다는 말에 고개가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일하지 않을 때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이 말은 사실이다. 최저임금보다 최저구직급여가 더 많기 때문이다. 현행 구직 급여제도는 현 정부 들어 새롭게 적용됐다. 퇴직 당시 연령과 보험가입 기간에 따라 실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의 60%를 구직급여로 지급한다. 2019년 10월 이전에 50%였던 것을 60%로 늘렸다. 기간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한 달 늘었다. 자진 퇴사하거나 중대한 잘못으로 해고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하자 구직급여 역전 현상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8, 2019년에 각각 16.4%, 10.9% 올랐다. 그러자 최저임금과 연동된 최저구직급여도 크게 인상됐다. 최저임금은 주당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법정 근로시간인 1일 8시간을 기준으로 주 5일 40시간에 유급휴일(주 1일) 8시간이 포함된다. 이 기준대로 일급 최저임금은 6만8720원이다.

최저구직급여의 일급액은 6만120원이다. 최저임금 일급액보다 적다. 그러나 월급으로 계산하면 역전현상이 나타난다. 여기에는 일반인은 잘 모르는 계산식이 숨어 있다. 근로시간 기준의 차이가 그것이다. 따라서 두 급여액의 정확한 차이를 이해하려면 월 근로시간을 살펴봐야 한다.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에는 주 7일 중 6일만 근로시간으로 간주한다. 365일을 12개월로 나누면 30.42일이다. 이를 다시 7일로 나누면 한 달은 평균적으로 4.36주로 구성된다. 여기에 주당 근로시간(48시간)을 곱하면 월 근로시간은 209시간이다. 2020년 시급 8590원에 월 근로시간을 곱하면 월급 최저임금은 179만5310원이다. 이를 한 달 일수인 30.42일로 나누면 월평균 일급 최저임금은 5만9017원이다.

최저구직급여는 주 7일 모두 유급으로 처리된다. 1일 최저구직급여는 6만120원으로 고정돼 있다. 한 달 일수(30.42일)를 곱하면, 월급 최저구직급여는 182만8850원이다. 일급과 월급 모두 최저구직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더 많아지는 것이다.

‘임시직만 찾는 20대’, 구직급여 신청자 증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자 당황한 정부는 2019년 10월 구직급여제도를 변경하면서 최저구직급여를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인하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최저구직급여의 일급액은 5만4976원이 돼야 한다. 그러나 구직자들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단서 조항을 달았다. 최저구직급여액이 개편 전인 2019년 10월 이전 금액보다 적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명분에 불과할 뿐 실효성은 전혀 없는 규정이 돼버린 셈이다.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최소 4개월로 늘리고 하한액이 오르자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자발적 해고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6개월 일하고도 일 년 중 10개월은 약간 더 나은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으니 이만한 유혹도 없다. 이런 현상이 고착화하면 앞서 제시한 청년 A씨와 같은 사례가 늘어나 구직자의 취업의욕은 떨어지고 노동시장의 활력이 사라지는 사회 문제로 비화할 우려도 있다.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구직급여 확대 정책이 시행된 뒤부터 실제로 구직급여 신청자 수가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 전인 2016년 1분기 신청자 수는 30만7270명으로, 전년 동기 30만3417명보다 1.3% 늘었다. 2017년 3분기는 21만9360명으로, 전년 동기(2016년 3분기)보다 5.3% 늘어난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16.4% 인상한 2018년을 기준으로 그해 1분기에는 34만5314명이 구직급여를 신청해 전년 동기(2017년 1분기)의 29만8626명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약간 하락세를 보이다 2019년 4분기부터 다시 급증하기 시작해, 그해 4분기(26만4886명) 변화율은 전년 동기(23만9979명) 대비 10.4%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가 덮친 올해 1분기(43만7343명)에 더 심화해, 지난해 1분기(37만6482명) 대비 16.2%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데이터는 2018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자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일자리를 크게 줄였고, 이로 인해 실직자가 늘어남으로써 구직급여 신청자가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2019년 최저임금이 또다시 두 자릿수인 10.9% 인상되면서 부담이 더욱 커진 사업주들이 고용 인원을 더욱 줄였고, 구직급여액 인상과 지급 기간 확대 정책이 시행되면서 신청자 수 증가를 촉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60세 이상의 구직급여 신청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60대 이상은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단순 노무나 서비스 등의 일자리를 주로 맡고 있다. 인건비가 오르면 가장 먼저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일자리 감소의 타격도 가장 먼저 입는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전 60세 이상의 2016년 1분기 구직급여 신청자 수는 4만9584명으로 전년 동기(4만5012명) 대비 10.2% 증가했고, 2017년 3분기에는 3만5423명으로 전년 동기의 4만5012명보다 16.6% 증가했다. 그러나 2018년 1분기에는 6만8256명으로 전년 동기(5만2022명) 대비 31.2%, 2018년 4분기는 4만2303명으로 전년 동기(3만4323명) 대비 26.5%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2020년 1분기에는 9만9692명이 신청해 지난해 1분기(8만1209명)보다 22.8% 늘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자 단순 노무, 서비스직의 일자리가 줄어 60세 이상 실직자가 많이 발생했고, 이는 구직급여 신청자 수 폭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활동이 줄어든 것도 60세 이상 일자리 감소의 직접 원인이기도 하다.

주로 임시직인 파트타임 일자리로 생활하는 20대 이하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9년 구직급여액을 올리고 지급 기간을 늘린 이후 신청자 수가 다른 연령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9년 3분기 신청자 수는 4만1755명으로, 전년 동기(3만8551명) 대비 8.3% 증가세를 보였으나, 새로운 구직급여제도가 시행된 직후인 2019년 4분기에는 4만6327명으로 전년 동기(4만964명) 대비 13.1%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7만3200명이 신청해 지난해 1분기(5만9272명)보다 23.5% 대폭 증가세를 보였다.

최저임금 올리자 구직급여 반복 신청자 급증


▎한 20대 여성이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카페에서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20대 이하 청년층은 최저임금을 받는 60세 이상 근로자보다 재취업이 상대적으로 쉽다. 따라서 반복적인 구직과 실직으로 구직급여를 여러 번 타려는 욕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제도가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구직급여를 반복해서 타내는 꼼수가 정말 늘었을까? 이 또한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구직급여 신청 동향 데이터를 분석하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구직급여를 처음 신청한 실직자 수 변화다. 2016년 1분기는 22만2963명이 신청해 전년 동기(21만5718명) 대비 3.4%, 2017년 3분기는 16만8975명으로 전년 동기(15만5314명) 대비 8.8%의 변화율을 보였다. 그러나 2018년 1분기에는 25만8345명으로 전년 동기(22만1867명) 대비 16.4%를 기록하더니 2018면 4분기에도 17만7922명으로 전년 동기(14만8526명) 대비 19.8%의 높은 변화율을 기록했다. 2019년 1분기부터 다소 하락세를 보이던 변화율은 2019년 4분기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는 18만7503명으로 전년 동기(17만7922명) 대비 5.4% 증가했다. 올해 1분기(32만2683명)에는 지난해 1분기(28만6394명)보다 12.7% 늘었다.

2회 이상 반복적인 구직급여 신청자 수는 어떤가. 2018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전까지 2회 이상 신청자 수는 지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6년 1분기에는 8만4307명으로 전년 동기의 8만7699명보다 3.9% 적은 수준이었다. 2017년 3분기(5만385명)도 전년 동기(5만2940명) 대비 -4.8%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8년 1분기에 8만6969명으로 전년 동기(7만6759명) 대비 13.3%로 늘었고, 2018년 4분기(6만2057명)도 전년 동기(5만4922명) 대비 13% 늘어나면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한 때부터 반전을 나타냈다. 2019년 4분기는 7만6961명으로 전년 동기의 6만2057명에 비해 24%, 올해 1분기(11만4077명)는 작년 1분기의 8만9509명에 비해 27.4% 늘었다.

주목할 것은 2019년 2분기부터 2회 신청자 수 변화율이 1회 신청자 수 변화율을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회 이상 신청자 수 변화율은 2018년 4분기 13%에서 2019년 2분기 16.9%로 상승했지만, 1회 신청자 수 변화율은 같은 기간 19.8%에서 2.4%로 크게 하락했다.

1회 신청자 수의 변동성은 앞서 살펴본 전체 구직급여 신청자 수 변화와 유사하다. 즉, 1회 신청자 수의 변화 요인은 2년에 걸친 최저임금 급상승과 구직급여제도 변경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2회 이상 반복적인 신청자 수 변화는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약 29%에 달하는 최저임금 상승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흑자 내던 고용보험기금은 적자로 전환


▎반복적 구직급여 수급자가 늘면 안정된 일자리를 찾으려는 의욕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초래한다. / 사진:연합뉴스
월급으로 환산하면 최저구직급여는 2017년 141만7085원에서 2019년 182만8850원으로 크게 올랐다. 최저구직급여는 최저임금과 연동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급상승이 구직급여를 큰 폭으로 증가시켰다. 이런 이유로 감소 추세에 있던 반복 신청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2019년 10월에 개편된 구직급여제도가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구직급여는 실직자의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과 연동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올라 근로자 전체의 임금이 오르면 구직급여 지급액도 동반 상승한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구직급여 지급액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16년 5월과 2017년 5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각각 4000억, 5000억원이었다. 그러나 2018년 5월과 2019년 5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6000억, 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 10월 구직급여액과 기간을 확대한 이후에도 증가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020년 5월 1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구직급여 지급액이 빠르게 늘면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나빠진다. 기금 재정건전성은 고용보험료와 수익사업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금액에서 실업급여로 나가는 지출금액을 뺀 재정수지를 살펴보면 추이를 알 수 있다.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의 재정수지는 2016년 2017년에 각각 1조2000억원, 9000억원으로 흑자 재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8년에 -3000억원의 적자로 돌아서더니 2019년에는 적자 규모가 무려 1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급여 재정소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4월 고용상태가 연말까지 지속할 경우 2020년 재정 수지 적자 규모는 무려 4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면, 통합재정수지 또한 악화한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치다. 나라 살림살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여기에 고용보험기금과 같은 사회보험기금의 수입과 지출도 포함된다.

2020년 5월 자료가 최신이기 때문에 매년 5월을 기준으로 2016년 5월부터 매년 통합재정수지를 살펴보면 2016, 2017, 2018년에는 각각 4조5000억, 11조3000억, 8조7000억원의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9년에 -19조1000억원을 기록하더니, 코로나19가 겹친 2020년에는 무려 -6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영향도 반영돼 있다.

국민에게 날아들기 시작한 ‘세금 청구서’


이렇게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국가 채무가 덩달아 늘어난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수준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약 36%를 유지해오다 2019년 38.1%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이다. 긴급 재난 상황으로 둘러댈 수도 없는, 명백한 경제 정책의 문제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그 핵심 수단인 최저임금 급상승과 구직급여 확대 등의 여파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근거다.

빈 곳간은 누군가가 반드시 채워 넣어야 한다. 그 ‘누군가’는 바로 국민이다. 우선 고용보험료와 각종 세금이 올라간다. 데이터가 가용한 가구당 월평균 사회보험료 변화율을 보면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보험료는 고용보험료, 건강보험료, 산재보험료를 포함한다.

가구당 월평균 사회보험료는 2016년 1분기에 12만9734원으로 전년 동기(12만5343원) 대비 3.5% 증가율을 보였다. 2017년 3분기는 13만6574원으로 2016년 3분기(13만3009원)보다 2.7% 늘었다. 특이할 게 없는 완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2018년 2분기에 15만5909원으로 전년동기(13만6062원) 대비 14.6%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2019년 10월 구직급여제도 확대 후인 2019년 4분기에 16만9513원으로 전년 동기(15만3967원) 대비 10.1% 증가세로 반전했다.

정부가 늦게나마 고의성 있는 반복 수급자를 통제하겠다고 나선 건 바람직한 조치다. 그러나 임시처방이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최저임금보다 최저구직급여가 더 많고, 일해야 하는 최소 기간(6개월)과 구직급여 최소 기간(4개월)의 격차가 짧아진 데 있다. 특히 이는 한창 일해야 할 청년층에 굳이 일자리를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평균임금이 늘면서 구직급여 지출이 단기간 급증하면 고용보험기금의 안정적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금 안정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 문제로 이어진다. 기금 적립금이 바닥나면, 보험료를 올리고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국민을 현혹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언젠가 민낯이 드러나게 돼 있다.

-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경제학 박사)

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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