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청계천 연가 

 

최서림

▎초여름 청계천에서 쉬고 있는 시민들 앞에 한 마리의 백로가 날아오르고 있다.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내 안에서 햇빛이다가 소나기이다가 천둥 번개가 되는 그대, 박토 같은 몸에 장미가 피고 천리향이 자라고 말라 죽어가던 제라늄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그대 때문이어요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시는 것도 되살아난 이 불면의 밤도 그대 때문이듯이, 그날 이후 해가 뜨고 달이 지는 것도 심장이 뛰고 숨을 쉬는 것도 내게는 그대 때문이어요

내가 사랑하는 청계천을 따라 잉어가 올라오고 백로가 찾아들고 짝새가 모이는 것도 내게는 다 그대 때문, 이 인공낙원에서 아쿠아마린빛 향기가 나는 것도 다 푸른 물빛 같은 그대 때문, 나만이 맡을 수 있는 그대의 향기 때문이어요

※ 최서림 -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시인의 재산], [가벼워진다는 것]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images/sph164x220.jpg
202107호 (2021.06.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