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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보일 듯이 보일 듯이… 식구 늘린 따오기 

 

야생 상태서 새끼 2마리 부화, 국내 멸종 42년 만의 희소식
친숙하고 흔했던 철새… 현재 인공 복원·방사한 90마리 생존


▎경남 창녕 우포늪에 방사된 따오기가 멸종 42년만인 2021년 5월 봄, 처음으로 자연부화에 성공했다. / 사진:김경빈 선임기자
경남 창녕군 이방면 모곡마을의 따오기 둥지에서 자연방사 2년 만에 새끼 2마리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국내에서 멸종 42년 만에 따오기가 자연에서 부화에 성공했다고 하니 온 나라가 온통 흥분 도가니다. 한반도에서 사라졌던 천연기념물 제198호 따오기가 복원·증식 연구에 몰두한지 13년 만에 자연증식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따오기가 우리나라에서 멸종한지 42년 만에 자연에서 2마리가 새로이 태어났으니 축하받아 마땅하다.

어렸을 때 부르던 한정동 작사 윤극영 작곡인 동요 ‘따오기’가 생각난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내 아버지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동요 ‘따오기’는 나라를 잃은 민족 감정을 노래한 것으로 간주돼 일제강점기에는 마음대로 부르지도 못했다. 한때 한반도는 따오기가 동요의 노랫말에 오를 정도로 많이 찾아왔었다. 분명 이 노래를 짓고, 부를 적에는 우리나라에 따오기가 득실거렸을 것이다. 따오기는 ‘따옥 따옥’ 운다고 따오기다. 경상도에서는 따오기를 ‘따옥새’라 부르며 실제로 ‘따옥 따옥’ 하는 소리는 꽤 처량하단다. 저어샛과의 중형 물새로 한자어로는 주로(朱鷺), 홍학(紅鶴)이라고 한다. 한국·일본·시베리아·중국 등지에 서식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새로 월동한다. 몸길이 약 75㎝, 날개 길이 38~44㎝, 부리 길이 16~21㎝이며 체중은 1.6~2.0㎏ 정도다. 머리 뒤쪽의 깃은 길어서 도가머리(관모,冠毛)를 이루는데 약 10㎝ 정도로 가늘고 긴 관 모양이며, 겨울에는 짧아지고 여름에는 조금 더 길어진다.

몸은 희고 부리는 검으며 길쭉한 부리는 아래로 약간 구붓하다. 검은 부리의 끝부분은 붉은색인데, 이 부분은 검은 부분과 달리 부드러운 재질로 촉각이 있어 먹이를 찾는 데 쓴다. 백로나 왜가리처럼 먹이를 조준해서 쪼아 먹는 것이 아니라 부리의 감각을 이용해 진흙이나 수초에 숨겨진 벌레나 물고기들을 휘저어 찾아 먹는다. 저어새와 습성이 유사하다. 이 때문에 따오기의 생존에 있어서 논과 습지, 늪은 필수적이다.

처량한 울음 소리 빗대 나라 잃은 슬픔 노래

몸 빛깔은 흰색이면서 약간 분홍빛이 돌고 눈 주위와 턱밑에는 붉은색 피부가 드러나 있다. 가슴·배·옆구리는 흰색이고 다리는 짧은 편이며 적갈색이다.

따오기는 습지와 탁 트인 낮은 평지의 물가에 서식한다. 낮에는 습지와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밤에는 부근의 대나무나 소나무 숲으로 이동해 잠을 잔다. 번식기에는 암수한 쌍이 함께 행동하지만 보통 때는 10여 마리가 작은 무리를 이루어 생활한다. 논이나 늪 혹은 갯가나 물가에서 작은 민물고기·개구리·게·우렁이·올챙이·조개·수서곤충 등을 먹으며 때로는 식물도 섭취한다. 경계심이 강해 사람이 나타나면 잽싸게 날아가 버린다. 날 때는 목과 다리를 앞뒤로 쭉 뻗으며 백로나 왜가리보다 날개를 덜 펄럭이면서 직선적으로 날고 활강하거나 원을 그리며 날기도 한다.

산란기는 4월 상순에서 5월 중순이며 5~6m 높이의 밤나무나 참나무 등 활엽수의 큰 가지에 마른 덩굴이나 자잘한 나뭇가지로 접시 모양의 둥지를 튼다. 알을 낳을 자리에는 이끼와 낙엽을 깐다. 따오기는 한 번에 2~3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연한 청록색 바탕에 갈색의 작은 반점이 있으며 군데군데 암갈색의 구름 모양의 무늬가 있다. 포란 기간은 약 1개월이며 육추(育雛:알에서 깐 새끼를 기름) 기간도 1개 월이다. 부화한 새끼는 회색 솜털로 덮여 있으며 어미는 동물성 먹이를 삼켜두었다가 토해서 새끼에게 먹여준다.

따오기는 1979년에 비무장지대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더는 발견되지 않았다.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남획, 환경오염과 먹이 부족, 습지와 산림의 급격한 감소 등이 멸종의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일본에서도 모두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1981년 중국 산시성에서 7마리가 발견됐다. 이후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먼저 중국에서 따오기 인공 번식에 성공해 약 1000마리로 개체 수를 증가시켰으며 일본도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따오기는 일본과 연관이 깊다. 머리의 붉은 색과 하얀색 깃털이 마치 일본 국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따오기의 학명(Nipponia nippon )과 보편적으로 쓰는 영어명칭 ‘Japanese crested(도가머리를 가진) ibis(따오기)’에 일본이 들어간 것은 일본산 따오기가 처음으로 세계 학계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경상남도 창녕군 우포늪에 복원센터를 세우고 2008년 중국에서 따오기 2마리를 도입해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따오기 한 쌍을 기증하면서 복원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4마리였던 따오기는 복원·증식 연구를 통해 현재는 120마리를 방사해 그중 90마리가 생존해있다고 한다. 따오기 만세!

복원센터는 따오기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자연 방사 전에 비행 훈련, 대인·대물 적응 훈련, 먹이 섭취 훈련, 울음소리 적응 훈련 등을 진행한 다음 자연으로 내보낸다. 또한 ‘연방사(軟放飼, soft release)’ 방식으로 야생 적응 훈련장의 출입문을 개방해 놓아 따오기가 야생과 훈련장을 오가다가 스스로 자연으로 나가도록 유도한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202107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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