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72CC 후속 사업자 KMH, 매출보다 높은 임대료 써내 의구심 키워업계에서는 향후 매출 축소 등 탈법 우려, 감사원도 선정 과정 조사 나서
▎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예정지에 조성된 스카이72 골프장 운영을 둘러싸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관련된 기업들 사이의 갈등이 해를 넘기고도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과정의 잡음까지 더해졌다. / 사진:스카이72 |
|
인천 영종도에 자리한 스카이72 골프클럽(스카이 72CC)은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수도권 명문 골프장이다. 110만 평(364만여㎡)의 탁 트인 부지에 72홀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인천국제공항 제5 활주로가 들어서기로 예정된 곳이었기에 이런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할 수 있었다. 공항과 가깝고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아 2005년 개장한 이래 크고 작은 골프대회가 스카이72CC에서 열렸다. 2008년부터 해마다 하나금융그룹 LPGA 챔피언십(2019년부터 KLPGA 투어로 변경)을 개최하면서 수많은 스타를 배출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끝으로 스카이72CC에서 이 대회를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부지를 소유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골프장 운영사인 스카이72CC 사이에 운영권을 두고 불거진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양측의 갈등은 해를 넘겨 어느덧 만 2년째 접어들고 있다. 스카이72CC는 골프장을 사실상 무단으로 점유한 상태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공항공사가 제기한 부동산 인도소송(명도)에 대해 1심 법원은 공사 측 손을 들어줬다. 지난 7월 22일 인천지법 행정1-1부(재판장 양지정 부장판사)는 “스카이72CC는 공항공사에 토지와 골프장, 부대시설 건물을 인도하고 건물의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스카이72CC가 이에 반발해 제기한 유익비(물건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데 사용된 비용) 지급 청구소송을 기각하고 토지사용 기간 연장과 관련한 협의 의무 확인소송은 각하했다. 스카이72CC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1심에서 승소하긴 했지만 공항공사로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스카이72CC가 스스로 사업을 접고 떠나지 않는 한 강제로 끌어낼 방도가 없다. 공사 사장이 직접 임직원을 동원해 골프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스카이72CC 측은 요지부동이다. 급기야 지난 4월 공항공사는 골프장의 전기와 물을 차단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법원이 스카이72CC의 단전·단수 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CC의 ‘10년 동거’ 파국으로
▎4월 1일 스카이72골프장 앞에서 열린 골프장 운영 중단 촉구 시위에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계약서를 공개하며 발언하고 있다. 공사 측은 골프장에 대해 단전·단수 조치를 내렸다가 법원 결정으로 철회했다. |
|
골프장 운영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스카이72CC가 골프장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건 체육시설업 등록, 즉 영업허가가 아직 살아 있어서다. 골프장 영업 허가는 지방자치단체(인천시) 소관이다. 골프장 부지와 시설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기더라도 인천시가 스카이72CC에 내준 영업 허가가 말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다. 이 때문에 공항공사가 인천시에 스카이72CC의 영업허가를 직권으로 말소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인천시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이에 반발한 공항공사가 인천시 관계 공무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이 역시 무혐의로 종결됐다.당초 공항공사와 스카이72CC가 2002년에 맺은 협약서상 골프장 운영 기간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였다. 협약을 맺을 당시만 해도 공항공사는 사용 기간이 끝난 뒤 제5 활주로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운영 연장은 처음부터 고려되지 않았다. 그런데 활주로 건설계획이 늦어지면서 협약 만료 이후부터 활주로 착공 시기까지 공백이 생겼다. 공항공사는 계약 갱신이나 연장에 관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백을 메울 새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이런 입장에 따라 공사는 지난해 9월 입찰을 진행했다. 스카이72CC가 입찰절차 진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여 업체가 경합을 벌인 끝에 KMH 컨소시엄이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입찰 이후 상황이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공항공사가 제시한 선정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국가나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입찰 방식은 최고액을 써낸 참가자를 선정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공항공사가 진행하는 면세점 입찰의 경우도 최고가 낙찰방식을 적용한다. 그런데 스카이72CC 후속 사업자 입찰은 최고금액이 아닌 ‘영업요율(%)’을 써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카이72CC는 신불 지역(하늘코스 18홀)과 제5 활주로 예정 지역(바다코스 54홀, 드림듄스 9홀, 연습장)으로 나뉘는데, 공항공사는 두 개 지역의 최저 수용 가능 영업요율을 각각 41.39%와 46.33%로 제시했다. 언제 시작될지 모를 제5 활주로 공사에 대비해 골프장 부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활주로 부지의 최소 임대 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1년씩 연장하는 조건을 달았다. 활주로와 관계없는 신불 지역은 최소 운영 기간을 10년으로 정했다.사업자로 선정된 KMH가 제시한 영업요율은 파격적이었다. 18홀 규모 신불 지역을 약 116%, 54홀짜리 제5 활주로 예정지역을 약 46%로 써냈다. 한마디로 신불 지역은 매출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내겠다는 것이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업계에서는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를 공항공사가 제시한 가중치를 적용해 신불 지역 10년, 활주로 예정 지역 3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KMH가 제시한 골프장 전체 영업요율은 99.9%가 된다. 사실상 골프장 매출을 전부 임대료로 내겠다고 한 셈이다. 이 경우 골프장 영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활주로 부지 골프장 영업이 종료되기 전까지 최대한 수익을 끌어올리거나 활주로 건설이 계속 늦어져 골프장 운영이 지속되는 것뿐이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영업요율 방식이 탈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한다. 서울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규모가 큰 활주로 부지 골프장에서 기대한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매출을 고의로 축소해 임대료 부담을 줄이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업자가 운영하는 다른 골프장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매출을 다른 골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빼내는 방식도 예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임대료 하한선을 정해두고 최고액을 써내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고 간단한데 굳이 복잡하고 허점 있는 요율방식을 채택한 건 이해 가지 않는다”고 했다.첫 사업자인 스카이72CC의 경우 공항공사가 ‘최소보장액’으로 임대료 하한을 정해 이 금액을 선납하도록 해왔다. 여기에 연간 매출에 일정한 영업요율을 곱해 최소보장액을 넘으면 초과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임대료 수익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이와 비교하면 새 사업자에게 적용한 임대료 하한을 두지 않고 영업요율로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가 정해지는 방식은 오히려 공사에게 손해가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KMH, 매출보다 많은 임대료 써내며 후속 사업자로
▎2021년 3월 스카이72 골프장 종사자들이 공항 터미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공사 측이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
당장 입찰에 참여했던 후순위 업체는 요율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공사와 법적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3위로 탈락한 써미트CC는 지난해 10월 낙찰자 결정 무효 및 낙찰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KMH 컨소시엄과 써미트CC가 각각 써낸 영업요율에 따라 계산한 연간 임대료는 써미트CC가 480억원으로 오히려 1순위 낙찰자인 KMH(439억원)보다 높게 나온다. 그러나 공항공사 측은 “써미트CC의 주장은 1년 영업만 따진 것이고, 전체 임대기간 동안 발생할 추정 임대료는 KMH 컨소시엄이 더 높다”고 반박했다. 인천지법 제16민사부(김정숙 부장판사)는 9월 7일 써미트CC가 제기한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그러자 써미트CC는 서울고등법원 원외재판부에 항소했다.인천공항공사가 이번 입찰과 관련해 1심에서 승소하기는 했지만 더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감사원이 골프장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해 감사를 벌이기로 해서다. 앞서 감사원은 인천의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가 스카이 72CC 후속 사업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제기한 공익감사 청구를 받아들였다. 인천평화복지연대가 제기한 문제 점은 세 가지다. ▷후속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이사회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공사가 회계법인에 의뢰해 작성한 원가계산보고서를 변경·조작해 사업자 선정계획을 수립한 점 ▷입찰 과정에서 예정가격 산정업무를 잘못 처리해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점 등이다. 감사원은 현재 써미트CC와 소송이 진행 중인 세 번째 쟁점을 제외한 두 가지 의혹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공항공사 관련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특히 회계법인이 산정한 ‘적정 임대료’ 대신 ‘최저 수용 가능 영업요율’을 낙찰자 선정 기준으로 바꾼 점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항공사는 입찰을 준비하면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경제성 분석 용역을 맡겼다. 이후 회계법인이 제출한 경제성 분석 보고서와 원가계산보고서를 토대로 2020년 8월 ‘후속사업자 선정 시행계획’을 수립했다. 월간중앙이 입수한 사업자 선정 시행계획서에는 ‘최고가 낙찰제’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격이 아닌 요율을 적어내는 방식을 채택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 같은 공사의 기준이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하도록 한 국가계약법령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예정가격은 말 그대로 가격을 의미하는 것이지 요율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구나 계약사무규칙상 입찰공고에는 예정가격을 공개해야 하는데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석연찮은 입찰 과정 들여다보며 감사 나서안진회계법인이 제시한 연간 최소보장 임대료(적정 임대료)는 약 320억원(신불 지역 65억원, 활주로 예정 지역 255억원)이었다. 하지만 최소보장임대료를 제시하지 않고 요율 하한선만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연간 임대료 하한선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받는다. 적어도 최소 임대료를 보장받을 수 있는 회계법인의 원가분석 자료를 활용하지 않음으로써 임대료 수입이 저하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다.공항공사 측은 이에 대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는 우선 체육시설업 허가가 별개라는 스카이72CC의 주장에 대해 승소한 부동산인도소송 1심 판결을 근거로 “사업 종료에 따라 건물 등 필수체육시설 소유권이 공사에 무상 귀속돼 스카이72의 소유권이 상실됐다”며 체육시설업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후속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최고요율 방식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각 사업권에서 실제 발생하는 매출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워 연간임대료를 고정 금액이 아닌 발생 매출액에 연동하는 영업요율에 의해 산정하기로 한 것”이라며 “터미널 내 면세점 입국장 등 여러 상업시설과 인천공항 급유시설 임대운영사업 입찰에서도 요율입찰 방식의 최고가 낙찰제를 적용했다”고 밝혔다.공항공사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원가계산보고서를 활용하지 않고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답변은 곤란하다”면서도 “원가계산보고서의 수치와 데이터를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했고, 후속 사업자 선정 조건 등은 이사회 의결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종합적인 경영상 판단으로 별도의 하한선을 정하진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사업자가 고의로 매출을 축소할 가능성에 대비해 “POS를 통한 매출 연동과 계약해지 사유로 계약사항에 반영해 매출 축소 가능성을 방지했다”고 밝혔다.한편 공항공사의 경제성 분석 용역 보고서를 작성한 안진회계법인도 업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스카이72CC 관계사의 재무실사업무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스카이72CC 측으로부터 재무실사용으로 제공받은 경영 및 재무 현황 자료를 무단으로 공항공사의 골프장 경제성 분석 용역 보고서에 활용한 혐의다. 고소장을 접수한 영등포경찰서는 수사 결과, 업무상 비밀누설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했다. 만 2년을 끌어온 스카이72CC 분쟁이 더 복잡한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