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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진단] ‘공신’ 강성태가 말하는 코로나 시대 ‘학력 격차’ 해결법 

“팬데믹, 오히려 격차 벌릴 기회…, 66일 학습법으로 조독주경 하라” 

코로나19, 역설적으로 공부하기 좋은 상황 만들어져
아침 공부 습관화하면 자연스럽게 학습 능력 향상돼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정에서 용산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신입생 어린이가 노트북 화면을 통해 온라인 입학식을 하며 화면 속 인사하는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다. 2020년 4월 20일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현상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필자도 방송이나 관련 인터뷰에서 2년 내내 강조했지만, 사람들이 더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분명한 사실은 언젠가는 이 지긋지긋한 팬데믹도 끝난다는 것이다. 이제는 문제점만 지적할 게 아니라 대안을 이야기할 시기다.

사실 인류에게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처음은 아니다. 불과 100여 년 전, 스페인독감으로 약 1700만~5000만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3%에 달한다. 당시에도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했다.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지역도 있었고 벌금을 물리거나 감옥에 가두기도 했다. 이때부터 독감 예방 접종이 자리 잡게 됐다.

이러한 스페인독감보다 더 혹독하게 인류를 괴롭힌 전염병이 있다. 바로 흑사병이다. 약 2500만 명, 무려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이 사망했다. 흑사병으로 노동력이 귀해져 평민의 지위가 올랐고, 경제 회복과 함께 르네상스가 발현된 것은 학창시절 시험에도 단골 출제되는 내용이다. 1665년 여름, 흑사병에서 안전하지 못했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도 휴교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전부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때 고향 울즈소프에 내려간 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무려 2년간 학교에 가지 못했다. 팬데믹 기간에 집에서 할 게 뭐가 있겠나. 당시엔 유튜브도 TV도 없었다. 집에 돌아온 그는 공부와 연구를 하기로 마음먹고 스스로 서재를 꾸몄다.

그의 연구 주제는 우주를 움직이는 원리였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차피 만날 사람도 없었으니 연구에만 매진했다. 우주의 원리를 밝혀내려면 수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새로운 수학 원리를 고안하게 됐다. 그중 하나가 바로 미적분이다. 미적분이라는 대단한 발견은 수학자가 미적분을 개발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물리학자가 우주를 밝혀내려고 고민하다 만든 기법이다.

이 학생은 이후 자신의 연구 결과를 책으로 냈는데 그것이 바로 인류의 문명을 송두리째 바꾼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라틴어로 줄여서 ‘프린피키아’)]라는 책이다. 사실상 인류의 과학, 특히 물리학은 이 책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보면 된다. 이쯤 되면 이 책의 저자이자 고향에 내려갔던 학생이 누군지 알 것이다. 바로 아이작 뉴턴이다.

알려진 바대로 그는 미적분법을 고안했고 만유인력 법칙을 규명했으며 광학의 체계화를 이뤄냈다. 이 3가지가 뉴턴의 가장 큰 업적이다. 만약 3개 중 단 하나만 이뤘다고 하더라도 뉴턴은 인류 역사에 길이길이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도 아닌 세 가지 모두를 1666년에 이뤄냈다. 오죽하면 과학계에서 1666년을 ‘기적의 해’라고 부르겠는가! 당시에는 마스크 같은 보호 장비도 없고 바이러스 진단 도구도 없었다. 응급실은 물론 백신도 없었다. 흑사병을 피하려면 그야말로 완전히 자가격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뉴턴에게는 공부만 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흑사병 팬데믹이 뉴턴을 최고 과학자로 만들었다


▎서울 중구 장충동 충무초등학교 교사와 학생이 2021년 7월 23일 비대면 화상수업으로 여름방학식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뉴턴의 성공이 지금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흑사병 창궐에 따른 격리 기간을 잘 활용했고, 영국을 포함해 인류 과학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 됐다. 코로나19는 너무나 큰 재앙이지만 한편으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학습 환경 차원에서 본다면 공부하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회식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다. 지금의 교육 환경은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공부해나갈 수 있지 않은가. 공부 습관만 잡혀 있다면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고 자신의 실력을 올리기 좋은 시기다. 마치 뉴턴이 다른 방해 없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코로나19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좌절하고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취업이 안 되는 ‘이 시점’을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충할 기회라 여기며 역량을 더 높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코로나 시대가 끝났을 때 누가 취업이 잘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사실 이런 학생들 대부분은 코로나19가 끝나길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이미 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공부법과 영어 강의를 제공하는 소셜 벤처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영어 회화 수강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시국에는 해외와 교류가 적고 여행 갈 일도 없어 수강생이 크게 늘진 않는 것이 정상 흐름이다. 이들이 공부하는 이유를 알아봤더니 코로나19가 끝난 이후를 대비하려는 목적이었다. 해외 교류가 적다고 공부를 놓은 사람과 미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 누가 더 앞서갈지는 자명하다.

어떤 면에서는 코로나 시대보다 그 이후의 격차가 더 문제일지도 모른다. 경제가 회복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되면, 준비된 누군가는 수많은 기회를 잡고 누군가는 그 기회를 고스란히 놓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집에서’ 나이와 학년 구분 없이 자신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이며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이를 가능하게 할 자기 주도 학습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습관 만드는 66일… 아침 알람부터 시작하라


▎‘공부의 신’ 강성태 대표는 팬데믹 시대에도 온라인을 통한 강의 등 배울 수 있는 수단은 늘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울산대학교의 한 교수가 2020년 3월 12일 온라인 수업을 위해 동영상 강의를 녹화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필자의 기상 알람 소리는 좀 독특하다. 언제나 영어 리스닝, 즉 영어 듣기 평가가 재생된다. 처음에는 더 좋은 강의를 준비하고자 매년 영어 듣기에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파악하고 싶어 재생 지정을 해뒀다. 아울러 알람 애플리케이션에서 반복 플레이가 되도록 설정해놓고 따라 말하곤 했다. 어떤 날은 상황을 떠올리며 연극을 하듯, 어느 날 아침은 화난 것처럼 따라 말해보기도 하고, 다른 날은 기쁜 감정을 실어 표현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66일 정도를 하니 자동이 돼버렸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일어남과 동시에 자동으로 중얼거린다.

음악도 계속 듣고 따라 부르다 보면 자연스레 부를 수 있게 된다. 나중에는 대사 하나를 들으면 다음 대사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가 됐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일상에서 비슷한 상황이 됐을 때 영어 표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으며 회화가 자연스레 가능해졌다. 이것이 바로 습관의 5가지 원칙 중 하나인 ‘아침 습관이 하루 전체를 좌우한다’인데, 알림음 설정으로 아침 습관을 만드는 요령이다. 쉽고 아주 유용하다.

아침에는 누구도 방해하지 않아 집중하기 좋다. 누가 새벽 6시부터 게임하자고 연락하겠는가? 단 30분을 해도 1시간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갑자기 일정이 생기지도 않아 습관 만들기에도 좋다. 새벽에 일어나 남들보다 앞서간다는 성취감도 하루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수강생 중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그 열정에 늘 감탄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주경야독으로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이 거의 없다.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가. 야근에, 회식에, 스트레스에, 배고파서 야식을 조금 먹고 나면 나른해져서 눈꺼풀이 내려오기 십상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의 대부분 ‘조독주경’이다. 아침 일찍 공부하고 낮에 일하고 밤에는 일찍 자는 것이다. 이렇게 기상 직후 습관을 만들고 그다음 습관을 또 붙여나가면 하루 전체를 ‘습관 덩어리’로 만들 수 있다. 66일 뒤엔 집에서 혼자 공부하더라도 완벽함에 가까운 하루를 이어나갈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학습 환경에서 자기 주도적 공부로 꿈을 이루는 사람을 보면 공부가 습관이 되어 있다. 예외가 없다. 꼭 공부뿐만이 아니다. 운동을 잘하고자 한다면 운동이 습관이 돼야 하고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가 습관이 돼야 한다. 그럼 어떻게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

영국의 런던대 연구진은 어떻게 해야 습관이 만들어지는지 연구했다. 습관이라 하면 무의지 상태, 즉 의지가 없어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도 저절로 하는 경지에 도달하는 기간을 말한다. 결론은 66일이었다. 66일간 매일 반복하면 그것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학부모가 공부 습관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 방법은 대단할 게 없다. 일단 66일간 지속하면 된다.

물론 평균치이므로 사람마다 격차가 있다. 하지만 필자가 실제 수강생을 추적한 결과 66일이면 습관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약 두 달간인데 이 정도면 담배도 끊을 수 있는 시간이다. 꼭 이런 이유가 아니어도 66일은 분명한 목표를 제시해준다. 새해에는 저마다 계획을 세우곤 한다. 우리나라 전 국민 새해 계획 1, 2위는 언제나 다이어트와 영어 공부다. 신기하게도 매년 안 바뀐다. 그 말은 매년 실패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구체적 기간과 명확한 목표가 습관화 돕는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너무 막연하다. 단순 ‘영어공부하기’는 분량도 없고 기한도 없으니 성공했는지도 알 수 없다. 성공은 더욱 멀어진다. 그래서 모든 전문가는 동기의 기본 조건으로 명확한 목표를 꼽는다. 66일이란 기간에는 시작 일과 마지막 날이 존재한다. 그 기간 안에서 분량을 나눠 습관을 만들어나가면 된다. 특히 습관 달력을 활용하면 좋다. 66일 동안 달성할 때마다 해당 날짜에 O표를 그어 사슬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한눈에 진행 상황을 볼 수 있고 채워나가며 성취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반 달력을 활용해도 좋고, 66일에 특화된 습관 달력이 인터넷에 많이 공개 돼 있으니 검색 한 번만 해도 바로 찾을 수 있다.

필자는 사실 회화 공부를 할 생각이 없었다. 다만 수능 듣기 문제를 완전히 숙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큰 고생 없이 영어 회화가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영어회화에 있어 가장 좋은 교재를, 그것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공부하게 된 덕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매일 아침 들은 것은 듣기 평가의 ‘대화문’이다. 특히 수능 듣기 시험에 아무 대화나 출제하겠는가? 수능, 토익, 텝스 등 할 것 없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중의 필수 표현들로만 구성된다. 지역, 세대, 인종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그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표현들만 추리고 또 추린 것이다. 유행도 타지 않는다. 시험에 출제된 듣기 지문만 확실히 알아도 기본적인 일상 대화에 문제가 없다.

게다가 듣기 지문은 성인 대다수가 학창 시절에 이미 공부했던 내용이다. 아예 새로운 내용으로 비싼 돈을 들여 회화 공부를 시작하는 게 빠를까, 거의 학창시절 내내 공부해왔던 것부터 시작하는 게 빠르겠는가? 당연히 공부했던 것부터 하는 것이 좋다. 익숙하고 머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단 며칠 만 해도 개별 성인의 영어 실력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듣기 평가 성적은 거의 만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침마다 들은 데다가 입을 써서 공부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학생들 대부분은 듣기 공부를 말 그대로 ‘듣기’만 하는데, 꼭 입으로 말해보길 바란다. 훨씬 잘 들릴 것이다. 지금 당장 해봐도 정말 놀랄 만큼 잘 들릴 것이다.

늘 그렇지만 기회는 언제나 준비된 자에게 오기 마련이다. 물론 아직도 코로나 확진자 수를 보면 암울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제 곧 밝은 날이 올지도 모른다. 코로나19도 스페인독감이나 흑사병처럼 옛날이야기가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무언가 거창한 방법으로 그때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오늘부터 습관 달력 한 장을 출력해 체크해나가면 된다. 아침 알람을 영어 듣기로 설정해도 좋다. 66일 뒤면 분명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혹시 또 누가 알겠는가? 다른 사람으로 변했는데 이 악몽 같은 팬데믹도 끝나 있을지.

- 강성태 공부의신 대표 stkang@gongsin.com

202202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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