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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탄소저감·수소사업·이차전지… 포스코그룹의 혁신경영 3년 

“철강 넘어 글로벌 친환경소재 선도기업으로 발돋움"(최정우 회장)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2018년 취임한 최정우 회장 올 3월 연임… 창사 이래 최대 실적 창출
■ 국내 기업 최초 [맥킨지] 선정 제조업 미래 이끌 ‘등대공장’으로 뽑혀
■ 이산화탄소 저감할 기가스틸 롤스탬핑 신(新)성형공법 세계 최초 개발
■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하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벤처 플랫폼도 구축


▎창립 53주년을 맞은 포스코는 세계 5위 철강기업을 넘어 글로벌 친환경 소재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포스코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운영하는 스타트업 공간인 ‘체인지업 그라운드’ 개관식이 7월 21일 개최됐다.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김부겸(왼쪽) 국무총리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혁신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기보다 기존 사업에서 생산성을 높이려는 끊임없는 노력과 창의적 발상이 혁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기업 포스코가 친환경 소재산업의 주역으로 탈바꿈해가는 혁신 과정도 마찬가지다.

장면 하나. 지난 10월 6일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전 세계 경영계의 화두이자 글로벌 철강사들의 공동 목표를 위해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HyIS: Hydrogen Iron & Steel making Forum 2021)’을 세계 최초로 개최했다. 전 세계 철강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방안을 논의해보자는 포스코의 제안에 세계 철강업계가 적극 공감해 성사된 것이다. 포럼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감안해 사흘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열렸다. 전 세계 주요 철강사, 원료 공급사, 엔지니어링사, 수소 공급사 등 유관 업계와 에너지 분야 국제기구, 각국 철강협회 등 29곳을 포함해 48개국에서 120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였다.

포럼을 제안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개회사에서 포스코의 혁신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철강 공정의 탄소중립은 개별 국가나 기업이 단독으로 수행하기에는 버거운 과제이지만 여러 전문가의 경쟁과 협력, 그리고 교류가 어우러져 지식과 개발 경험을 공유한다면, 모두가 꿈꾸는 철강의 탄소중립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 생각한다… 포스코는 이번 포럼을 통해 수소환원 제철기술의 개방형 개발 플랫폼 제안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어젠다를 제시함으로써 글로벌 그린철강 시대를 주도하겠다.”

철강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이다. 지난 100년간 자동차·건설·조선·기계 등 연관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고,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9억t의 철강을 생산해 인류의 번영과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철강은 다른 범용 소재에 비해 t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거대한 생산 규모로 인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사들마다 탄소중립을 속속 선언하면서 철강제조과정에서 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는 이유다. 포스코는 그중에서 수소 기반 제철공법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가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H2)’를 사용하는 공법으로 알려져 있다. 철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되면 제철소에서 용광로가 사라지고, 거대한 공장의 전로도 사라진다. 그만큼 혁신적이다.(38쪽 딸린 기사 참조) 그렇기 때문에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수소환원제철은 철강생산 기술의 혁신이자 대전환의 시작점이라는 데서 의미하는 바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코는 세계철강협회 정기총회 등을 통해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결과를 공유하고 포럼 정례화를 제안하는 한편, 글로벌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주도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업계의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53년 역사를 지닌 포스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쇳물과 용광로, 자동차 철판과 철근을 생산하는 철강 제조업체라는 기존 이미지를 훌쩍 뛰어넘는 첨단 기업이다. 글로벌 경영계에서 포스코는 다른 유수의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 7월, 포스코는 국내 기업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과 글로벌 컨설팅 기업[맥킨지]가 평가하고 선정하는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등 대공장’으로 뽑힌 것이 그 사례다. 등대공장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가상·증강 현실(VR·A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제조 현장에 적극 도입해 생산성, 품질, 친환경성 등에서 혁신을 입증해야 한다.

친환경 소재 중심 신성장 사업 순항


▎포스코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2월 16일 포항 포스코에서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른쪽 둘째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그 왼쪽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철강업계 강자인 포스코 혁신의 진가는 글로벌 시장의 대세가 된 친환경 철강소재 사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포스코는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강건재 통합 브랜드인 ‘이노빌트(INNOVILT)’를 비롯해 친환경차 통합 브랜드인 ‘이 오토포스(e Autopos)’와 포스코 친환경 에너지 통합 신규 브랜드인 ‘그린어블(Greenable)’을 잇달아 론칭(launching)하며 친환경 소재 전문 메이커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노빌트’는 포스코의 철강제품을 이용해 강건재를 제작하는 고객사들과 함께 생활용품이나 가전제품처럼 건설 전문가뿐만 아니라 최종 이용자도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강건재 통합 브랜드다. ‘이 오토포스’는 친환경차용 제품·솔루션 공급 등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만든 브랜드다. 이 같은 목표 아래 세계 최고 수준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Hyper NO, 전기차용 고장력 강판 및 배터리 팩 전용 강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포스코케미칼이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양·음극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포스코SPS가 생산하는 전기차 구동 모터코아, 포스코 고유 기술을 활용한 수소차용 연료전지 분리판 소재 등과 함께 이를 활용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한다.

그린어블은 친환경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철강의 역할을 강조한 브랜드다.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 철강제품을 만들고, 이렇게 생산한 철강제품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핵심소재로 다시 사용돼 친환경 선순환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린어블의 개념이 담긴 주요 제품으로는 고망간강 소재가 사용된 LNG 연료추진선과 LNG 저장 탱크, PosMAC을 활용한 태양광 휴게시설, 해상 풍력타워 하부 구조물, 수소 이송용 강관, 열연·선재를 이용한 고압 수소용기 등이 있다.

친환경 트렌드는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자동차기업들의 주력사업도 바꿔놓았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대전환이 그것이다. 최근 자동차산업은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차 위주로 산업구조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에 따르면 친환경차 시장 확대, 차체 경량화 요구 등 자동차산업의 메가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알루미늄 소재에 비해 강도가 높은 ‘기가급 강재’ 수요가 커지고 있다. 또 차량 내 배터리 탑재 및 안전·편의 장치 증가에 따라 차체 중량 경량화가 업계의 핵심 이슈로도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가급 강재는 2020년 670만t에서 2025년 1240만t으로 연평균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는 발빠르게 2017년부터 약 5000억원을 투자해 광양제철소 부지 내 ‘기가급 강재 제조설비’를 신설하거나 증설했다.

이차전지 소재사업 밸류 체인 강화 성과


▎포스코가 올해 3월 포항에 개관한 Park1538 전경. 포스코의 탄생과 현재까지의 모습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다. / 사진:포스코그룹
포스코가 생산한 기가스틸은 기존 알루미늄 소재 대비 3배 이상 높은 강도에 성형성과 경제성까지 겸비해 국내외 주요 자동차사의 신차 모델에 꾸준히 적용되고 있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기가스틸은 외부 충격 시 변형을 최소화해야 하는 차량 몸체 부위나 차체 중량을 지지하는 현가장치 등에 적용돼 내구성과 안전성은 물론 15~30%의 중량 감소로 연비 향상을 통한 주행거리 증가, 배출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도 입증했다. 소재 생산에서부터 부품 제조까지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량을 비교했을 때 기가스틸은 기존 알루미늄의 4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친환경적이다. 포스코는 차량 내 기가스틸 적용 범위 확대를 위해 자동차사와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고, 개선된 설비 경쟁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강종(鋼種) 개발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경영권을 쥔 지난 3년 동안 포스코는 기존 철강사업과 별도로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원료에서 양·음극재로 이어지는 이차전지 소재사업의 밸류 체인을 강화하고 그룹 역량을 기반으로 한 수소사업화 전략을 수립해 친환경 소재 전문 메이커로 발돋움하고 있다. 포스코가 핵심 사업으로 육성 중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리튬, 니켈, 흑연 등 원료에서부터 양극재와 음극재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의 핵심 원료 중 리튬은 아르헨티나 염호(鹽湖)와 호주 광석 기반의 이원화된 리튬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니켈, 코발트, 흑연 등의 원료 확보 경쟁도 치열해짐에 따라 공급사와의 공동투자, 공동 기술개발 등 구매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 ‘옴브레무에르토’ 염호 인수 이후 추가 탐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최신 매장량 업데이트(리튬 컨설팅사 미국 몽고메리사) 결과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t보다 6배 늘어난 1350만t으로 나타났다. 리튬 농도 역시 평균 921㎎/ℓ의 고농도로 확인됨에 따라 현재 전 세계 염호 중 리튬 매장량 및 농도 모두 세계 최상위로 평가됐다. 리튬 농도는 염수 1ℓ에 녹아 있는 리튬의 함량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농도가 높을수록 적은 염수에서 많은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포스코는 현재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연산(年産) 2500t 규모의 리튬 시험 생산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연산 2만5000t 규모로 확대해 리튬 생산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광석리튬 생산법인인 ‘포스코 리튬솔루션’을 설립하고, 광양 율촌산단 내 19만6013㎡ 면적에 7600억원을 투입해 4만3000t 규모 수산화리튬 공장을 착공한다.

글로벌 철강사 경쟁력 평가 12년 연속 1위


▎5월 26일 포스코 리튬솔루션 광양공장 착공식에서 시삽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 정창화 포스코 신성장부문장, 김민철 포스코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 김명환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영록 전남지사, 서동용 국회의원, 김갑섭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김경호 광양부시장.
아울러 포스코는 고용량 배터리 양극재의 필수요소인 니켈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고순도니켈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5월 호주의 니켈 광업 및 제련 전문회사 ‘레이븐소프(Ravensthorpe Nickel Operation)’ 지분 30%를 2억4000만 달러(약 27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24년부터 7500t(니켈 함량 기준)을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그뿐만 아니라 포스코는 지난 7월 그룹사인 SNNC의 기존 설비와 연계한 투자를 통해 2023년까지 연산 2만t(니켈 함량 기준) 규모의 이차전지용 고순도 니켈 정제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SNNC의 니켈 기술 역량 및 포스코그룹의 조업 역량을 활용해 친환경 고순도 니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포스코의 이 같은 혁신경영과 관련해 “지금은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지만, 원래 기본 중의 기본은 철강이었다. 포스코가 소재 영역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왔고, 철을 소재로 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역할을 잘해왔다”면서 “고품질의 철강제품, 친환경 등 다양한 소재 등에서 좋은 실적을 내는 포스코가 우리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스코의 혁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0월 제12회 스틸리 어워드(Steelie Awards) 총 5개 부문에서 최종 후보에 올라 ▷기술혁신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등 2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스틸리 어워드는 2010년부터 매년 세계철강협회(worldsteel) 전 회원사를 대상으로 철강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우수 철강사에 수여하는 상이다. ▷기술혁신 ▷지속 가능성 ▷전 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 ▷교육과 훈련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포스코가 ▷기술혁신 ▷지속 가능성 부문에서 총 6차례에 걸쳐 수상한 바 있는데, 올해도 2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기술혁신(Innovation of the Year) 부문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기가스틸 롤스탬핑 신(新) 성형공법 세계 최초 개발 및 국내외 협업을 통한 양산화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Excellence in Communications Programs) 부문에서는 올해 3월 포항에 개관한 Park1538을 중심으로 한 온·오프라인 연계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철의 심미성과 미래 기술력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담아낸 성과를 인정받았다. Park1538은 포스코가 포항 본사 인근에 홍보관과 역사박물관, 명예의 전당, 수변(水邊) 공원 등을 테마공원 형태로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포스코와 철강 산업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창의적인 디자인과 시민을 위한 공간 개방성 등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조경대상 국토교통부 장관상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개관 6개월 만에 누적 관람객 1만5000명을 돌파하는 등 지역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최정우 회장,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에 선임


▎아르헨티나 리튬 데모플랜트 전경(PosLX 공장 및 리튬 염수저장시설). / 사진:포스코그룹
포스코는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월드 스틸 다이내믹스(WSD)’가 발표한 ‘제36차 글로벌 철강 전략회의’에서 11월 9일 발표한 글로벌 철강사 경쟁력 평가에서도 1위에 올랐다. 1999년 설립된 WSD는 매년 전 세계 주요 35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23개 항목을 평가해 경쟁력 순위를 발표하는데, 포스코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12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 가공 비용, 기술 혁신, 인적 역량, 신성장 사업, 투자 환경, 국가위험요소 등 7개 항목에서 2년 연속 만점을 받았으며 올해는 재무건전성 항목도 만점을 기록하며 8.54점(10점 만점)으로 종합 1위에 올랐다.

혁신경영은 주력사업을 탄탄히 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글로벌 지명도를 높이는 효과도 가져온다. 지난 10월 14일, 포스코에 낭보가 전해졌다. 세계철강협회 집행위원을 맡고 있던 최정우 회장이 회원사 연례회의에서 회장단에 선임된 것이다.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의 임기는 3년이며, 회장 1명과 부회장 2명이 회장단을 이룬다. 첫해 부회장직을 1년간 맡은 이후 다음 1년 동안 회장직을 수행한다. 마지막 3년 차에는 다시 1년간 부회장직을 맡는다. 이런 관례에 비춰보면 최 회장은 2022년 10월 세계철강협회 총회 개최 때까지 1년간 신임 부회장직을 수행한 뒤 같은 해 10월부터 1년간 회장으로 전 세계 철강업계를 이끌게 되는 것이다. 최 회장은 회장단 취임 1년 차에 인도 JSW의 사쟌 진달 회장, 중국 하북강철집단(河集有限公司)의 CEO(최고경영자)인 우용(于勇)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글로벌 철강업계 사정에 밝은 전문가에 따르면, 이 같은 낭보는 최 회장의 역량과 포스코의 선도적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최 회장이 앞서 10월 6일 철강업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을 논의하는 포럼을 성공적으로 주최하는 등 세계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포스코가 세계철강협회 내 중요 태스크포스인 철강 메가 트렌드 전문가 그룹 위원장과 강건재 수요 증진 협의체 위원장을 맡는 등 협회 내에서 꾸준한 리더십을 발휘해온 것도 높이 평가돼 회원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년여 동안 포스코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최정우 회장은 전형적인 포스코 맨으로 꼽힌다. 1983년 포스코그룹에 입사한 최 회장은 포스코 재무실장,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 기획재무실장 등 포스코그룹의 재무 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재임 때는 회장 직속 정도(正道) 경영실장과 포스코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 부사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이어 2018년 7월 포스코그룹 회장직에 올랐고, 올해 2월 연임을 확정하면서 ‘최정우 2기 체제’를 열었다. 전략가에다 추진력까지 겸비했다는 평을 듣는 최 회장은 지금의 포스코그룹 구석구석을 훤히 꿰고 있는 인물이다.

최 회장의 좌우명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다. “있는 자리에서 주인의식으로 노력하면 모든 것이 참되고 진실하다”는 뜻이다. 포스코 인사들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 좌우명을 가슴에 새기고 어떤 일을 맡게 되든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다고 한다. 골프에 비유하자면 장타를 노리기보다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듯이 최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는 최 회장의 리더십과 임직원의 노력이 합해지면서 대내외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잘 극복하며 순항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0조6370억원, 영업이익 3조1170억원, 순이익 2조6280억원, 별도 기준 매출 11조3150억원, 영업이익 2조2960억원, 순이익 1조8400억원을 달성했다. 포스코의 연결 및 별도 기준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각각 12.82%, 21.97%, 연결 및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41.62%, 42.79% 증가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연결 기준/ 별도 기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 영업이익, 창사 이래 최대 실적


▎호주 레이븐소프사의 니켈 광산 전경. / 사진:포스코그룹
포스코그룹 전체의 사업구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최 회장의 리더십은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에서 더욱 빛났다. 포스코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철강 수요 산업 침체와 주요국의 봉쇄(lock down)로 판매량이 급감하고,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마진 하락 등 난관에 봉착했다. 그로 인해 창사 이래 첫 유급휴업을 시행하는 등 유례없는 경영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포스코는 지난해 3분기부터 V자 반등에 성공했고, 4분기에는 영업이익 8630억원을, 2021년 1분기에는 1조5520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2분기에는 2011년 IFRS(새 국제 회계 기준) 도입 이후 최대 실적인 2조2010억원을 찍었고, 3분기에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3조1170억원을 달성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포스코의 본원(本源) 경쟁력인 철강을 넘어 이차전지 소재, 수소, 친환경차 부품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소재 전문 메이커로 사업구조를 전환해나감과 동시에 건설·에너지 등 글로벌 인프라 부문의 고른 성장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3분기 실적은 철강, 글로벌 인프라 및 신성장 부문별 실적에 힘입은 결과다. 이 가운데 철강 부문은 글로벌 철강 시황 호조 지속, 제품 생산·판매 증가, 원료가 상승에 따른 철강 가격 강세 등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아울러 크라카타우포스코(포스코그룹의 기술과 자본으로 인도네시아에 건설한 일관제철소)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해외법인도 선전했다. 글로벌 인프라 부문에서는 포스코에너지가 전력 단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으며, 신성장 부문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이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화성품 판매가격 상승 등으로 이익 견조 세를 유지했다. 포스코의 탄탄한 경영 실적은 전 세계적 철강 수요 상승세(세계철강협회 2022년 2.2% 상승 예상)와 함께 내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자금시재(현금,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매매증권, 유동성유가증권, 유동성만기채무증권)를 늘리고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곳간 관리’ 전략을 펴고 있다. 포스코는 이를 바탕으로 미래 핵심 사업의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뚝심 있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3분기 포스코의 자금시재는 18조6000억원인데, 2019년 12조5000억원 대비 약 6조1000억원가량 현금성 자산이 늘어났다. 그 결과 포스코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을 대비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 핵심 신사업인 이차전지 소재사업, 수소사업 등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돌아보면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2018년 말, 포스코의 자금시재는 10조7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취임 3년 만에 자금시재가 73.8%가량 상승한 18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선제적 자금 조달 및 운전자본 감축을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로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사 중 최고 수준의 경영 실적과 신용등급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재무에 강한 최 회장의 진가가 발휘됐다는 시선이 나온다.

포스코의 혁신경영은 포스코만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최 회장이 내건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의 5대 브랜드 중 하나로 ‘Challenge With POSCO’를 선정해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포함한 창업 인프라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포스코는 창업 인프라 구축을 통해 그룹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전 주기 선순환 벤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는 포스텍,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항 방사광가속기, 포스코기술투자 등 2조원 규모 연구시설과 연구인력 5000여 명이 집적된 고유의 산학연 협력 체계에 기반을 둬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밸리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서울에 이어 포항에도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지난 7월 개관했다.

벤처 생태계 활성화 기여하며 혁신경영 전파


▎10월 28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42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에서 최정우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포스코그룹 회장)과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넷째부터 존 워커 이스트포인트 파트너 회장, 한기호 한-호주 의원친선협회 회장, 최정우 한-호주 경협위 위원장, 캐서린 레이퍼 주한호주대사,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포항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총면적 2만8000㎡ 규모로 현재까지 기계·소재·전기·전자·반도체·정보통신·소프트웨어·바이오·의료·화학·에너지·자원 등 다양한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포스코가 지난해 7월 서울 역삼로 팁스타운(TIPS TOWN)에 민간기업 최초로 개관한 서울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연면적 4200㎡에 7개 층(B1~6층)으로 조성됐으며, 현재 바이오·소재·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입주하고 있다.

팁스타운 최초로 영상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와 편집실 공간을 조성해 쉽고 편리하게 뉴미디어 채널을 통한 회사 홍보를 가능하게 했다. 또 지하 1층에 마련된 세미나실과 1층 이벤트홀 등을 활용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과 기업설명회(IR), 네트워킹 행사 등을 운영할 수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에 입주한 스타트업의 합산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포스코는 체인지업 그라운드에 입주한 기업이 글로벌 벤처로,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 일명 ‘스타트업 서포트 프로그램(Startup Support Program)’은 창업 보육, 판로 지원, 투자 연계, 네트워크의 4가지 주제별로 이 기업들이 실질적 도약을 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112호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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