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업

Home>월간중앙>경제.기업

[화제기업] 유한양행, R&D 중심 신약개발에서 성과 내 주목받아 

폐암치료제 ‘렉라자’, 글로벌 신약 가능성 높아졌다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의료계 “뇌전이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 우수한 효능” 평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새로운 R&D 생태계 구축 속도 높여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렉라자’가 올해 초 식약처로부터 31호 국산 신약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7월에는 보험약가에 등재되면서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갔다. 현재 주요 종합병원에 성공적으로 공급돼 환자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대표 조욱제)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 폐암치료제 ‘렉라자’가 글로벌 신약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렉라자는 올해 신약 허가를 받아 본격적인 국내 시장 시판이 이뤄진 데다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와의 협력을 통한 병용 글로벌 3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폐암은 다른 장기로 전이될 경우 5년 생존율이 8.9%에 불과할 정도로 난치암으로 꼽혀 왔다. 2021년 국내 폐암 환자 수는 약 3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그중 비소세포폐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30~40%가 EGFR 변이 양성으로 진단되고 있다. 대개 이런 환자에게는 기존 1~2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해왔지만 이 가운데 약 50~60% 환자가 T790M 돌연변이에 의한 내성을 갖게 돼 치료에 더는 반응을 하지 않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왔다.

유한양행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3세대 돌연변이형 EGFR 억제 폐암치료제로 렉라자를 개발해왔다. 현재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와 공동개발 중인데, 2015년 전임상 직전 단계에서 도입한 뒤 2018년 11월에 얀센바이오테크에 총액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까지 이뤄냈다. 유한양행은 개발에 박차를 가해 신약 물질 최적화와 공정 개발, 전임상과 임상을 거쳐 올해 식약처로부터 31호 국산 신약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이후 지난 7월에는 보험약가 등재 등을 거쳐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갔다. 현재 주요 종합병원에 성공적으로 공급되면서 국내 폐암 환자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렉라자는 주로 1, 2세대 EGFR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았다. 특히 뇌혈관 장벽(Blood-Brain-Barrier, 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 우수한 효능과 뛰어난 내약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렉라자가 글로벌 신약으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부터 3차 치료제로의 치료 범위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다국가 임상 3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공동개발사인 얀센바이오테크는 ‘레이저티닙 + 아미반타맙’ 글로벌 병용 3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어 상업화 속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렉라자의 국내 임상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이번 렉라자 국내 허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항종양 효과 및 안전성을 통해 우리나라 폐암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대안이 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임상을 통해 전 세계 폐암 환자의 희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기술 개발과 수익성 일거양득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회사의 미래성장동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인 R&D 부문의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해왔으며 2018~2020년 최근 3년간 5건, 4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 사진:유한양행
렉라자의 성과는 유한양행의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이 이뤄낸 결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된 폐암치료제 렉라자는 도입 당시 전임상 직전 단계의 약물이었지만 유한양행에서 물질 최적화, 공정개발, 전임상과 임상을 통해 그 가치를 높였다. 이를 통해 얀센바이오테크에 기술 수출까지 이뤄냈기에 전형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한양행은 신약개발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2015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유한양행이 최근 6년간 사업 다각화와 바이오 벤처 및 후보물질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투자한 곳만 34개사로 금액만 4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바이오 벤처에 2468억원을 투자하며 단기간 내 신약개발 역량을 끌어올리며 R&D 중심의 체질 개선에 힘을 쏟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5년 초 9개였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현재 30개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오픈이 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공동연구과제로 구성됐다.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은 도입된 기술이나 약물의 개발 단계에 따라 유한양행의 강점인 신약 물질의 효능, 독성을 평가하는 전임상 연구와 초기 임상연구를 통한 중개연구, 생산연구, 제제 연구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개발업무에 도움이 되고있다. 아울러 도입한 기술이나 물질에 가치를 극대화해 글로벌 기술 수출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지속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렉라자 외에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도 해외 기술 수출을 성사시키는 등 그 결실이 구체화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09년 국내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YH14618을 임상 2상 단계까지 개발 후, 2018년 미국의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을 이전한 바 있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이러한 오픈이노베이션 모델 도입은 ‘100년 기업’을 앞둔 유한양행의 미래먹거리 확보의 일환이다. 특히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회사의 미래성장동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인 R&D 부문의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해왔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지난해 R&D 투자금액은 2225억원으로 2016년 864억원 대비 157% 증액됐다. 이는 매출액 대비 13.7%로 전통 제약사 중 최고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8~2020년 최근 3년간 5건, 4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기술 수출로 인한 기술료 유입이 다시 R&D에 재투자돼 신약 성과를 이루는 R&D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제약기업에게 신약개발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명으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선행되더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R&D 부문의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단기적인 이익 창출을 넘어 적극적인 R&D 및 시장 지향 투자 강화로 장기적인 발전과 미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준비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미래를 향한 유한양행의 기술개발과 R&D 투자에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111호 (2021.10.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