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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중국의 두 가지 위협, 경제 경착륙과 외교적 몽니 

중국 경제성장률 떨어져도 미국으로 기울면 위험 

中, 바오류(保六) 고성장 시대 종언… 건설경제 한계 직면했고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소외
中의 독자적 금융·재정 여력은 탄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反中정서 지양해야


▎인구 2600만 명인 대도시 상하이 봉쇄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기를 불사하며 ‘제로 코로나’ 정책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2021년 기준)은 18%다. 미국의 75%에 달한다.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까. 아니면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은 유효할까. 대체로 한 나라의 발전은 모방→관리→혁신의 3단계를 거친다. 단계마다 문화적 요소, 부존환경, 제도, 기술력, 운 등이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발전은 좋든 싫든 미국이 만들어준 것이다. 1972년 미·중 화해, 1979년 미·중 수교,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그 과정에서 나왔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대대적 기술 이전이 있었다.

현재 중국의 경제 규모는 17조5000억 달러다. 미국(23조 달러), 영국 탈퇴 후 EU(17.1조 달러)와 함께 3대 경제권역을 이루고 있다. 또 중국의 연간 무역액은 6조 달러, 외환보유고는 3조2000억 달러다. 중국 국민 가운데 대졸자 이상 비중이 8.7%이고, 해외 정규유학을 마친 귀국자 규모도 500만 명이다. 전통산업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에서도 상당한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2500달러 규모로 중진국 함정의 위험을 극복했다. 인구 14억 명인 거대시장은 3억 명 정도의 중산층을 품고 있다. 중산층의 소득 수준은 이미 2만3000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은 국가의 통상적인 경로에 비춰볼 때, 향후 4~4.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은 예상을 뛰어넘은 경제적 성취를 이룩했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중국이 지나치게 중화주의로 이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나 바오류(保六, 6% 경제성장률 유지)가 깨진 상황을 근거로 삼는 비관론도 중국 바깥에서 흘러나온다. 실제 중국의 2022년 성장률은 5% 아래로 예상된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훼손한다고 보긴 어렵다. 5% 성장이 어렵다고 중국이 위기라고 보는 서방의 시선도 과도하다.

오히려 중국 경제의 위험요소를 논하자면 보다 근원적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중국 발전의 큰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실패’에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에 투자했던 다국적 기업의 상당수가 빠져나가며 설비를 중국에 팔아넘겼다. 그 덕에 중국은 자체적인 기술 축적 없이 기술 이전을 얻었고, 이는 국제 무역에서 이득으로 돌아왔다.

또 지금까지 중국은 ‘계획도시’에 따른 부동산 붐이 있었다. 매년 2000만 명 이상의 지방 인구가 도시로 옮겨갔다. 1978년 20%에도 못 미쳤던 중국의 도시화 비율은 65%까지 올라왔다. 산업화된 국가의 도시화 비율은 80%다. 중국은 식량안보가 걸려 있기 때문에 80%까진 안 가더라도 70~75%까지는 도시화를 추진할 것이다.

멈출 때가 된 중국 성장 신화


▎2022년 1월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첨예한 갈등은 여전하다. / 사진:UPI연합뉴스
문제는 이제 중국의 도시화가 거의 완성됐다는 지점에 있다. 유효수요를 창출할 ‘마켓’이 없는 것이다. 아파트를 지어도 데려올 사람이 없다. 옛날에는 편하게 했던 부동산 산업이 이제 터프해졌다. 그러나 실적이 걸려 있는 지방정부는 부채를 일으켜 이를 계속 추진한다. 중앙정부가 개런티해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부채(그림자 금융)’가 쌓이는 것이다. 물론 중앙정부가 상당수를 찾아내서 관리하곤 있지만 여전한 과제다. 수요를 중국 밖에서 창출하기 위해 중국은 파키스탄 등에서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견제로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은 지속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봉쇄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이 막히면 경제 성장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해외 유학군 500만 명이 귀국했지만,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해 윤석열 정부가 미·중 패권전쟁에서 ‘미국의 우위’에 베팅하는 것은 적확한 판단일까. 국가는 단기간의 성과를 위해 긴 안목의 국가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미·중은 상당기간 티격태격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공생과 공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776년 독립선언 이후 미국은 250년간의 끊임없는 확장 속에서 패권을 쥐었다. 미국이 통일국가로 출범한 역사는 15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1898년 하와이 편입을 통해 51개 주의 연방 정부를 구성했다. 그 이후 120년간 미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제도화, 체계화, 관·산·학 연합 등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며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특히 산업화의 꽃인 철강업의 우월적 독점이 큰 배경이 됐다. 세계 제2차대전에서 핵폭탄을 사용해 승전함으로써 감히 넘볼 수 없는 국가가 됐다. 그 이후 절대적 무력, 무역과 투자 활성화, 금융시장 독점 등으로 국가전략을 옮겨왔다. 이를 통해 오늘날까지 세계의 패권국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이라는 생물은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력이 예전 같지 않다. 상대적 우위가 훨씬 약화됐다. 자칫 경제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까 염려한다.

미·중 갈등, 길어도 끝은 있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을 접견했다. 중국은 최고위급 인사를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보내며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이런 구도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했다. 일본이 1980년대 중반 미국 경제의 40% 정도까지 추격하자 미국은 플라자합의를 통한 강제 엔화환율 인상으로 눌러앉힌 경험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과 다르다. 고속철로 독립된 지역경제를 연결한 ‘국내 수요 중심형 발전국가’로 확립됐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미국 경제의 긴축과 커플링하지 않는다.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은 제한적이다. 홍콩을 통해 대부분의 자본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또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외환위기에 대비해 과도하리만큼 많게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국내수요 중심의 경제 발전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만큼 독자적 재정·금융 정책을 펼 여지가 있다. 중국 공산당이 역점을 두는 신산업 분야에서는 거대 시장을 기반으로 삼는 ‘중국 표준’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충돌을 예상하는 ‘투키디데스 함정론’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이 겉으로 보기에는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듯해도 성과는 미미하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채택 이후 44년간 형성된 세계가치사슬(GVC)이 하루아침에 재조정되기란 쉽지 않다.

2021년 미국의 대중 수입은 4472억 달러이고, 수출은 1794억 달러였다. 2678억 달러 적자다. 총 100개 품목으로 분류한 수출입 물품 구조에서 GVC의 일환으로 교역이 이뤄지는 폭이 상당히 높다. 중국은 GVC의 핵심국인 것이다.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중국 제품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20~30%, 심지어는 50%를 넘어서고 있다. 가뜩이나 인플레 압력에 처해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으로부터의 물품 조달이 원활치 못할 경우 서민들의 원성을 살 수 있다. 이는 표심과 직결된다.

한편 미국의 중국 수출 제품 중에서는 농산물만 300억 달러이고, 차량 관련은 139억 달러 등이다. 그만큼 품목 집중도가 높아서 중국의 금수 조치에 취약한 구조다.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출구가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은 사이즈가 워낙 커서 공존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을 영원히 적으로 돌리면 미국도 더는 발전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와 대중국외교 최적 균형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와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외정책 기조를 맞춘 듯하다. 그러나 정치·경제적으로 중국이 우리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다양하다. 북한 문제에 너무 매달린 나머지 중국에 지나치게 기댔던 문재인 정부의 ‘대중 굴종 외교’는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국제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할 분야가 많을 것이다.

일례로 중국은 우리 수입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품목집중도가 높으며 농·수산물 등 민생과 연관된 제품이 많다. 기업들이 80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까다로운 태도로 압박할 수 있다. 2000년 마늘 파동, 2017년 사드 사태 시 한한령 등 트라우마가 있다.

한국은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의 조국으로서 주변국 중 선진국 대열에 낀 유일한 국가다. 그만큼 정무를 포함한 대중외교에서 당당할 필요가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할수록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북핵 문제가 불거질수록 한·미 동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중국에 강조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부터 바이든 현 대통령까지 미국이 요란하게 추구하고 있는 반도체 패권경쟁에서도, 한국이 미국 편을 들 수밖에 없는 것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 구태여 대놓고 중국을 배척하는 인상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 그만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중국이 국수주의적 패권을 추구한다면, 남·북한, 일본, 미국을 아우르는 ‘한국판 쿼드’까지 추구할 수 있는 결의를 보여야 한다. 그 차원에서 북한과의 대화창구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국이 절실한 분야에 협력해야 한다. 동북아시아 역내에서는 이미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역내 제조업 가치사슬(RVC)이 형성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특별히 중국의 지방발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와 인접한 산둥성은 인구 2위의 거대 성(省)으로 중국 내 1인당 소득 10위 지역이다. 성 정부에서는 1인당 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산둥성을 발전시키면서, 우리의 동반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떠올릴 수 있다. 전통산업에서의 협력만으로도 충분하다. 베이징만 쳐다볼 게 아니라, 중국의 지방발전 판을 보면서 우리의 대중 관계를 한층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필연적으로 경제 통상국가인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어느 일방만을 편들 순 없다. 배척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중국은 우리처럼 전 세계의 변화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과거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열중하고 있다. 그럴수록 한국의 가치를 적극 필요로 할 것이다. 한·중 관계에서 극도의 상상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 yrcheong@snu.ac.kr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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