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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국민의힘 ‘간판’으로 여의도 입성 노리는 안철수의 속내 

“나는 새 정부 밑그림 그린 사람… 尹 대통령 성공 위해 역할 맡는 건 당연” 

최경호·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오래전 분당에 ‘안랩’ 세우고 젊음 바쳐… 고향처럼 ‘푸근’
네거티브로 뭘 얻으려는 건 구태, 오직 비전·능력으로 승부


▎안철수 국민의힘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월간중앙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 후보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경험이 국정 전체를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성남시 분당구로 이사한 건 5월 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을 마친 지 사흘, 분당갑 국회의원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이었다. 안 전 위원장은 “화요일(5월 10일)에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고, 그다음 날인 수요일(5월 11일)부터 주민들을 찾아뵙고 있다”고 설명했다.

3·9 대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선거 6일 전인 3월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극적으로 단일화·공동정부를 선언한 안 전 위원장. 그가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성남시 분당 지역구와의 인연을 묻자 안 전 위원장은 “오래전 분당에 안랩(정보 보안 전문기업)을 세웠고, 그곳에서 젊음을 바쳤다”며 “오직 미래 비전과 능력으로 승부하고, 겸허한 자세로 분당 주민들의 선택을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안철수 후보 선거사무소(분당구 야탑동) 개소식 전날인 5월 14일 오후 진행됐다.

분당으로 이사한 지 일주일 가까이 됐다. 지역 주민들과 인사는 나눴나?

“다들 반가워하시고 좋아하신다. ‘기대된다’며 격려해주시는 분도 많다. 고향처럼 푸근해서 좋다.”

“인수위 존재감 약했다? 다 이유가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5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김성룡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아 50일 동안 일했다. 소회를 들려달라.

“역대 대통령직인수위들과는 달랐던 것 같다. 일단 저 개인적으로는 국정 전반에 걸쳐 두루 살펴볼 수 있었기에 좋은 기회였다. 현재 전 세계의 흐름과 한국이 처해 있는 상황들, 거기에서 시대정신, 시대적인 과제들을 추출해서 국정과제로 담는 역할을 했다. 물론 대선 때 후보의 공약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 공약을 제대로 정리하는 게 인수위의 역할이다.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1250페이지 분량의 책자를 만들었다. 곧 중앙부처에 나눠줄 계획이다. 그걸 바탕으로 부처별로 실행계획을 세우고,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인수위 활동은 새 정부의 5년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으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인수위원 24명에 중앙정부 부처의 국장급 전문위원들, 민간 전문가들 등이 포함된 방대한 조직을 제가 이끌었던 거다. (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수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과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자는 게 하나의 목표였는데, 50일 동안 그 목표를 이뤘다.”

“인수위 존재감이 좀 약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 말이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인수위 출범 때 제가 몇 가지 지침을 내렸다. 첫째,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명령에 따라 일을 집행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적대시하면 안 되지 않나? 함께 일할 동료이니 혹여 죄인 취급 말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국정과제라는 건 한 사람만의 머리에서 나올 수 없으니까 반드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논해야 제대로 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인수위원 가운데 몇 사람이 개별적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개인 의견을 내면 국민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만일 그런 일이 생기면 본보기 차원에서 해촉하겠다고 했다. 조직관리라는 건 엄할 때는 엄해야 한다. 셋째, 현장을 강조했다. 책상 위에서만 하지 말고 해당 분야 사람들이나 공무원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국정과제만이 시대정신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첫째, 무너진 공정과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둘째,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드는 사명이다. 셋째, 지역의 균형발전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인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지역 불균형에 있다. 부산이나 대구같이 큰 도시에서도 1년이면 젊은이 수만 명이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올라온다. 그런데 직장 잡기 어렵고, 집도 구하기 어렵다 보니 결혼을 못하거나 만혼(晩婚)을 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저출산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균형발전이 안 이뤄지면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넷째, 대선 TV토론 때 후보들의 합의를 끌어냈던 연금개혁 문제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외면했던 탓에 누적 적자가 엄청나게 커졌다. 다섯째, 국민 통합이다. 국민이 분열된 상태에서 위기를 극복한 나라는 일찍이 없었다. 여섯째, 글로벌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일곱째, 제대로 된 강군·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그 일곱 가지를 110개 국정과제에 넣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50일 동안 주말도, 휴일도 없이 단 하루도 안 쉬고 열심히 일했다.

“1기 내각 ’안배’ 아쉬워… 개각 때 보완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위원장 등이 3월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내각에 대해 “신선함이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께서는 지금 나라가 처해 있는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우리나라에서 문제 해결 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분야별로 배치했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 다양성이나 안배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가장 똑똑한 학교 출신들만 뽑아서 한데 모아놓은 것보다 실력은 그 사람들보다 조금 못할지라도 다양한 사람을 모으는 게 결과가 더 좋다는 건 사회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역대 대통령들이 왜 그렇게 안배에 신경을 썼는지 다 이유가 있지 않겠나. 그 점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나중에 개각이 있을 텐데 그때는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19명)에서는 서울대 출신(학부 기준)이 10명, 평균 연령은 약 61세였다. 여성은 3명(15.8%)에 불과했다. ‘서육남(서울대·60대·남성)’이란 신조어와 함께 안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내각에 이어 발표된 청와대 참모진 역시 내정자 11명(실장 2명, 수석비서관 5명, 국가안보실 차장 2명, 경호처장 1명, 대변인 1명)의 평균 나이는 60세, 서울대 출신이 가장 많았고 여성은 1명에 그쳤다. “또 서육남”, “다양성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단일화 때 말한 ‘행정 경험’은 총리 아닌 인수위원장”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5월 14일 분당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알뜰장터를 찾아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내각에 이른바 ‘안철수계’가 거의 중용되지 않았는데.

“처음에 인수위원을 뽑을 때 언론에서 안철수계 8명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았다(웃음). 예를 들어 남기택 연세대 의대 교수 같은 분은 주변의 평판이 좋아서 추천된 경우다. 그런데 정말 일을 잘하더라. 조각(組閣)은 대통령이 돼서 처음 모든 장관을 임명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대통령의 머릿속에 다 그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조각은 대통령이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렸고, 추후 개각할 경우 제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교육·보건복지 등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을 추천하려고 한다. 그러면 다양성 부족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국무총리가 아닌 여의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후보 단일화 때 ‘행정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때 제가 말한 행정은 국무총리나 내각이 아니라 바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었다. 전체적으로 국정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거다. 일을 해보고 싶었던 거지 자리 욕심 같은 건 없었다.”

과거 발언 등을 보면 국회의원 선거에는 다시 출마하지 않을 듯한 뉘앙스를 비쳤다.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새 정부의 ‘그림’을 제가 그리지 않았나? 그림을 그린 사람이 정부 성공을 위해 역할을 하는 건 당연하다. 이 정부가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성공하고, 국민이 성공한다. 대통령 취임 20일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거대 야당에 막혀 제대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경기도이니 이곳에 출마한 것이다. 작년에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려 했던 사람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갈 수는 없지 않나?”

국회에 입성한다면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경험이 가장 큰 차이다. 국가 전체의 그림을 보면서 의정활동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하고 3선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역구인 성남 분당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사실 2000년대 초반 IT(정보통신) 붐이 일었을 때 정부에서 IT 단지를 만들려다 실패했다. IT 단지라는 게 인위적으로는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판교에 만든다고 하길래 ‘여기는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판교가 언뜻 보기에는 시골 같지만,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고, 안랩을 판교에 짓게 됐다. 지금 판교 지하철역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이 안랩 사옥이다(웃음).”

“윤 대통령, 국민뿐 아니라 야당 이야기도 들으시라”


▎안철수 국민의힘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출마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건이 조성된다면 내년 6월 당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앞서 말했듯이 쉬운 선거는 없다.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조언이 있다면?

“늘 시대정신을 생각하고 늘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매일 언론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소통의 전부는 아니다. 소통은 기본적으로 듣는 거다. 물론 국민 말씀도 들어야 하지만, 야당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을 위한 제도도 개선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들처럼 윤 대통령도 야당 사람들을 초청해서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면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정치가 이뤄지면 우리나라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분당갑 보궐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전해달라.

“2020년 1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하루도 제대로 쉬어보지 못했다. 그래도 남은 18일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주민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겠다.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네거티브로 뭘 얻으려는 건 구태 정치 아닌가. 안철수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비전을 갖고 있고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분당갑 주민을 한 분이라도 더 만나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비전과 능력으로 승부하겠다.”

- 글 최경호·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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