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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이슈] 30년 정치부 기자가 본 대통령의 사람 쓰기 

대통령의 인사권 구현 과정 세밀하게 담아 ‘정실 인사’는 곤란, 시스템 인사 구축돼야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대통령의 인사권은 통치행위의 근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세(治世)는 능력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두고 제대로 일하게끔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미치는 자리는 직접적으론 1000개가 넘고, 넓게는 1만8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잡음 많은 새 정부 첫 국무위원급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는 향후 5년간 국정 방향을 가늠할 기회다. 윤석열 대통령의 용인(用人)에서 국정 철학을 엿볼 수도 있다.

30여년간 청와대와 국회를 출입해온 정치부 기자가 자신의 경험과 직접 취재하고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쓴 [대통령의 사람 쓰기](송국건, SAY KOREA)는 대통령의 인사권이 구현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담고 있다. 또 역대 정부의 인사 실패와 성공 사례를 통해 새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도록 했다. 저자는 [영남일보] 서울본부장을 지내며 1988년 기자가 된 이래 줄곧 서울 정치부에서 일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권력의 심장부에서 벌어지는 인사 성패의 순간을 목도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구현되는 방식은 크게 인사비서관실이 인재를 추천하는 ‘시스템 인사’와 대통령과 권력의 측근들이 천거해 밀어 넣는 ‘정실 인사’로 구분된다. 잡음은 대개 정실 인사에서 생긴다. 정권 실세들의 파워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인사이기 때문이다. 아직 인사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정권교체기에 정실 인사는 특히 기승을 부린다.

그래서 과거 정부는 인재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인재 등용의 기초 자료로 활용했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때에는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www.grdb.go.kr)를 만들었다. 일정 직급 이상의 공무원, 학자, 기업인, 중요 기능인, 사회활동가 33만 명의 정보가 수록돼 있다. 하지만 더 많이 활용되는 건 ‘존안자료’다. 일종의 인사 ‘족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민간인 사찰용이었다. 민주화 이후 민간인 사찰이 금지됐지만, 여전히 고위공직자 후보군을 추릴 때 활용되곤 한다.

새 정부는 기존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손질을 공약한 바 있다. 민정수석실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인사수석비서관도 인사비서관으로 급을 낮췄다. 인사수석이 ‘옥상옥’으로 군림한다는 비판적 인식에 기초했다. 새 정부의 이런 방향이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 확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하긴 어렵다. 저자는 “큰 틀에서 역대 정부와 차별성을 보이기 어렵다”고 진단하면서도 “인사 추천과 검증 파트 사이에 칸막이를 쳐서 완벽하게 분리하겠다는 원칙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대통령 인사권이 오·남용되는 데는 한계가 불분명했던 점이 큰 이유였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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