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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공룡 경찰’ 만든 허점투성이 ‘검수완박’ 누가 만들었나 

정보경찰과 민주당 이해관계 합작품?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대선 패배 뒤 한 달여 만에 ‘검찰 수사권 박탈’ 입법 서둘러 강행
경찰 권력만 비대화… 상설특검 등 우회 카드 많아 실효성도 의문


▎5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와 전국 고등검찰청 검사장 6명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반발해 사직서를 냈다. / 사진:연합뉴스
5월 3일 오후 2시 30분.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렸다. 이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린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법률 공포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약 30분간 심의를 거쳐 문 대통령은 두 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검찰 수사권은 사실상 완전히 폐지됐다. 5년에 걸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두 개정 법률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 주요 간부들이 사의를 표명하며 배수진을 치고 문 대통령에게 재의를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를 막지 못했다. 법률이 공포된 뒤에도 법조계 반발은 여전하다. 법률안이 공포된 직후 대검찰청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않아 참담하다”고 입장을 냈다.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청구인 1만 명을 모집해 검수완박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검수완박법에 대한 비판은 크게 법안 처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내용의 위헌성 여부로 나뉜다. 처리 과정이 유달리 신속했던 만큼 많은 논쟁거리를 남겼다. 문 대통령의 임기 안에 법률 개정을 끝내야 했기에 민주당은 국회 심의 과정부터 야당의 반대를 무시한 채 일사천리로 처리를 강행했다.

검수완박법안이 처음 나온 건 2020년이었다. 수사와 기소권을 가진 검찰청을 폐지하고 대신 기소권만 가진 공소청을 만들자는 과격한 법안이었다. 당시만 해도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3월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하자 민주당은 돌연 검수완박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내세우고 법안 처리에 당력을 집중했다. 검수완박법이 ‘문 대통령 안전 보장법’, ‘이재명 방탄법’이란 비난을 산 것은 민주당의 이런 조급함이 부른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 위장전입’ 꼼수도 나왔다. 법안 처리의 키는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 달린 상황. 안건조정위는 여야가 각각 3명씩 6명으로 구성해 이견이 있는 안건을 집중 심리하는 기구다. 안건 조정위는 최대 90일까지 숙의 기간을 가질 수 있는데, 이때 위원장의 의지가 법안 처리를 좌우한다.

민주당은 국회 최고령인 5선의 김진표(75세) 의원을 법사위로 사보임했다. 다선 의원이 위원장을 맡도록 한 관례에 따라 위원장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당초 법사위 최고령은 국민의힘 소속 3선인 한기호(69세) 의원이었다. 이어 3 대 3 균형을 깨기 위해 탈당해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사보임했다. 4 대 2 구도를 만들었으니 법안 통과에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양 의원이 검수완박 반대로 입장을 바꿨다. 양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영입한 인사였기에 충격이 컸다. 양 의원은 직접 쓴 입장문에서 “이번 법안이 이런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사법행정의 균형을 찾아야 하나, 사안이 중차대한 만큼 오류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달여 만에 법안 처리 전격전(電擊戰) 이유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5월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회가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안을 공포했다.
계획이 틀어지자 민주당은 서둘러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법사위로 사보임했다. 양 의원의 역할을 대신 하도록 한 꼼수였다. 민 의원은 월간중앙과 전화 통화에서 “(탈당은) 전적으로 내가 내린 결정이었다. 외부 조언을 듣긴 했지만, 당 지도부나 다른 이에게 지시를 받은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절차적 정당성을 해쳤다는 야당 주장은 언어도단”이라고 했지만,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지탄을 받았던 ‘위성정당’ 꼼수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발 여론이 예상보다 거세자 민주당은 주춤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합의한 중재안을 수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검찰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데서 한걸음 물러난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중재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처리 과정도 문제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최초에 민주당에서 나온 법안 내용 자체에 있다. 우선 법안 마련부터 처리 과정을 주도한 주체가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다. 주도세력은 민주당 내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초선 모임 ‘처럼회’다. 최강욱 의원이 2020년 6월 검찰개혁을 표방하며 연구모임으로 만들었다. 최강욱·김남국·김승원·이탄희·황운하·민형배·문정복·윤영덕·유정주·장경태·홍정민·이수진·최혜영·한준호·박영순·강민정·박상혁·김의겸·민병덕·박주민 의원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검찰에 반감이 큰 성향이 짙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사실관계를 오인한 무리수와 억지공격으로 논란을 자초한 이들이 모두 처럼회 회원들이다.

‘처럼회’가 주도한 검수완박법안에 쏟아진 우려


▎5월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두 번째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재석 293인, 찬성 164인, 반대 3인, 기권 7인으로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 사진:김성룡 기자
검수완박법의 전체 구조는 검찰이 가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대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해온 검찰개혁의 목표와 부합한다. 검찰에게서 박탈한 수사권은 경찰과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립해 담당하도록 한다. 중수청은 한국판 FBI로도 불린다. 중수청이 신설되면 검찰에 남겨둔 2개 분야의 수사권도 완전히 폐지된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아 대부분 경찰로 보내는 식이다. 검찰개혁의 본질은 사정권력의 권한을 분산해 한 기관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는 데 있다. 그러나 검수완박법은 검찰 대신 경찰을 권력화하는 모양새다. 중수청이 수사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고 하지만, 설립 가능성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와 민주당이 내놨던 법안의 문제점을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분석했다. 민주당이 강행한 검수완박법안을 김 의원은 “전례가 없고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엉터리”라고 혹평했다.

민주당 검수완박법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6대 중요 범죄 수사가 가능했다. 또 검사가 아닌 검찰 수사관의 사법 경찰관 지위도 삭제했다. 이후 박 의장 중재를 통해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수정해 추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수사 범위를 늘릴 여지는 마련했다.

민주당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성일종 정책위 의장)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다소 다른 주장이다. 한국형사법학회가 2017년에 발행한 김성룡 경북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헌법상 영장청구권 검사전속 규정의 현대적 의미와 검찰 개혁을 위한 올바른 개헌방향)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7개국(77%)은 헌법이나 법률에 검사의 수사권을 명문화하고 있다. 한국처럼 검사가 수사권·수사지휘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가진 나라는 프랑스·독일·일본이 있다. 대개 우리와 법체계가 유사한 대륙법계 국가들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더니 중국 ‘공안’ 판박이


▎2019년 7월 9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중국 공안제도가 우리나라보다 더 선진적”이라고 발언해 참석자들의 항의를 샀다. / 사진:연합뉴스TV 영상 캡처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2018년에 발표한 ‘검사의 직접수사의 개념과 수사지휘와의 관계’ 논문에서 검사제도가 시작된 프랑스와 이를 계승한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검사의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확립돼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수사는 범죄 발생 이후 사법적으로 국가 형벌권을 확정하는 절차인 ‘검찰권’에 속하므로, 치안 유지와 위험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찰권’과 다르다”고 봤다.

법체계가 다른 미국의 경우에도 안보 관련 범죄와 고위공무원 범죄, 주요 경제범죄 등 특수범죄는 연방검찰이 수사할 수 있고, 각 주(州) 검찰은 관내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 또 연방검찰은 연방수사국(FBI)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갖고 있다. 영국은 검찰수사권이 없는 대표 국가다. 유철민 변호사는 “영국은 검찰 자체가 1985년에 창설됐고, 대륙법 국가인 우리나라와 달리 영미법계 국가”라며 “법체계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웅 의원은 민주당의 주장이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수사와 기소 분리의 명분으로 영국과 미국 사례를 들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맨해튼 검찰청은 매년 증권범죄를 수천 건씩 직접 수사한다. 인터넷만 검색해도 나오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영미 사례를 들었으면 영미 제도로 바꿔야 하는데 실제 내용은 그 반대인 중국 공안제도로 간다”고도 했다. 검수완박법안 내용이 중국 공안제도를 모방했다는 의심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검찰인 인민검찰원과 경찰 조직인 공안으로 나뉘는데, 공안의 권한이 더 큰 구조다. 김 의원은 ▷경찰(공안)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를 금지하는 점 ▷보완수사 요구권(중국은 ‘보충수사 요구권’) ▷영장 신청 이의제기권 등을 중국 공안제도 베끼기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그는 “정보경찰이 중국 법을 베꼈을 거란 합리적 의심이 드는 근거가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2019년 7월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검찰개혁 관련 세미나에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자격으로 참석했던 이형세 전북경찰청장의 발언을 주목했다. 이 청장의 당시 발언은 이랬다. “중국 공안제도가 우리나라 현재 형사소송법보다는 조금 더 선진적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법은 중국 법보다 못한 법입니다.”

이 발언은 당시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이었던 김웅 의원과 설전을 벌이다 나왔지만, 하필 중국 공안제도를 높이 평가한 점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김 의원의 의심이 사실이라면 하필 왜 중국 공안제도를 베꼈을까. 김 의원은 “우리나라 경찰, 특히 정보경찰이 가장 부러워하고 닮고 싶어 하는 게 중국 공안”이라고 했다. 세계에서 경찰이 전국 단일조직으로 돼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프랑스·중국 정도뿐이다. 다만 프랑스는 사법경찰을 각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하도록 해 견제 장치를 뒀다. 반면 중국은 공안이 거의 모든 수사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인민검찰원이 보충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공안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공안이 기소 의견으로 보낸 사건을 인민검찰원이 불기소할 경우 이에 대해 공안에 사후 설명을 해야 한다.

김웅 의원 “청와대 민정수석실 정보경찰이 개입”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5월 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사진:김성룡 기자
특히 민주당이 만든 법안의 독소조항은 ‘디테일’에 숨어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부칙 2조’는 ‘이 법 시행 당시 검찰에 수사 계속 중인 사건은 해당 사건을 접수한 지검 또는 지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이 승계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다시 말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법 시행과 동시에 경찰로 넘기라는 의미다.

개정안 시행일도 처음엔 ‘공포 후 3개월’로 못 박았었다. 그러다 박 의장 중재를 거쳐 ‘대형참사·방위사업·공직자 범죄’ 3가지는 법안 공포 4개월 후 폐지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선거 범죄는 6·1 지방선거 공소시효(6개월)를 고려해 올해 12월 31일까지 유지시켰다. 법이 정한 기한 내에 처리하지 못한 사건은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주요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은 월성 원전 수사,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이스타항공 사건, 성남 대장동사건 등이 있다.

그렇다면 법안은 누가 만들었을까. 김 의원에 따르면 기존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한국형 FBI(중수청)를 만들어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은 그에 대한 사법통제(수사지휘)와 기소를 담당하며, 경찰은 치안만 담당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정보경찰이 개입하면서 현재의 기형적 구조가 됐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조직 보호 내지 확대를 꾀한 경찰과 눈엣가시 검찰을 와해하고자 한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합작품인 셈이 된다. 법안의 최초 작성자와 전달 루트를 찾기 위해 수소문했지만 정확한 경로를 직접 확인하는 건 어려웠다. 지금으로서는 정황상 의심만 있을 뿐이다. 김 의원은 “나중에 때가 되면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한동훈 발탁은 검수완박 우회할 윤 대통령 포석

아무리 잘 설계돼 있더라도 검수완박법이 민주당 뜻대로 완벽한 방탄 입법으로 작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검수완박을 우회할 카드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우선 법무부 장관의 권한인 ‘상설특검’이 첫째 무기다. 상설특검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협의해 직권으로 도입할 수 있다.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특검과 달리 국회의장에게 통보만 하면 된다. 중대 사건에 대해 얼마든지 검찰 수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더욱이 상설특검은 옛날 방식의 특수수사가 가능하다. 이를테면 법에서 금지하는 ‘피의사실 공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수시로 언론브리핑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다. 김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 여러 개를 돌려서 전국의 내로라하는 검사 수백 명을 과천청사에 불러 모은다고 생각해봐라. 민주당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악몽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로 내세운 것도 윤 대통령의 포석으로 읽힌다. 한 후보자는 4월 15일 “(상설특검은) 장관에게 부여된 임무 중 하나”라고 답한 적 있다. 법무, 교정, 출입국 등 다른 법무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특수통 검사 출신을 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것에서 이미 윤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났다는 게 국민의힘 등 정치권의 해석이다.

검수완박을 우회할 둘째 무기는 ‘국가수사본부’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로 탄생한 국가수사본부는 경찰 수사를 총괄한다. 수사 경찰에 대한 실질적 인사권도 있다. 경찰청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2년 임기가 보장되며, 필요하면 외부에서 선발할 수 있다. ‘검사나 법대 교수 등 외부 인사도 맡을 수 있는 개방직’이다. 전직 특수통 검사를 본부장에 앉힌 뒤 특수부 검사들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 여야 합의나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정권의 뜻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어쨌든 ‘검수완박 시즌1’은 민주당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새 정부 장관 인선 등 조각이 마무리되고 정부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뒤 시작될 ‘검수완박 시즌2’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웅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김인회 교수와 문 전 대통령이 쓴 책 [검찰을 생각한다]의 구상과 반대로 됐다”고 지적했다. [반지의 제왕]을 인용해 “절대 반지를 이용하려다 반지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 것”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완성한 검수완박의 결실과 독배는 과연 어디를 향할까.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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