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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도 참전…바이오에 꽂힌 대기업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 롯데, 공격적 투자로 글로벌 톱10 목표
■ 삼성·SK 성과에 자극… 바이오 판 키운다


▎신동빈(오른쪽) 롯데 회장이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5월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타워 광장에 전시된 재활용 가능 HDPE 소재로 제작한 롯데케미칼의 ‘가능성(Possibility)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롯데케미칼 제공
대기업들이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삼성과 SK, LG가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롯데도 바이오 의약품 사업을 본격화한다. 10대 그룹 가운데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발을 들이지 않은 곳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뿐이다.

롯데는 최근 롯데지주 산하에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신설하고 향후 10년간 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를 글로벌 톱10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 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롯데지주는 그 일환으로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를 의결했다. 인수 금액은 1억6000만 달러(약 2000억원)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사회에서 “BMS 시러큐스 공장의 우수한 시설과 풍부한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지속적 투자를 바탕으로 롯데와 시너지를 만들어 바이오 CDMO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출장 중 시러큐스 공장을 직접 둘러봤다.

시러큐스 공장은 64개국 이상의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 승인을 통해 대량 생산 과정에서도 의약품의 품질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술 역량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다. 연간 3만5000ℓ의 항체 의약품 원액을 생산할 수 있다. 롯데는 시러큐스 공장을 앞세워 기술 이전·시험 생산·규제 기관 허가 등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항체 의약품 사업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신규 CDMO 계약 수주와 공정 개발 등을 위해 시러큐스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도 단행한다. 항체 의약품 CDMO 사업 확장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완제 의약품과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롯데는 시러큐스 공장 운영과 제약·바이오 기업이 밀집된 북미 지역에서의 판매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법인 설립과 연산 10만 리터 이상 규모의 새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1조원 규모의 국내 CDMO 공장 신설도 추진한다.

글로벌 항체 의약품 시장은 바이오 의약품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시장이다. 연평균 10%의 안정적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다. 주요 항체 의약품 CDMO 기업들이 높은 수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이원직 롯데지주 신성장 2팀장은 “시러큐스 공장은 임상과 상업 생산 경험이 풍부해 즉시 가동할 수 있는 공장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바이오산업에서 롯데가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매물로 판단했다”며 “사업 초기 항체 의약품 CDMO에 집중해 바이오 사업자로서의 역량을 입증한 뒤 사업 규모와 범위를 점차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CJ도 차세대 먹거리로 바이오 ‘찜’


▎롯데 등 대기업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주목하는 이유는 삼성과 SK 등의 ‘성공 스토리’에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SK팜테코 본사. 사진 SK㈜
롯데가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 시동을 걸면서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의 판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주요 그룹들이 인수·합병(M&A) 등으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한 가운데 지분 투자 등으로 사업 기회를 찾는 대기업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S그룹은 최근 국내 1위 보툴리눔톡신 업체 휴젤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0월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과 유전자) 전문 기업 천랩을 인수했다. 12월엔 네덜란드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 주주가 됐다.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도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2월 서울아산병원 영문 이름(AMC)을 딴 암크바이오를 설립했다. 한화임팩트는 지난 3월 미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 회사 테세라 테라퓨틱스에 투자했다.

대기업들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주목하는 이유는 삼성과 SK 등의 ‘성공 스토리’에 있다. 삼성과 SK, LG는 일찌감치 제약·바이오 사업을 추진해 각 분야에서 결실을 보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CDMO·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의 100% 자회사이자 글로벌 CDMO 통합 법인인 SK팜테코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SK㈜의 신약 개발 자회사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용 신약 ‘엑스코프리’를 토대로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엑스코프리는 한국 기업이 독자 개발한 신약을 기술 수출하지 않고 미국에서 직접 판매한 최초의 의약품이다. SK케미칼의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는 200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국산 5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데 이어 이듬해 미국 식품의약처(FDA)에서 국내 신약 최초로 제품 승인을 받았다. LG화학의 국산 19호 신약 ‘제미글로(당뇨병 치료제)’는 한국 신약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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