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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의 평양리포트] 김정은의 무력 도발 향후 시나리오 

‘센 한 방’으로 국제사회 뒤흔들 타이밍 노린다 

점점 세지는 미사일 도발 최종 도착지는 ‘7차 핵실험’
증폭되는 불확실성 대비해 자위력·대응 태세 강화해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연일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도발의 최종 목표는 7차 핵실험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전술유도탄이 발사되는 모습. / 사진:조선중앙TV
남북한 도발에도 금도(禁道)가 있다. 아무리 총질을 해대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어도 때가 있다. 하지만 11월 2일 북한의 도발은 레드라인을 넘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우선 타이밍이다. 이태원 참사로 슬픔에 잠겨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도발을 감행했다. 그것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최초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정서적 측면에서 여당의 논평대로 북한은 구제 불능이다.

김일성, 김정일 집권 시대에는 남북한 간에 최소한의 금기 사항이 암묵적으로 지켜졌다. 할아버지, 아버지 통치 기간 남한에 수해가 나고 평안북도 용천역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상호 비난과 도발을 멈추고 당국과 민간 차원에서 물자를 주고받았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4년 남한에 수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북한의 지원 의사를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다. 북한은 그해 9월 8일 남한에 쌀 5만 석(약 7800t), 옷감 50만m, 시멘트 10만t, 의약품 등을 지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제의했고 대한적십자사가 북측의 제의를 수용하겠다고 화답했다. 전두환 정부는 보답으로 북한이 보내준 구호품 금액의 100배쯤 가치에 달하는 전자제품, 손목시계, 양복지 등을 채워 넣은 선물 보따리를 북측 근로자들에게 전달했다.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에는 남측 민·관이 수백억원 규모의 긴급구호물자와 성금을 북측에 보냈다.

남북한의 물자 지원에 대한 속내가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민족은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상부상조 정신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가 애도와 위로로 슬픔을 함께하는 분위기에서 평양은 예외였다. 과연 그들이 입만 열면 주장하던 민족 공조는 어디로 갔는가?

‘미치광이(the madman theory)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김정은에게 금도는 없다. 하긴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하는 만행을 지시한 인물이니 한민족의 희로애락 감성을 고려할 필요는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향후 남북 대화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평양의 비인간적 특성이다. 지난 70년간 공산주의 체제가 고착하면서 한국인 고유 DNA는 사라지고 폭압적인 지도자와 추종세력만 평양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은 군사적 측면이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이 처음으로 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그간 해안포와 방사포를 NLL 이남으로 쏜 적은 있으나 탄도미사일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기존 도발 패턴을 벗어났고, 수위는 한계를 넘어섰다. 이날에만 미사일 25발과 포탄 100여 발을 쏘는 소나기 도발을 자행했다. 3일에는 한·미의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 연장에 따라 자정 무렵부터 미사일 80발을 발사했다. 발사 시간과 장소 역시 다양하게 분포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북한은 지난 6월 5일 SRBM 8발을 섞어서 쏜 적이 있고 10발 이상은 이날이 처음이다. 여러 미사일을 섞어 쏘면 요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노렸다.

한·미 연합훈련 맞서 미사일 80발 도발


▎북한이 지난 11월 2일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미사일 잔해를 우리 군이 수거해 분석한 결과 SA-5 지대공 미사일로 판명됐다. / 사진:국방부
미사일과 방사포 도발이 공해상이나 태평양 지점을 향한 것과 NLL 이남 우리 영해 인근에 도발한 것은 질적으로 차이가 크다. 비행 거리와 고도 등으로 판단할 때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한 발만 우리 쪽으로 발사했다. 6일 미사일 잔해물을 인양한 결과 1964년 러시아에서 개발된 SA-5 지대공 미사일로 판명됐다. 북한 미사일은 NLL 남쪽 26㎞, 속초 동쪽 57㎞, 울릉도 서북쪽 167㎞ 해상에 떨어졌다. 우리 영해(12해리·22㎞)에서 불과 30여 ㎞ 떨어진 곳이다. 발사 지점인 원산에서 비행 거리는 190㎞ 가량으로 추정된다. 비행 고도가 매우 낮아 탐지·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남측 영해에 대한 공격 의도는 북한 총참모부가 7일 “함경북도 지역에서 590.5㎞ 사거리로 남조선 지역 울산시 앞 80㎞ 부근 수역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보복타격을 가했다”고 주장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물론 우리 군은 북한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외에 여러 발의 대공미사일을 쏜 것은 한·미가 압도적인 공군력을 과시하며 실시 중인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겨냥한 것으로 짐작된다. 비질런트 스톰은 유사시 한·미 스텔스기 등이 임무 명령서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 공군기지, 지휘소 등 700곳이 넘는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는 훈련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키웨스트함(SSN-722·6000t급)은 부산항에 입항한 상태였다. 북한은 미국 전략자산 전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했다. 이제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전술은 한계에 도달했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과거처럼 의식하지 않는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중·러의 거부권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은 고삐 풀린 망아지 격이 됐다.

포병 전문가인 북한군 서열 1위 박정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끔찍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한 직후 도발했다는 점에서 철저히 계산된 고강도 도발이다. 전술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언제든지 남한을 향해 쏠 수 있고, 남한 공군기지와 전투기 등을 탄도·대공미사일로 무력화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박정천은 “미국과 남조선이 겁 없이 우리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북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라며 “미국과 남조선은 가공할 사건에 직면하고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측이 언급한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핵무력을 시사한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전에도 ‘끔찍한 대가’라는 용어를 사용한 만큼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조짐이다.

북한의 이 같은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에 관해 몇 가지 쟁점을 검토해야 한다. 첫째 9·19 군사합의 처리와 향후 대응방안이다. 북한의 NLL 이남 미사일 도발은 접경지역 군사 충돌을 방지하자는 9·19 남북 군사합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북한은 야간에도 동해상 해상 완충구역 내에 80여 발을 쏘면서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4일 합참 발표에 따르면 3일 23시 28분께부터 북한이 강원도 금강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포탄 80여 발의 탄착 지점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NLL(북방한계선) 북방 해상 완충구역 이내다. 해상 완충구역은 남북한이 우발적 충돌이나 긴장 고조 상황을 방지하고자 해안포문을 폐쇄하고, 해상 훈련과 해안포 등 중화기 사격 행위를 금지하기로 약속한 장소다. 결국 동해 해상 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 비용은 1년 치 쌀값


▎북한이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한 11월 5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의 일환으로 한반도 상공에서 미 공군의 B-1B 2대가 전개됐다. / 사진:합참
요컨대 9·19 군사합의는 휴짓조각이 됐다. 일부에서는 군사합의를 공식적으로 폐기하면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던 2017년으로 돌아간다고 우려를 표시한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11월 3일 1·2단 분리에 실패해 정상비행을 하지 못하고 중간에 낙하한 화성 ICBM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즉시 호외(號外)를 발행하며 대피경보까지 올렸다. 사문화돼버린 군사합의를 허울 좋은 명분 때문에 붙들고 있기보다 군사훈련을 복원하고 비무장지대 초소 철거와 같은 군비 축소를 중단해야 한다. 현실은 이전 도발과 차원이 다른 준(準)전시 상황에 해당한다. 9·19 군사합의에 묶여 있는 훈련 지침과 야전교범(FM)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둘째, 북한군의 미사일 재고 소진 및 군사비 소모에 따른 도발 중단 여부다. 북한이 11월 2일 하루 동안 발사한 미사일의 비용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일 년 치 쌀값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 발에 200만∼300만 달러 정도 된다”며 총비용을 5000만 달러에서 7500만 달러로 추정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은 한 발에 1000만∼1500만 달러 정도 드는 중거리 미사일보다 저렴한 단거리 미사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7000만 달러는 북한이 한 달간 중국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데 필요한 금액과 비슷하다. 북한의 대중국 수입액은 지난 8월 7154만 달러였으며, 9월에는 9007만 달러였다. 또 7000만 달러는 코로나19 발생 전 북한의 연간 대중국 쌀 수입액과 같은 규모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제출받은 ‘북한 미사일 발사비용 추계’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미사일 33발을 발사했다. 총 발사비용은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포함해 약 4억에서 6억5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000억 원에서 최대 8125억 원이 들어갔다. 미사일 발사비용을 식량 구매량으로 환산하면 식량 51만∼84만t을 구매할 수 있다. 이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인 86만t을 충당할 수 있는 분량이다. 앞서 미국 농무부는 ‘세계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북한 인구 약 2600만 명 가운데 1780만여 명이 식량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무기 개발을 위해 자국민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1월 발사분까지 합산하면 무력 도발 비용은 1조원을 상회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군 미사일 비용 계산은 자본주의 방식에 기초하고 있다. 북한은 추가 인건비가 거의 제로인 만큼 지난 70년 동안 선군정치에 기초한 북한식 비용 계산을 원용하면 50% 이내로 줄어든다. 첨단 전자기술이 포함되지만 북한의 재래식 기술 개량의 결과다. 비용 때문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자제할 것으로 관측되지는 않는다.

특히 미사일 재고 소진으로 도발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신중해야 한다. 북한이 3일 밤 박정천의 담화 직후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이 신형이 아닌 구형 스커드로 추정되는 점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스커드-C로 추정된다. 스커드 미사일은 지난 수년간 열병식에 등장한 적도, 실제로 발사한 적도 없다. 그런 구형 미사일을 수년 만에 발사한 데 대해 북한이 무리하게 신형 미사일 무력시위를 전개해 재고가 바닥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엔 미사일을 10발 쐈지만, 올해엔 빈도를 급격히 올려 30발 이상 발사했다.

하지만 북한의 무기 재고는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지난 70년 동안 재고가 축적된 구형 미사일을 소비하고 신형 미사일을 비축하려는 무기 대체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우리 군이 속초 앞바다에 떨어진 북한 지대공 탄도미사일 잔해 일부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1960년대 이후 러시아에서 도입한 구형 미사일 재고에 가까웠다. 국민소득 1200달러인 빈곤국이지만, 북한은 매년 30%를 국방비에 투자해 은밀히 군사력을 강화해왔다. 여전히 압록강 국경지대 등 북·중 국경 지하 갱도에는 비장의 미사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탈북자들과 미군 위성정보의 지적은 신빙성이 있다.

北 미사일 기술 향상돼, 우리 군은 미완성


미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상당량의 포탄을 중동 혹은 북아프리카 국가로 보내는 것으로 위장해 공급했다고 보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월 2일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상당한 양의 포탄을 은닉해서 제공했다는 정보를 받고 있다”며 “이것들은 중동 혹은 북아프리카 국가로 보내는 방식을 취해 실제 목적지를 숨겼다”고 밝혔다. 미국은 앞서 지난 9월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과 포탄 구매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국방성 장비총국 부총국장은 당시 “우리는 지난 시기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며 이를 전면 부인했으나 진실은 전쟁이 끝난 뒤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 푸틴이 한국에 대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강력하게 경고한 배경에는 북·러 간에 무기 거래가 깔려 있다. 암암리에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하는 북한의 군수산업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셋째, 지난 5년 동안 남북군사합의에 족쇄가 채워져 있던 우리 군의 전력도 대응이 신통치 않다. 윤 대통령의 지시대로 북한 도발에 비례적 군사대응을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적지 않다. 첨단무기를 실전처럼 작동시키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숙련된 조작과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미사일 발사 실패 사례를 종종 평가절하하지만, 기술은 실패 속에서 발전한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우리 군의 대응 부실은 전면적인 점검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우리 군의 다중다층 방어망 중 지난달 선제타격용 미사일에 이어 11월에는 요격용 미사일까지 발사에 실패했다. 공군은 지난 11월 2일 저고도 요격용 패트리엇 팩2와 천궁 실사격 훈련을 했으나 천궁은 발사 후 약 10초간 25㎞ 정도 날아간 뒤 서해 공중에서 폭발했다. 마침내 공군은 9일 예정됐던 유도탄 사격대회 2차 사격을 취소했다. 북한 도발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사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군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난 5년간 훈련하지 않는 군대의 후유증을 극복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미 국방장관은 11월 3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54차 한·미안보연례협의회(SCM)에서 북핵 대응을 위해 매년 핵우산 훈련을 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 운용연습(DSC TTX)을 매년 실시하고 한·미 간 대규모 연합 야외기동 훈련도 재개하기로 하는 등 19개 항의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이번 SCM에서는 예년과 비교해 북한 위협 관련 표현들도 거칠어졌다.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전술핵 위협’은 ‘핵 공격’이라는 표현과 함께 처음 공동성명에 등장했다. 사실상 ‘외교문서’로 인식되는 공동성명에 ‘김정은 정권종말’ 문구가 담긴 것은 파격적이다. 지난해 SCM이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 문재인 정부의 남북합의가 비핵화를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등 유화적인 문구를 강조한 것과 대조된다.

한·미는 SCM 합의에 따라 최근 북한의 고강도 도발 대응 차원에서 지난달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된 B-1B 전략폭격기를 5일 한반도로 전개했다. 미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가 있도록 운용한다는 것이 미국 측의 설명이다. 국방부로서는 SCM을 통해 한·미 안보 대응에 최선을 다했다. 이번 합의로 핵정보 공유 수준도 높아지게 됐다.

자강 위한 핵무장·전술핵 배치 논의해야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에 한반도 핵무장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기고에 보관 중인 전술핵 B61-12 중력탄의 모습. 현재 유럽에 5개, 나토 회원국에 100여 발이 분산 배치돼 있다.
북핵 위협이 가시화함에 따라 SCM이 과거와는 다른 대책을 합의했지만, 우리 안보의 필요충분조건인지는 여전히 미흡하다. 한·미가 아무리 핵우산을 촘촘하게 짜도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완성한다면 양상은 달라진다. 미국이 서울을 방어하려고 시카고를 북핵 공격에 희생하는 전략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미 간에 핵우산 공동 훈련 정도로 북핵 위협을 막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자기 나라 방어를 위한 주권적 결정을 절대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애스퍼 전 미 국방장관의 최근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주장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SCM에서 제외되지 말아야 한다는 필자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 결국 안보는 최종적으로 자강불식(自强不息)이 핵심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북한군은 앞으로도 압도적인 실천적 군사 조치들로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나가겠다며 2단계 도발을 예고했다. 미국 중간선거 중에도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이어갔다. 자신들의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다음 단계로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5도 도발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과 동서 방향을 가리지 않고 육해공에서 입체적인 도발을 감행할 것이다. 과거에 상상하지 못한 전술과 신무기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 1차 종착지는 7차 핵실험이다. 당초 국정원은 11월 8일 미국 중간선거 이전을 예상했다. 국정원이 밝힌 예상 시점은 일차적으로는 충격을 완화하는 김 빼기 작전일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좋다’는 심리전이기도 하다.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켜 북한의 부담을 가중하는 전술이다.

수도권에서 실전에 준하는 공습 대비 훈련 필요

이제 핵 도발 시점은 연말이거나 2023년 초로 넘어갈 수 있다. 2016년 4차 핵실험은 1월 6일 새해 벽두에 감행했다. 연말에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김정은의 다음 카드가 궁색할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7차 핵실험이 국제사회의 특별한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 평양의 정세 분석일 것이다. 연말까지 재래식 신무기에 의한 전방위적 도발로 위협을 고조시키는 것도 핵실험 못지않은 유효한 전술일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등장한다면 다시 한번 미국과 고도의 흥정을 해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매력적이다. 2016~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 말 폭탄과 위장 친서를 주고받으며 기싸움을 벌인 덕택에 2018~2019년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세기의 정상회담을 개최했던 추억을 재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트럼프의 출마가 실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도발의 장기화가 불리하지 않다고 평양은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중·러의 든든한 뒷배가 확보된 만큼 유엔 안보리 제재쯤은 무시해버리면 된다.

북한 도발의 장기화와 불확실성을 마주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철저한 대비태세다. 최근 북한 도발에 대처한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북한이 울릉도 방향으로 쏜 미사일을 포착한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는 울릉군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이때 울릉경찰서장은 조기 퇴근해 한가하게 텃밭을 가꾸고 있었다고 한다. 주민과 관광객은 사이렌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대피소도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연평도의 악몽을 너무 빨리 잊은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수도권에서도 공습경보 훈련을 해야 한다. 도쿄를 비롯한 일본 도시 지역의 공습경보 훈련을 벤치마킹해 실전 수준의 민방위 훈련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중동의 각종 공격에 철저하게 대응하듯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도발이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3년 계묘(癸卯)년은 부디 필자의 전망보다 희망찬 뉴스가 한반도에 쏟아지기를 바라며 올 한 해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남성욱 -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국가정보원연구위원으로 근무한 뒤 2002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을 지냈다. 201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뒤 후학 양성과 북한 문제 연구에 전념해오고 있다. [김정은의 핵과 경제](2022, 박영사),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2017, 한울아카데미), [한반도 상생 프로젝트](2009, 나남) 등 북한 문제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202212호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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